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사’가 아닌 ‘한국 기업’으로 인정받겠다 - 에이데이타 코리아 노성수 법인장

김영우 pengo@itdonga.com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국경을 넘나들며 사업을 벌이는 다국적 기업이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사업 성패 여부는 얼마나 현지화 전략에 성공하는지에 달려있다. 아무리 자국에서 호평 받은 상품이라도 소비자들의 취향과 환경이 판이하게 다른 나라에서는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한 대만의 IT기업들이 종종 이러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대만의 IT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높은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고, 덕분에 대만이나 북미, 유럽 등지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는 시장의 주류에 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은 있으나 현지화 전략을 제대로 펴지 못한 탓이다.

‘한국 지사’가 아닌 ‘한국 기업’으로 인정받겠다 - 에이데이타 코리아 노성수 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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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사’가 아닌 ‘한국 기업’으로 인정받겠다 - 에이데이타 코리아 노성수 법인장 (1)

이러한 와중, 대만의 메모리 전문기업인 에이데이타(ADATA)가 최근 대대적인 발표회를 여는 등, 한국의 USB 메모리와 메모리 카드, 그리고 외장하드 시장을 적극 공략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선봉에 서있는 사람이 에이데이타 한국 지사 노성수 법인장이다. 그가 말하는 에이데이타의 저력, 그리고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삼성전자에서 보낸 20여 년, 그리고 새로운 도전

노 법인장은 한동안 한국의 대표 IT기업인 삼성전자에서 근무했으며, 특히 재직 시절 러시아 지사장을 역임하며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동유럽에 정착시키는데 많은 기여를 한 인물이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 즈음을 떠올리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제가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러시아에 처음 파견된 것이 1992년의 일입니다. 사실 당시에는 저 같은 러시아어 전공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운 좋게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아무튼 이후 러시아에 삼성전자의 지사가 생겼지만, 설립 초기에는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거의 저 혼자 영업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몇 년을 지냈으니 자연스럽게 실력을 인정받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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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사’가 아닌 ‘한국 기업’으로 인정받겠다 - 에이데이타 코리아 노성수 법인장 (2)

이후, 그는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동남아시아의 삼성전자 지사, 그리고 한국의 본사를 아우르는 ‘마당발’ 행보를 이어가며 삼성전자 반도체의 글로벌 마케팅을 이끌었다. 그런데 그가 이러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에이데이타’라는 대만 기업의 한국 지사로 거취를 옮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전자는 세계의 수많은 업체에 OEM 형태의 완제품이나 반도체 칩을 공급합니다. 에이데이타 역시 그러한 파트너 중 한 곳이었으니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닿아있었죠. 그리고 거대 기업에 오래 있다 보니 아무래도 조직의 논리에 개인이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의 발전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09년,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에이데이타 러시아 지사의 법인장이 되었죠. 그러다 한국 지사의 법인장까지 겸하게 된 것은 2010년 6월의 일입니다.”

에이데이타라는 ‘글로벌 기업’

위와 같은 이유로 그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 에이데이타이지만, 사실 한국 소비자들에게 그다지 널리 알려진 기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에이데이타가 어떠한 회사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저력을 갖춘 회사인지 그는 자신 있게 설명했다.

“에이데이타가 대만에 처음 설립된 것이 2001년이니 그다지 역사가 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설립 5년 만에 연간 매출액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속 성장을 했지요. 2009년 기준으로 전세계 DRAM 모듈 시장에서 2위, USB 메모리 시장에서는 3위, 그리고 메모리 카드 시장에서는 5위를 차지한 업체가 바로 에이데이타라고 한다면 놀라는 한국 소비자들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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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사’가 아닌 ‘한국 기업’으로 인정받겠다 - 에이데이타 코리아 노성수 법인장 (3)

그의 설명대로 에이데이타가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활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시장에서 에이데이타의 USB 메모리나 메모리 카드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에이데이타 코리아가 설립된 것이 2009년의 일이고, 본격적인 소비자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 2010년 10월일 정도로 진출이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노 법인장은 답변을 이어갔다.

“한국 시장 진출이 너무 늦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합니다. 그리고 대만의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에 비해 해외 시장 개척에 소극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에이데이타라는 기업 자체의 설립이 2001년이었으니 그 동안 회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한국 지사 설립의 배경에는 2008년 즈음의 세계적인 금융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이 시기에 사업 규모를 축소할 때 오히려 에이데이타는 투자를 늘렸으며, 에이데이타 코리아의 설립도 그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에이데이타는 설립 이후 계속 고속 성장을 했습니다만, 세계적인 금융 위기 때문에 2008년에는 매출액이 크게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에이데이타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이 시기에 오히려 대대적으로 설비 투자를 하고 해외 지사를 다수 설립했습니다. 한국 지사 역시 이 즈음에 세워졌지요.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이 효과를 내서 2009년부터 다시 매출액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올 2010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제가 삼성전자를 떠나서 에이데이타로 오게 된 이유로 이러한 회사 특유의 발전 가능성도 한 몫을 했지요”

뒤늦은 시장 진출, ‘정공법’으로 극복할 것

시장 진입이 늦은 만큼, 에이데이타 코리아는 할 일이 많다. 특히 주력 상품인 USB 메모리와 메모리 카드의 경우, 한국에선 수많은 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일단은 치밀한 시장 조사가 필수일 터. 노 법인장이 분석한 한국 시장의 특성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은 무엇일까?

“한국 소비자들은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요구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더욱이, 시장의 흐름도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공략하기가 까다롭죠. 그래서 일단은 당장 수익을 내는 것 보다는 에이데이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것은 비단 에이데이타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문에 평범한 방법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터. 그런데 노 법인장이 말하는 에이데이타 코리아의 시장 공략 방법은 의외로 ‘정공법’ 이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있어 특별한 비법은 따로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정공법’으로 나가려 합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저희가 현재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 브랜드 홍보관인 ‘에이데이타 플라자’를 오픈한 것이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A/S 측면에서도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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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사’가 아닌 ‘한국 기업’으로 인정받겠다 - 에이데이타 코리아 노성수 법인장 (4)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A/S를 충실히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여기에 차별화까지 시도한다는 것은 선뜻 와 닿지 않는 이야기다. 노 법인장은 에이데이타 코리아 특유의 A/S 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에이데이타 코리아가 생기기 전에도 한국 시장에 에이데이타의 제품이 비공식적으로 수입, 유통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품들의 경우, 정식 지사가 생기면 A/S를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지요. 그리고 정식 수입된 동일한 제품이라도 유통사나 총판이 다르면 각각 A/S 센터가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에이데이타 코리아는 비공식적으로 유통된 제품은 물론, 유통사나 총판이 다른 제품이라도 차별 없이 동일한 A/S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렇게 하면 약간의 비용적인 손실은 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시장에 특화된 제품 자체 생산할 것

마케팅이나 A/S도 중요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느냐의 여부다. 특히, 해외에서 많이 팔린 제품이라도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사정에 맞는 제품의 선별은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에이데이타 코리아는 상당히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세워두고 있었다.

“현재 에이데이타는 대만과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고, 또 적절한 시기에 공급하기에 애로가 있지요. 사실 이는 해외에 본사를 둔 한국 지사들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입니다.사실 한국 지사라고는 해도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국 내에 유통시키는 것 외에 별다른 역할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이데이타 코리아는 현재 한국 시장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생산 역시 한국에서 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제품을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에이데이타 코리아 노성수 법인장은 IT동아의 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인사말을 남겼다.

완전한 한국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

“글로벌 기업이라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진출이 늦어지게 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고, 단순히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다른 해외 기업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에이데이타 코리아는 한국 시장에 대한 끊임 없는 재투자를 이어가며 완전한 한국 기업이 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를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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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대만 기업의 한국 지사가 아닌 ‘완전한 한국 기업’이 되고자 한다는 에이데이타 코리아. 노 법인장은 언젠가 에이데이타 코리아를 코스닥에 상장시키는 것도 막연한 꿈은 아니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에이데이타 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그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 지 주목해볼 따름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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