스마트폰 해외 로밍 서비스, 제대로 알고 계시나요?
두 달 전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해 사용하게 된 L씨는 얼마 전 일주일간 해외 출장을 다녀 온 뒤 스마트폰 사용요금 내역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6~7만 원이던 요금이 그 10배인 70여만 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해외 전화 통화가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잠깐 잠깐 통화했을 뿐이라 뭔가 잘못 정산됐으리라 판단하고 통신사 고객센터를 방문했다. ‘요금 폭탄’의 장본인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용 데이터 해외 로밍 서비스’였다. 센터 직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스마트폰과 기존 휴대폰의 로밍 서비스의 차이에 대해 알게 됐고, 로밍 서비스가 꼭 필요한 경우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배웠다.
로밍 서비스란?
휴대폰/스마트폰 로밍 서비스(Roaming service)는 간단히 말해, 자신의 전화기로 해외에서도 국내처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한 통신 중계 서비스다. 즉 서로 다른 통신사(혹은 나라)의 서비스 지역으로 이동하더라도 통신이 중단/단절되지 않도록 유지해 주는 서비스인 것이다.
일반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출국 전 공항에 있는 각 통신사 로밍 센터를 방문해 자신이 방문하려는 국가가 휴대폰/스마트폰 자동 로밍(하단 박스 참고)을 지원하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자동 로밍을 지원한다면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현지 입국 후 휴대폰/스마트폰의 전원을 껐다 다시 켜는 것만으로 로밍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로밍 서비스가 적용되면 국내에서 사용하는 번호 그대로 해외에서도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물론 통화 요금은 국내 기준보다 비싸긴 하다. 일반적으로 통화 시간 1분을 기준으로 계산되며, 각 통신사마다 또는 서비스 국가마다 과금 정도가 약간씩 다르니 로밍 통화 전 요금제를 한 번쯤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해외 로밍 서비스는 국내 통신사와 현지의 통신사가 제휴하여 제공되는데, 해당 국가에 별도의 통신사가 없다거나, 있더라도 양 국가 간 로밍 서비스를 제휴할 수 없다면 로밍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남극 지역이나 북한, 미얀마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의 몇몇 국가들과 같이, 우리나라와 로밍 서비스 주파수가 달라도 로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로밍 서비스 가능 국가는 각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자동 로밍과 임대 로밍
자동 로밍은 국내와 외국의 통신 주파수가 일치하고 양국의 통신사 간의 로밍 서비스 제휴가 이루어진 경우에 해당된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설정 없이 해외 현지에서 그저 휴대폰/스마트폰의 전원을 껐다 켜면 해당 국가의 통신사 신호를 바로 잡아 로밍 서비스가 자동으로 제공되는 방식이다.
반면 임대 로밍은 자동 로밍이 불가능한 국가의 경우 해당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을 따로 임대 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출국 전 각 통신사 로밍 센터에 임대 로밍을 신청하면 별도 휴대폰을 지급받게 되며, 통화요금 외에 추가 대여료가 부과된다(약 2,000원 정도). 자동착신서비스까지 신청하면 자신이 사용하던 번호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각별한 주의 필요
일반 휴대폰은 로밍 서비스 신청 후 전화통화만 신경 쓰면 요금 폭탄을 맞을 일은 거의 없다. 문제는 요즘 인기인 스마트폰(또는 태블릿 PC)이다. 스마트폰은 전화통화 요금 이외에 ‘데이터 요금’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3G 데이터 통신’이 그것인데, 국내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통해 저렴하게(또는 무제한 요금제 가입 시 요금 제한 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서 국내처럼 무턱대고 3G 통신을 '콸콸콸~' 사용하다가는 요금 직격탄을 맞게 된다. 3G 통신에 연결되는 어플(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정보 갱신/업데이트되는 어플(예, 날씨, 뉴스, 주식 관련 어플 등)의 경우 데이터 요금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행여 영상통화라도 연결하는 날엔 사실상 통신사 직원이라도 답이 안나온다.
그럼 스마트폰 사용자는 어떤 형태의 로밍 서비스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할까? 그리고 로밍 요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대로, 스마트폰의 전체 요금은 전화 통화 요금과 데이터 이용 요금으로 나뉜다. 로밍 서비스 요금도 마찬가지다. 우선 전화통화 로밍 서비스는 음성 로밍, 영상 로밍, SMS(단문메시지) 로밍으로 구성되는데, 이 세 가지 모두를 묶어서 로밍되는 게 일반적이다. 음성 통화보다는 영상 통화가 곱절 이상 비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화를 받아도 로밍 요금이 부과됨을 명심해야 한다(물론 걸 때 보다는 저렴하다). 참고로 해외 로밍 서비스가 적용된 번호로 전화를 걸면, 현재 로밍 서비스 중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꼭 전달해야 할 내용이 아니라면 통화하지 않는 게 발신자, 수신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한편 데이터 로밍 서비스는 해외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용 패킷(512바이트) 당 4.55원으로 부과된다. 이를 1MB(1,048,576바이트)로 환산하면 무려 약 9,300원 정도가 된다. 즉 2MB 용량의 첨부 파일이 든 메일 하나를 발신하면 얼추 2만 원 정도가 부과되는 셈이다. 그러니 만약 수십 MB대의 동영상/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아울러 SMS 이외의 멀티미디어 메시지(MMS) 송수신 시에도 국내보다 비싼 요금이 부과되니 과도한 메시지 발송은 삼가는 게 좋다(SKT T로밍의 경우 국가에 따라 건당 150~300원).
출국 전 확인해야 할 로밍 서비스 항목
그 동안 로밍 서비스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다면, 출국 전 공항 내 각 통신사 로밍센터(하단 표 참고)를 방문하여 관련 내용을 전달 받는 게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방문할 국가가 자동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확인한 후 그에 맞게 조치해야 한다. 아울러 현지 체류 기간 동안 평소에 사용하던 자동 갱신/업데이트 어플을 삭제하는 것도 좋다(나중에 귀국 후 다시 설치해도 된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스마트폰/태블릿 PC의 3G 데이터 통신 기능(아이폰의 경우 '셀룰러 데이터')을 아예 꺼두면 된다.
3G 데이터 통신을 끄는 방법은 삼성 갤럭시S 등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우 '환경설정' → '무선 및 네트워크' → '데이터 네트워크 설정'에서 '허용하지 않음'을 선택하면 된다. 애플 아이폰에서는 '설정' → '일반' → '네트워크'에서 '셀룰러 데이터' 항목을 끄면 된다.
참고로 3G 데이터 연결이 되지 않는 스마트폰은 ‘축구공 없는 박지성’이요, ‘스케이트 없는 김연아’다.
물론 부득이하게 3G 데이터 통신이 필요하다면 위 설정을 다시 복원하여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인터넷 연결을 종료해야 한다. 1MB 데이터 당 1만 원이 고스란히 빠져 나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음성 통화 역시 부담이긴 마찬가지. 통화 시간 1분을 기준으로 요금이 부과되는데(로밍 국가마다 과금이 다름), 1분에서 단 1초만 넘어가도 2분으로 책정됨을 명심해야 한다. 해당 국가 내 통신 사업자와의 요금 협상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초당 요금제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밍 통화 시에는 초 시계라도 옆에 두고 통화 시간 조절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물론 전화는 용건만 간단히!!).
이 외에 GPS 수신기도 꺼두는 게 좋다. GPS 위치 정보를 수신하는 과정에서도 3G 데이터 통신이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제한 데이터 로밍 제도 활용
우리나라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동일하게, 해외에서도 3G 데이터 요금 걱정 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제한 로밍 데이터 요금 제도’도 있어 해외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스마트폰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각 통신사는 최근 로밍 국가에 따라 1일 ~ 1주일 기간 동안 데이터 통신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T로밍 서비스의 경우 일본 현지 1일 무제한 데이터 사용 요금을 12,000원에, 7일간 35,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1MB 사용에 9,300원이 부과되는 과금 정책에 비한다면 파격적인 요금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사전 어플이나 통역/번역 어플 등이 현지 여행에 많은 도움을 주는데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유용한 요금제라 판단된다.
다만 방문하려는 국가가 무제한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지원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며, 현지 도착 후 스마트폰의 데이터 통신망 설정을 현지 통신사로 변경해야 한다(예, 일본-Softbank Mobile, 중국-China Unicom Network 등).
이 외에도 각 통신사 별로 로밍과 관련된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특히 얼마 전부터 시작된 와이파이(무선 랜) 로밍 서비스가 눈에 띈다. 이는 외국 현지의 공항, 호텔, 카페 등에 국내 통신사와 제휴된 와이파이 망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PC, 노트북 등까지 두루 이용할 수 있어 해외 여행자들로부터 최근 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서비스다. 이에 대해서도 공항 내 로밍센터를 통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로밍 서비스 쿠폰 활용
아울러 로밍 서비스 요금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로밍 요금 쿠폰을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SK텔레콤만 로밍 쿠폰을 발행하고 있으며, 금액에 따라 3,000원, 5,000원, 10,000원, 30,000원 등으로 구성되며, 평소와 같이 로밍 음성, 영상, 문자,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사용한 후 쿠폰의 금액만큼 월말 청구 금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로밍 쿠폰은 통신사 로밍 홈페이지에 접속해 등록하거나 공항 내 고객지원 부스를 방문해 쿠폰을 제시하면 쿠폰 고유 번호와 금액이 자신의 계정으로 등록된다. 해외 여행이 잦은 사용자에게 선물하기에 딱 알맞은 쿠폰이다.
로밍 요금 폭탄, 알면 피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 맞춰 해외 여행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스마트폰 로밍 서비스 사용자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스마트폰 로밍 서비스 과다 요금 문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할 것이다. 이에 각 통신사는 이와 같은 선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편안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로밍 서비스를 실시,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스스로 파악하고 숙지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처음 구매했다면 기기 사용법 다음으로 요금제 구성과 로밍 서비스 과금 정책에 대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자의 의무이자 숙명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