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태블릿 PC=태블릿폰? 누구냐, 너?
어느덧 2010년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세월 참 빠르다. 더 이상 2010년 달력에는 뜯을 종이가 없다는 것이 슬프다. 그런데 2011년이 찾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지인이 한 명 있다. 같이 연말을 보낼 연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이유를 물어 보니 대답이 걸작이다. 내년 초면 자신을 옭아맸던 ‘연아의 햅틱’ 휴대폰의 약정 기간이 종료되기 때문이란다. ‘그녀’를 떠나 보내기 가슴 아프지만, 요새 잘 나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꼭 구매하고 말겠다며 다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참으로 대답하기 힘든 난감한 질문을 던진다.
“태블릿 PC처럼 화면 좀 크고 한 손으로 사용할 만한 스마트폰은 없나? 추천 좀 해주라”
내 안에 너 있다. 태블릿폰
사실 ‘태블릿폰’이라는 제품군은 아직 없다. 가뜩이나 새로운 기술,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알아듣기 힘든 용어들이 즐비한 IT 시장에 또 하나의 신제품 명칭이 등장했다. 기존 화면 크기 4인치 이하 스마트폰과 7인치 이상 태블릿 PC 중간 크기의 제품을 일컫는 말이다. 즉, 태블릿폰은 스마트폰처럼 3G/4G 이동통신과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고, 전화통화도 가능하면서 여기에 태블릿 PC처럼 시원한 가독성을 가미한 제품을 말한다. 스마트폰+태블릿 PC의 하이브리드 형태 제품이다.
노트북도 일반적으로 12인치 이하는 휴대성을, 15인치 이상은 성능을 강조한 제품군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두 제품군 사이에 있는 13~14인치 노트북은 휴대성과 성능을 적당히 버무려 놓은 제품으로 구분한다. 태블릿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의 휴대성과 태블릿 PC의 특징을 혼합한 제품이다. 혹자는 이렇게 중간 형태의 제품이 자칫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것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다 놓쳐 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그만큼 짜임새 있고, 완성도 있는 제품이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로 화면 크기를 키운 스마트폰 혹은 화면 크기를 줄인 태블릿 PC 제품이 다수 출시되고 있다. 사용자도 이런 제품 출시를 반기는 추세다. 예를 들어 9.7인치 아이패드 사용자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보조 기기로 쓰기엔 편한데, 들고 다니긴 아무래도 힘들다’라고 하고, 3.5인치 아이폰4 사용자는 ‘동영상 볼 때 조금만 더 화면이 크면 좋을 텐데…’라고 아쉬워 한다. 향후 출시될 ‘아이패드2’는 9.7인치보다 작은 사이즈로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델 스트릭 / 베뉴
오늘(22일) KT를 통해 출시한 델 스트릭(Streak)은 유일무이한 5인치 태블릿폰이다. 이미 지난해 8월 미국 시장을 필두로 출시된 제품으로 유럽을 거쳐 드디어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한 때 물량 공급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몰이를 한 제품이기도 하다. 첫 출시 제품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1.6 버전이 탑재됐지만,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안드로이드 2.2(프로요) 버전을 기본 탑재했다.
기본 사양은 퀄컴 스냅드래곤 1GHz CPU, 512MB RAM, 내장 메모리(앱 설치 공간) 2GB 등이며, 외장 마이크로 SD 메모리 슬롯을 제공한다. 제품 기본 패키지에 16GB 메모리가 포함된다(최대 32GB 확장 가능). 착탈식 배터리 용량은 1,530mAh로 제조사에 따르면 통화시간은 최대 580분, 대기시간은 최대 40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후면에는 오토 포커스 기능이 있는 500만 화소 카메라(LED 듀얼 플래시)도 탑재되어 있다. 색상은 레드, 미드나이트 블루 2가지로 출시한다. 다만, 와이파이 규격이 802.11 b/g이고, 국내 사용자가 중요시하는 DMB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안드로이드 특유의 하단 버튼이 가로보기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화면 크기가 일반 스마트폰보다 크다 보니 가로로 사용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해상도는 480x800으로 일반 안드로이드폰과 같지만, 인터넷 웹 페이지는 보다 많은 영역이 표시된다. 이 정도면 모바일 웹 페이지가 아니라 일반 웹페이지를 표시하는 데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또한 스트릭의 가장 큰 특징은 동일한 안드로이드 기기라 해도, 최적화가 잘 되어 있어 앱 관리 능력이 타 기기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애플 아이폰처럼 앱이나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델의 또 다른 스마트폰인 베뉴(Venue)도 KT를 통해 금일 세계 최초로 국내에 출시한다. 베뉴는 이미 지난 봄, 해외 웹진 ‘엔가젯’ 등을 통해 델 썬더(Thunder)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고성능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다. 당시에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최고 사양이었으며, 지금도 다른 기기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기본 사양은 4.1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해상도 480x800), 고릴라 글래스(Gorilla Glass, 긁힘이나 충격 등에 강한 강화 유리, 스트릭/갤럭시S에 사용), 안드로이드 2.2(프로요) 탑재, 퀄컴 스냅드래곤 1GHz CPU, 512MB 램, 사용자 내장 메모리 8GB, 마이크로 SD 메모리 슬롯을 제공한다(최대 32GB 확장 가능). 후면에는 오토 포커스, 얼굴 인식 기능이 있는 800만 화소 카메라(LED 플래시)도 탑재되어 있다. 배터리 용량은 1,400mAh이다.
이외에 웹 스트리밍 동영상 앱인 훌루(Hulu)를 기본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튜브 이외에도 다양한 스트리밍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TC HD2 / 디자이어HD
HTC HD2는 이미 지난 6월 SKT를 통해 출시된 제품으로, 윈도우 모바일 6.5 운영체제의 마지막 스마트폰이다. 당시에 4.3인치의 큰 화면(해상도 480x800)과 고성능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기본 사양은 퀄컴 스냅드래곤 1GHz CPU, 448MB RAM, 사용자 내장 메모리 512MB, 마이크로 SD 외장 메모리 탑재 가능, 후면 오토 포커스 기능이 있는 500만 화소 카메라(LED 플래시) 등이다. 배터리 용량은 1,230mAh로 제조사 측에 따르면 최대 통화시간 320분, 최대 대기시간 490시간, 동영상 재생 최대 8시간, 음악 재생 최대 12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탑재된 운영체제가 윈도우 모바일 6.5로, 마이크로소프트가최근 윈도우폰7을 출시하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구매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HTC는 SKT가 아닌 KT를 통해 제품을 출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그 장본인이 바로 디자이어HD이다. 과거, HTC 레전드라는 보급형 제품이 KT를 통해 선보이기도 했지만, 고가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은 처음 선보이는 것이라 출시 초기에 많은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디자이어HD에 탑재된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2.2 버전이며, 화면 크기는 4.3인치(해상도 480x800)이다. 기본 사양은 퀄컴 스냅드래곤 1GHz CPU, 768MB 램, 내장 메모리 1.5GB, 마이크로 SD 메모리 슬롯(최대 32GB 확장 가능)을제공한다. 후면에는 오토 포커스 기능이 있는 800만 화소 카메라(LED 플래시)가 탑재되어 있다. 배터리 용량은 1,230mAh로 통화시간 최대 320분, 대기시간 최대 490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HD2와 디자이어HD 두 제품 모두 4.3인치 크기로 4인치 이하 제품보다는 확실히 크고, 기본 사양도 어느 제품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또한 이 두 제품의 장점은 요즘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HTC 센스(Sense)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운영체제는 서로 다르지만, 마치 동일한 운영체제인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센스 인터페이스는 나름대로 인정할 만 하다.
팬택 베가 엑스
어제(21일) 발표한 팬택의 베가 엑스는 4인치 스마트폰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제품 중에 가장 작지만, 이 제품을 태블릿폰으로 승급(?)시킨 이유는 팬택의 발표 내용 때문이다. 팬택은 이날 행사에서 ‘태블릿폰’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향후 출시되는 ‘자사의 스마트폰은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경쟁 상대로 PC제품군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관련기사 http://it.donga.com/coverage/4070/ 를 참고). 이에 덧붙여 팬택은 태블릿폰의 시작을 베가 엑스라고 언급하며, 앞으로 출시할 제품들은 태블릿폰에 더욱 충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이어 이제 태블릿폰이 서서히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용자들의 반응도 아직까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다면, 두 마리 몫을 하는 토끼를 잡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업체의 반응도 유연하다. 각 화면 크기 별로 제품 라인업을 다양하게 편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성능 제품과 보급형 제품으로 성능과 가격을 세분화하고, 각 화면 크기 별로 사용자의 용도에 맞춘 제품을 통해 시장 공략을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지금과 같은 혹독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과연 얼마나 입지를 다질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의 토끼를 쫓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 졌으니 예의주시하면서 좋은 제품에 배팅하는 일만 남았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