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스퍼트, 두 번째 태블릿 PC ‘아이덴티티 크론’ 출시
지난해 7월, 국내 첫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아이덴티티 탭이 등장했다. KT의 와이브로 상품(에그)과 엮어 출시된 이 제품은 ‘K패드’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엔스퍼트는 아이덴티티 탭으로 불렀고, KT는 K패드라고 부른 것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큰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엔스퍼트는 그렇게 태블릿 PC 시장에 첫발을 뗐다. 당시 엔스퍼트 이창석 대표는 “아직 엔스퍼트는 중소기업이다”라며 조심스러움을 표했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난 2011년 2월 8일, 엔스퍼트는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두 번째 태블릿 PC ‘아이덴티티 크론(IDENTITY CRON, 이하 크론)’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기존 K패드, 아니 아이덴티티 탭의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덴티티 탭은 지금까지 국내에 총 65,000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태블릿 PC를 대표하는 아이패드, 갤럭시탭 사이에서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고 할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도 활발했다.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를 통해 미국에 진출했으며, 중국 전자책 전문 업체 한왕(Han Wang)을 통해 중국에도 진출했다. 또한 유럽 3대 전자유통업체 중 하나인 독일의 미디어 막트(Media Markt)를 통해 유럽에도 아이덴티티 탭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엔스퍼트의 두 번째 태블릿 PC 크론이 의미하는 바는 ‘진화, 성장’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 제품보다 나아진 성능은 물론이고 앞으로 더욱 발전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는 “구글 CTS 인증을 받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인증 절차가 늦어져 임직원 모두 마음고생이 심했다”라며, “어려움을 딛고 출시한 제품이니만큼 더 노력하겠다”라고 출시 소감을 밝혔다.
태블릿 PC의 진화, 아이덴티티 크론
기본 사양
크론에 탑재된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2.2버전 프로요다. 기본 사양은 1GHz CPU, 512MB RAM, 내장 메모리(어플리케이션 설치 공간)는 16GB이며, 외장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 슬롯을 제공한다(최대 32GB까지 확장 가능). 그리고 Micro HDMI, USB(미니B 타입), 3.5mm 이어폰 잭도 갖춰 다양한 미디어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배터리는 4,400mAh 용량의 리튬-폴리머이며, 전면 130만/후면 5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되었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7인치 TFT LCD 이며, 해상도는 1,024x768 WSVGA이다. 전체 크기는 193.5x 123x12.95(mm)이며, 무게는 415g으로 한 손으로 쥐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 무선랜 규격은 802.11 b/g/n 규격을 지원하며, 블루투스 2.1도 지원한다. 중력 센서, 조도 센서를 탑재했다.
특히 크론은 미디어 컨버전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듀얼 T-DMB 모듈을 탑재해, 실시간 DMB 방송과 스트리밍 서비스, IP-TV, VOD 서비스 등 다양한 미디어를 한 화면에서 다채널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즉, 두 개 이상의 영상을 동시에 시청하거나 영상 시청 중 다른 영상의 미리보기를 할 수도 있고, 선호하는 채널로 구성된 개인 홈스크린 화면 설정 등이 가능하다.
제품 디자인
이전 아이덴티티 탭과 비교해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각 부분의 기본 사양이 대부분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해상도 상승, 무선랜 n 규격 지원 등) 디자인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전 탭이 직사각형의 네모 반듯한 제품이었다면, 크론은 좀더 부드러운 곡선의 이미지가 강하다. 전체 재질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내구성을 높였으며, 아노다이징(Anodizing) 공법을 통해 부식 방지 효과와 알루미늄 색상 외에도 블랙, 화이트, 핑크 색상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현장에서는 블랙, 화이트 색상 제품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직접 현장에서 만져 보고 느낀 점은 ‘이전 제품보다 확실히 업그레이드 되었다’라는 것. 화면 간의 전환이나 터치 반응 등이 한결 나아졌다. 무게도 무겁지 않아 들고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었고, 그립감도 나쁘지 않았다. 제품 하단부에는 살짝 올려서 사용하는 통합 인터페이스 슬롯을 마련해 전체 디자인을 유지했으며, 더불어 들고 사용할 때 디스플레이에 손이 닿지 않는 일정 공간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개인적으로 이전보다 더 ‘태블릿 PC답게 바뀌었다’라고 느낄 수 있었다.
행사에 참여한 도우미들도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컸다. 사진 촬영 중간 중간 제품을 실제 사용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탑재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3.0 허니콤이 아니라 2.2버전 프로요라는 것. 구글은 지난 2월 3일 태블릿 PC용 3.0버전 허니콤을 발표하며, 이전에 선보인 2.3버전 진저브레드 이하 운영체제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됐다고 밝혔다. 엔스퍼트는 앞으로 2.3버전까지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이마저도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물론, 최적화 작업을 잘해 사용자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N스크린 기능 탑재
N스크린(N-Screen)이란, 다양한 기기(데스크탑 PC,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스마트 TV 등)에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같은 동영상 파일이 있다면 여러 기기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이 N스크린 기능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에 기반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인터넷 기반(Cloud)의 컴퓨팅 기술을 의미한다. 인터넷 상의 데이터 서버에 프로그램 또는 콘텐츠를 두고 필요할 때마다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서 불러와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자세한 내용은 관련기사(http://it.donga.com/newsbookmark/151/)를 참고하도록 하자.
위 그림처럼 어떠한 콘텐츠가 있으면, 해당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N스크린의 개념이다. 크론에는 N스크린과 클라우드 시스템의 일종인 퍼스널 클라우드 플랫폼이 탑재되어 있다. N스크린 기능을 통해 다양한 기종 간에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전송, 공유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기능을 통해 P2P 기반 미디어 쉐어링(Media Sharing)을 지원한다. 이 기능을 통해 크론은 각 기간 간 콘텐츠를 저장하고, 검색, 공유하도록 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지원한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최근 KT, SKT, LG U+와 같은 주요 이동통신사에서 이 N스크린 서비스를 차세대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N스크린 기능 탑재 여부가 주요 경쟁력이 된다. 엔스퍼트 이 대표가 크론은 N스크린 기능을 지원해 각 이통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현재 크론에는 N스크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사가 개발한 플랫폼과 어플 등이 탑재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어플이 개발될 것으로 확신한다. 여건이 마련되면 이를 지원하는 콘텐츠와 어플 등이 자연스럽게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얼마나 원활하게 이 기능이 실행되는지의 여부는 앞으로 더 검증해 볼 필요가 있겠다.
크론의 출시 가격은 와이파이 모델이 50만 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스퍼트는 향후 와이브로 지원 모델은 이통사와 협의를 거쳐 가격대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스퍼트, 크론을 통해 진화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올 한해 국내 태블릿 PC 시장 전망과 크론의 목표를 두고 “2011년 국내 태블릿 PC 시장 규모는 200만~400만 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크론의 목표 판매량은 50만 대이다. 이를 위해 TV 광고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엔스퍼트는 앞으로 이통사 등과 연계하는 B2B에 좀 더 주력할 생각이다. N스크린 기능, 기기 간 미디어 컨버전스 기능 등을 탑재한 크론은 현재 주요 이통 3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도 지속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이다. 추후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B2C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내세운 50만 대라는 판매 목표는 국내 태블릿 PC 시장에서 업계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그만큼 이번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암초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지만, 미국 시장에 2월 말 선보인 모토로라 줌과 3월 중순경 선보일 LG전자의 옵티머스 패드가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출시 시기가 알려진 바는 없지만 애플 아이패드2, 삼성전자 갤럭시탭2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가지 장점이라면 엔스퍼트 아이덴티티 시리즈는 이 제품들보다 가격이 높지 않아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 아이덴티티 탭도 KT 와이브로 상품과 함께 구매하면 기기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엔스퍼트의 두 번째 도전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