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070 공유기, 이젠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콸콸콸~’, ‘올레~’ 요즘 TV를 켜면 자주 접하는 것이 바로 각 이동통신사의 무선 데이터 통신망 광고다. SK텔레콤은 매월 5만 5천원 이상의 데이터 정액 요금제를 신청하면 용량 제한 없이 전국 3G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이른바 ‘콸콸콸’ 마케팅을 펴고 있다. KT는 이에 맞서 전국적으로 4만개에 달하는 와이파이(Wi-Fi) 존을 설치, 자사 가입자들이 최대한 많은 장소에서 무료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른바 ‘올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치열한 무선 데이터 통신망 경쟁에서 소외된 세력이 있으니 바로 제 3위의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LG U+)다. 3위라고는 하지만, 890만 명에 이르는 이동통신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LG유플러스의 행보는 너무나 잠잠했다.
이는 LG유플러스의 애매한 위치 때문이기도 했다. 무선 데이터 통신망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가입자 수(2010년 3분기 기준, SK텔레콤 330만, KT 230만, LG유플러스 40만) 면에서 LG유플러스는 양사에게 크게 뒤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방법으로 경쟁해서는 투자 대비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가 가지지 못한 이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070 인터넷 전화 사업이다. 2010년 11월 현재, LG유플러스의 070 인터넷 전화 가입자 수는 약 250만 명으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070 인터넷 전화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와이파이 신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LG유플러스의 070 인터넷 전화에 가입한 가정에는 자사의 AP(Access Point), 즉 무선 공유기도 함께 설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의 070 인터넷 전화 보급이 늘어나면서 LG유플러스의 AP 역시 전국 곳곳에 많이 펴져있는 상태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사용해 본 사용자라면 알겠지만, 주변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검색해보면 ‘myLGNet’이라는 이름의 와이파이 신호가 잡힐 때가 상당히 많다. 이는 부근에 LG유플러스의 AP가 설치되어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배경 속에, 지난 29일, LG유플러스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플러스존(U+zone)’이라는 이름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그 동안 가정에 공급한 070 인터넷 전화용 와이파이 AP 100만개와 자사 와이파이존 1만 6천개를 통합 관리하여,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통신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와이파이망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LG유플러스의 OZ(데이터 이동통신) 요금제에 가입한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유플러스존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다른 이동통신에 가입한 사용자라도 LG 유플러스의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면 역시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그리고 그 외의 사용자들도 내년 3월이 되면 일정 요금을 지불하여 유플러스존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LG유플러스의 이러한 결정은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비용은 아끼면서 효과는 최대한으로 높이고자 하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LG유플러스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유플러스존의 숫자는 전국적으로 96만 곳에 달하는데, 단순 숫자로만 따지면 KT에서 제공하는 ‘올레 와이파이존(4만 2천 곳)’의 25배에 달하는 것이니 결코 효과가 적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데이터 통신 속도나 품질, 안정성 면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070 인터넷 전화 가입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AP를 공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보니 기존 사용자에게 적지 않은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하나의 AP에 여러 사용자가 몰리다 보면 전반적인 데이터 전송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전에는 멀쩡히 잘되던 가정용 070 인터넷 전화기나 초고속 인터넷이 갑자기 뚝뚝 끊기거나 느려지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점에 대해서 LG유플러스는 와이파이 AP를 보유한 이용자와 유플러스존 이용자의 인터넷 트래픽을 엄격하게 분리 운영하며, LG유플러스 관리시스템을 이용한 와이파이 AP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최적의 망상태를 유지함과 동시에 장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담부서를 운영할 것이기에 기존 이용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인터넷 품질도 문제지만 보안적 문제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같은 AP에 연결된 다른 기기로 침투하여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담긴 데이터를 해킹 하거나 인터넷 전화기의 통화 내용을 도청하는 사례가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스마트폰과 AP 사이의 무선 구간에는 접속할 때마다 암호화된 키(Key) 값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WPA2(Wi-Fi Protected Access Version 2)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데 이어, 스마트폰과 인증서버간의 유무선 구간에는 802.1x 사용자 인증 체계를 도입하는 등 다중 보안 장치를 적용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품질이나 보안뿐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기존 070 인터넷 전화 가입자 대부분이 이와 같은 AP 사용 공유에 동의했다고 LG유플러스측은 밝혔는데, 엄밀히 말해 이는 사용자가 일일이 동의했다기 보다, AP 공유를 원하지 않는 사용자가 반대 의사를 표하는 방식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즉 AP 공유가 뭔지 잘 모르는 일반 사용자들이 나중에 자신의 AP가 외부에 공개된 사실을 알게 되면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LG유플러스가 고심 끝에 구축한 전국 와이파이망은 기존 고객들의 자원을 빌어 완성되는 형태가 되었다. LG유플러스가 공언한 것처럼 이로 인해 모든 사용자들이 윈-윈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설픈 운영으로 기존 고객들의 신뢰까지 깎아먹게 된다면 그 동안 쌓아 올렸던 LG유플러스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줄 가능성도 있다. 만년 3위 LG유플러스가 이번 결정으로 인해 도약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