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샌디브릿지용 칩셋 리콜, 소비자들은 어떻게?
인텔이 지난 1월에 야심차게 출시하여 인기리에 판매 중이던 인텔의 샌디브릿지(2세대 코어 시리즈) CPU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샌디브릿지 CPU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다름아닌 CPU가 장착되는 메인보드의 칩셋(메인보드의 기능을 제어하는 장치)에 설계 오류가 발견된 것. 문제가 된 제품은 P67과 H67 칩셋으로, 둘 다 샌디브릿지용 메인보드에 내장된다.
현재 P67 및 H67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에서 확인된 문제는 하드디스크나 ODD(CD나 DVD 드라이브)를 연결하는 SATA 포트의 결함이다. 해당 메인보드는 대부분 0번부터 5번까지 총 6개의 SATA 포트가 있다(제품에 따라서는 5개만, 혹은 8개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중 0번과 1번은 초당 최대 6Gb/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내는 SATA3 규격이며, 나머지 포트는 초당 최대 3Gb/s 전송 속도의 SATA2 규격이다. 그런데 이번에 결함이 지적된 메인보드의 경우, 2개의 SATA3 규격 포트를 제외한 나머지 SATA2 규격 포트에 하드디스크나 ODD를 접속하여 사용할 경우, 데이터 전송 성능이 다소 저하되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PC 사용자들이 2개 이상의 SATA 포트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하드디스크 1개 + ODD 1개)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위와 같은 성능 저하를 체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P67, H67 칩셋 중 일부 제품에서만 발견된 결함이므로, 샌디브릿지용 메인보드라 하더라도 아무 문제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계 오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는 증폭되기 마련이다. 이에 인텔 측은 P67 및 H67 칩셋 문제를 인정, 해당 칩셋이 사용된 메인보드 출하를 중단하고 현재까지 판매된 제품을 회수하는 리콜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역시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메인보드 칩셋을 리콜한다는 것은 비단 메인보드뿐 아니라 메인보드가 사용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PC 본체까지도 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완제품 PC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리고 2011년 2월 현재 샌디브릿지 CPU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P67 및 H67 칩셋을 탑재한 메인보드를 사용해야 하므로, 해당 메인보드가 출하되지 않는다면 샌디브릿지 CPU 역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샌디브릿지 CPU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도 당분간 샌디브릿지 기반의 PC는 판매가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로 인텔은 미화 7억 ~ 10억 달러 정도의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원화로 따지면 거의 1조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다. 그리고 인텔이 PC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PC시장 전반의 침체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텔의 샌디브릿지 CPU는 3D 그래픽 연산 프로세서(GPU)를 기본 내장하여 그래픽 카드를 따로 장착하지 않아도 무난한 그래픽 품질을 제공할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기존의 인텔 (메인보드)내장 그래픽 칩셋보다 우수한 그래픽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인텔은, SATA 1, 2번 포트만 사용하도록 설정된 PC를 제조하는 제조사에 한해 칩셋 공급을 지속할 것이라 밝혔다.
그럼 일반 소비자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문제의 칩셋은 현재 출하가 중단된 상태이며, 각 PC 제조사도 해당 메인보드 및 PC를 서둘러 회수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된 메인보드 칩셋은 2월 하반기 즈음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4월 이후에나 원활하게 공급될 전망이기에 샌디브릿지 PC를 구매하고자 했던 소비자라면 잠시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하드디스크 1개 + ODD 1개만 사용한다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이미 샌디브릿지 PC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경우, 인텔을 비롯한 PC 제조사들이 이번 사태에 비교적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를 확인한 직후, 자사에서 판매한 샌디브릿지 기반 PC 6종(노트북 3종, 데스크탑 3종)에 대해 전액 환불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TG삼보 등 다른 PC제조사들도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A/S 규정이 상대적으로 불명확한 조립 PC 구매자들의 경우는 어떨까? 조립 PC용 메인보드를 공급하고 있는 아수스, MSI, 기가바이트 등에서는 문제 제품의 교환 및 환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스스로 PC 분해 조립이 가능한 소비자라면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소비자의 경우, 예를 들어 PC 조립을 PC 매장에 의뢰한 경우라면 입장이 다소 애매하다.
이에 IT동아가 ‘I사’, ‘J사’, ‘C사’ 등 용산에 위치한 대형 조립 PC업체 몇 군데에 문의한 결과, 이미 샌디브릿지 PC를 구매한 경우 소비자가 원하면 샌디브릿지가 아닌 다른 사양의 PC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양 변경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액의 증감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각각 금액 추가 또는 환불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계속 샌디브릿지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당분간은 하드디스크와 ODD를 SATA 1, 2번 포트에 연결해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으며, 차후 문제가 개선된 샌디브릿지용 메인보드가 출시되면 매장에서 직접 메인보드를 교체해 줄 것이라 덧붙였다.
사실 이 정도라도 조치가 가능하다면 다행이겠지만, 소비자 지원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일부 군소 조립 PC업체 경우에는 해당 업체에 문의하여 이에 대한 확실한 조치를 약속 받을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구매 당시의 영수증 역시 잘 챙겨두는 것이 좋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