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를 담는 눈 - 디지털 카메라
카메라, 즉 사진기는 렌즈를 통해 영상을 받아들여 이를 필름에 투사하고 기록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생성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은 19세기에 처음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변함이 없이 이어져왔으며, 디지털 카메라 역시 기본적인 원리는 필름카메라와 유사하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이 아닌 CCD(Charge Coupled Device)나 CMOS(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와 같은 이미지 센서(image sensor)에 영상을 투사하여 촬영하며, 메모리 카드와 같은 디지털 방식의 매체에 사진을 기록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대부분의 디지털 카메라는 본체에 전용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으므로 번거로운 현상이나 인화의 과정 없이 촬영 후 곧장 사진의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컴퓨터에서 사용 가능한 디지털 규격으로 데이터가 저장되므로 사진의 보관이나 이동이 편리한 장점도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여명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는 1975년, 미국 코닥(Kodak)의 개발자였던 스티브 새슨(Steve Sasson, 사진)이 발명했다. 이 제품은 100 x 100 해상도(1만 화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CCD를 갖추고 있었으며, 촬영된 사진은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저장했다. 다만, 제품의 크기가 지나치게 큰데다가 사진 1장을 저장하는데 23초의 시간이 걸렸으며, 열악한 화질의 흑백 사진만 기록이 가능했기 때문에 실제로 시판되지는 못했다.
실질적으로 상용화된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는 일본 소니(Sony)가 1981년에 출시한 ‘마비카(MAVICA)’를 꼽을 수 있다. 다만, 이 제품은 CCD를 통해 촬영을 한 후, 아날로그 방식의 플로피디스크로 사진을 기록하는 방식의 갖추고 있었다. 때문에 이 제품은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전자식 스틸(정지화상) 카메라(electronic still camera)’로 분류되기도 한다.
촬영뿐 아니라 기록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는 1988년에 일본 후지필름이 발표한 ‘DS-1P’이다. 이 제품은 SRAM IC 카드를 저장매체로 사용했다. SRAM은 본래 전원이 차단되면 데이터가 삭제되는 휘발성 메모리인데, DS-1P에 사용하는 SRAM IC 카드는 내부에 동전형 수은 전지가 내장되어있어 카메라의 전원을 끄더라도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촬영 즉시 컴퓨터로 사진 전송이 가능한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였던 다이캠(Dycam)의 ‘모델1(1990년)’, LCD를 갖춘 최초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인 카시오(Casio) ‘QV-10(1994년)’ 등이 연이어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때를 즈음(1995년)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우 95’가 출시되면서 개인용 컴퓨터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크게 향상되고 인터넷 이용자 역시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컴퓨터 환경의 변화는 디지털 카메라의 수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컴퓨터로 사진을 보관, 감상하거나 인터넷에 사진을 전송하고자 할 때 디지털 카메라가 있으면 매우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2000년대 이후, 필름 카메라의 이용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그 자리를 디지털 카메라가 대체하게 되었다. 필름 카메라를 생산하던 니콘이나 캐논, 올림푸스 등의 기업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주력 품목을 바꾸었으며, 소니, 파나소닉, 카시오와 같이 IT기기나 AV기기가 주력 품목이었던 기업들도 하나 둘씩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0년 현재, 필름 카메라는 생산량이 대단히 미미한 상태다.
디지털 카메라의 분류
디지털 카메라는 성능이나 구성, 그리고 가격이나 크기 등의 특성이 유사한 몇 가지 제품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2010년 현재, 일반적으로 구분하는 디지털 카메라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컴팩트(Compact) 카메라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하며, 대부분의 기능이 자동화 되어있어 조작이 쉽다.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가장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시중에 보급된 디지털 카메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간편하게 찍는 카메라라고 하여 일명 ‘똑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화질이나 연사 속도와 같은 성능적인 부분에 있어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을 원하는 전문가나 매니아가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휴대폰에 탑재되는 카메라의 성능이 점차 향상됨에 따라, 컴팩트 카메라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하이엔드(High-End) 카메라
컴팩트 카메라보다 우수한 이미지 센서와 렌즈를 갖춤과 동시에, 부가 가능도 충실한 고급형 디지털 카메라다. 기본적으로 화질이 우수하며, 컴팩트 카메라와 달리 수동 기능도 상당수 갖추고 있어서 카메라 조작에 익숙하고 관련 지식이 풍부한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하이엔드 카메라는 2000년을 전후하여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나, 보다 성능이 우수한 DSLR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05년 즈음부터 시장에서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2010년 현재, 하이엔드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와 DSLR 카메라 사이의 틈새 시장에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카메라
SLR 카메라란 렌즈와 필름 사이에 거울이나 펜타프리즘(오각형의 프리즘) 등의 광학 장치를 배치한 것이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화상을 초점 스크린에 투사함과 동시에, 렌즈에 들어온 화상을 직접 반사하여 뷰 파인더에 정확히 맺히게 하기 때문에 촬영자가 보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SLR 카메라는 제품의 크기가 크고 내부 공간에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가기능을 더할 수 있으며, 다양한 렌즈를 장착하기에도 유리하다. 대부분의 SLR 카메라는 사용자가 직접 렌즈를 교환할 수 있게 되어있으며, 장착된 렌즈의 종류에 따라 사진의 특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사진 연출이 필요한 전문가들이 애용한다.
DSLR 카메라란 이러한 SLR 카메라를 기반으로 하면서, 필름 대신 이미지 센서를 집어넣어 디지털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 중에서 가장 상위 기종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DSLR 카메라는 바디(body: 카메라 본체)와 렌즈가 분리되어 판매되는데, 제조사에 따라 바디와 렌즈를 결속시키는 마운트(mount) 규격이 다르다. 캐논의 ‘EF 마운트’, 니콘의 ‘F 마운트’ 등이 대표적인 규격이다.
미러리스(mirrorless), 혹은 하이브리드(hybrid) 카메라
DSLR 카메라와 달리, 내부에 거울이 없기 때문에 미러리스(mirrorless)라고 하며, 컴팩트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특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hybrid: 혼합) 카메라 라고도 부르는 일도 있다. DSLR 카메라처럼 렌즈의 교환이 가능하지만, 본체의 크기는 컴팩트 카메라만큼이나 작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성능 면에서 DSLR 카메라를 능가하지는 않지만 컴팩트 카메라보다는 훨씬 우수하며, 구경이 큰 렌즈를 장착하지 않는다면 컴팩트 카메라와 유사한 휴대성을 기대할 수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2008년에 출시된 파나소닉 DMC-G1, 2009년에 출시된 올림푸스 E-P1 등이 인기를 끌면서 카메라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는데, 거의 고사 상태에 이른 하이엔드 카메라 시장을 성공적으로 대체했다는 평가다.
미러리스(하이브리드) 카메라도 DSLR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마운트 규격에 따라 호환되는 렌즈가 다르다. 파나소닉과 올림푸스 제품은 ‘마이크로 포서드’ 마운트, 소니 제품은 ‘넥스’ 마운트 규격이며, 삼성전자 제품은 ‘NX’ 마운트 규격을 사용한다.
어떤 디지털 카메라를 선택할 것인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성능 및 기능 면에서는 DSLR 카메라가 가장 우수하며, 휴대성 및 편의성, 그리고 가격 면에서는 역시 컴팩트 카메라가 우위에 있다. 그리고 하이엔드 카메라 및 미러리스(하이브리드) 카메라는 그 중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DSLR 카메라를 구매하면 고품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컴팩트 카메라를 구매하면 편리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전문 지식이 없어서 무조건 ‘자동’ 모드에만 놓고 DSLR 카메라를 사용한다면 컴팩트 카메라와 별 다를 바가 없는 사진이 나올 수도 있다.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무거운 본체와 비싼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큰 낭비다.
반대로, 사진 및 촬영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전문가가 빈약한 기능의 컴팩트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도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컴팩트 카메라는 어디까지나 가볍고 편하게 일상적인 스냅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이지, 보도 사진이나 예술 사진을 찍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카메라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일단 사용자 자신의 기기 활용 능력 및 관련 지식의 정도, 그리고 사용 패턴 및 경제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