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스마트폰/태블릿 PC 시장 ‘기웃’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대표되는 이른바 ‘손 안의 PC’가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시장에서 정작 기존의 ‘PC’ 시장을 주도하던 업체들의 움직임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2010년 4분기를 기준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대부분은 노키아, 애플, RIM, 삼성전자, HTC를 비롯한 상위 5개 업체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합계 점유율은 약 80%에 이른다. 이들 상위 5개 업체 중 노키아와 RIM, HTC는 모바일 통신기기 전문업체이며, 애플과 삼성전자가 그나마 PC 사업을 겸하고 있긴 하지만 이를 주력 사업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PC전문업체들이 모바일 시장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모바일 기기 전문업체들과 달리 기존 PC시장에서 다져놓은 입지가 워낙 확고하다는 것이 오히려 장애가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PC 시장을 압도할 만큼의 규모는 아니다. 게다가 PC 시장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기 때문에, PC 업체들이 여력을 모바일 시장으로 분산했다가는 자칫 ‘홈 그라운드’에서의 입지마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두고 볼 수는 없는지 PC업체들이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시장에 노크를 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들 중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업체라면 역시 델(Dell)이다. 델은 지난 12월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트릭(Streak)’과 ‘베뉴(Venue)’를 한국에 출시해 적극적으로 국내 모바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 두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여타의 스마트폰을 압도하는 커다란 화면이다.
특히 스트릭은 5인치의 대형 화면을 갖추고 있어서 이를 스마트폰으로 분류해야 할지, 아니면 태블릿 PC로 분류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이에 델에서는 스트릭을 ‘태블릿폰’이라는 새로운 분류로 구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그리고 베뉴의 경우, 4.1인치의 화면을 채택해 스트릭보다는 작지만 삼성의 ‘갤럭시S(4인치)’나 애플의 ‘아이폰4(3.5인치)’와 같은 경쟁사의 스마트폰 보다는 한층 보기 편한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델의 스트릭과 베뉴는 ‘휴대성’이 높은 스마트폰, 그리고 ‘가독성’ 좋은 태블릿 PC의 장점을 조금씩 취합한 것이 특징이며, 양쪽 모두에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동시에 구매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노린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유로운 크기의 장점을 살려 야간 촬영에 유리한 플래시, 흠집에 강한 고릴라 글래스, 지상파 DMB(스트릭), AMOLED 디스플레이(베뉴)등의 부가 기능도 충실하게 탑재했다.
세계 PC 시장에서 자타공인 1인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HP의 움직임 역시 눈에 띈다. HP는 지난 23일 중국 상해에서 태블릿 PC인 ‘터치패드(Touchpad)’와 스마트폰 ‘비어(Veer)’, ‘프리(Pre)3’ 등을 공개하여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터치패드는 9.7인치 화면의 태블릿 PC이며, 비어는 2.6인치 화면의 초소형 스마트폰, 그리고 프리3는 3.58인치 화면의 소형 스마트폰이다.
이들 HP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운영체제인데, 기존 제품들의 주요 운영체제인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가 아닌 HP의 독자 운영체제인 ‘웹OS(WebOS)’가 탑재되었다. HP의 발표에 따르면 여타의 모바일 운영체제에 비해 한층 부드러운 멀티태스킹(다중 작업)이 가능하며, 같은 웹OS를 탑재한 기기끼리 파일 전송이나 주소록 공유 등의 연동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들 제품들의 출시일이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웹OS의 실제적인 성능 역시 아직 미지수라는 점이 변수다.
그 외에도 대만 최대의 컴퓨터 업체인 ‘아수스(Asus)’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폰 7’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인 ‘E600’ 및 ‘이패드(EeePad)’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인텔은 자사가 중심이 되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인 ‘미고(MeeGo)’를 탑재한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의 보급을 위해 제조사들에게 의견을 타진하고 있다.
이들 PC 관련 업체들이 선보인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의 특징이라면 기존의 모바일 전문업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요소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기존의 PC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집중 투입되어 새로운 소비자들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편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사이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거나 독자 운영체제로 차별화를 꾀하는 등의 행보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PC 업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모바일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지, 아니면 단순한 시도에 그칠지에 따라 차후 IT업계의 전반적인 흐름 역시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