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옵티머스 시크 출시. 정말 '시크' 한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답보 상태에 빠진 LG전자가 전 세계 판매량 1,000만 대를 목표로 야심차게 출시한 옵티머스 원이 최근 누적 판매량 200만 대를 돌파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북미에서 130만 대, 국내에서 45만 대, 유럽에서 20만 대, CIS/아시아에서 5만 대를 판매했다고 한다. 지난 옵티머스 Q와 Z의 판매량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판매량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지난 14일, LG전자는 젊은 세대를 노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옵티머스 시크(Chic)를 출시했다. 옵티머스 원을 시장에 선보인지 단 2개월 만에 또 신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번 신제품 출시는 전작 옵티머스 원의 판매량 호조에 고무된 LG전자가 보다 더 타겟층을 집중한 스마트폰으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살펴볼수록 의아한 생각이 든다. 사실 옵티머스 시크나 옵티머스 원이나 같은 재원의 스마트폰이라 봐도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두 기기의 기본 사양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옵티머스 시크? 옵티머스 원?
두 제품 모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운영체제는 2.2(프로요) 버전이 탑재되어 있다. 색상도 블랙, 화이트로 똑같다(옵티머스 시크 제품에는 레드 색상이 예정이라고 한다). 퀄컴 600MHz CPU, 정전식 터치 방식이 적용된 디스플레이 크기는 3.2인치(해상도 320x480)로 두 제품이 같다. 이외에 배터리 용량은 1,500mAh, 사용자 내장 메모리는 약 400MB, 기본 제공 외장 메모리 4GB 마이크로SD 카드 지원(최대 32GB), 와이파이 802.11 b/g 규격, 3.5mm 이어폰, 블루투스, 지상파 DMB 탑재 등 대부분의 재원도 같다. 크기와 무게도 거의 같다(옵티머스 시크가 132g으로 5g 더 무거울 뿐이다).
후면 카메라가 조금 업그레이드 된 것만 빼고(옵티머스 시크 500만 화소, 옵티머스 원 300만 화소) 기본 사양만으로 보면 두 제품은 같은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2개월 간격으로 출시된 두 제품이 크게 다르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기본 사양 외에 차이점이 있다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옵티머스 시크에는 젊은 세대에게 특화된 앱이 탑재됐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위한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온스타일(OnStyle) 패션정보, CGV 영화관, 서울시립미술관 공연정보 등을 알 수 있는 ‘트랜드 카페(Trend Cafe)’ 앱이 그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초보자를 위해 ‘백업 및 복원’, ‘업데이트’, ‘자가진단’. ‘콘텐츠관리자’ 등 관리용 앱을 기본 내장했으며, PC 화면에 스마트폰 화면을 띄워 제어하는 ‘OSP(On-Sereen Phone)’, 증강현실 앱 ‘스캔서치(Scan Search)’, 카메라로 명함 등을 인식하는 ‘스마트리더(Smart Reader)’ 등 다양한 앱도 제공한다.두 제품의 출시 가격은 옵티머스 원의 경우 60만 원대, 옵티머스 시크는 70만 원대다.
옵티머스 원과 결정적인 차이점은 대체 무엇?
하지만 젊은 세대를 위한 앱을 탑재했다는 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스마트폰 앱은 기본으로 탑재되지 않아도 추후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 시크에 탑재될 앱이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되지 않거나 옵티머스 시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앱이라면 차별점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차별화를 하고 싶었다면 최근 구글에서 발표한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 버전을 기본 탑재하거나, 내장 메모리 공간을 좀더 늘리거나(오히려 옵티머스 원보다 약간 줄었다), RAM이나 CPU의 성능을 강화했어야 한다. 색상과 앱만 추가해서는 옵티머스 시크에 전작과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색상과 앱이 추가됐다는 점이 일부 구매자들에게 어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매자의 선택권이 다양해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옵티머스 원은 KT, SKT, LG U+ 이동통신 3개사 모두에서 출시했지만, 옵티머스 시크는 현재 LG U+에서만 출시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케팅으로 구매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범위가 더 작아졌다.
LG전자는 옵티머스 시크의 판촉을 위해 국내 걸그룹 중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소녀시대’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기기 자체가 아닌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는 판매정책은 한시적인 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은 옵티머스 원에 이어 옵티머스 시크도 보급형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LG전자 MC사업본부 한국 사업담당 나영배 상무는 옵티머스 시크를 출시하며 “옵티머스 시크는 젊은 스마트폰 세대를 위해 기능 및 디자인을 최적화한 제품”이라며, “LG의 기술력을 결집한 스마트폰을 지속 출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재편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글쎄다. 차라리 곧 있으면 선보일 3.8인치 크기에 듀얼칩을 탑재한 옵티머스 마하나 4인치 크기에 엔비디아 테그라2를 탑재한 옵티머스 2X(스타)가 더 기대되는 것은 왜일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