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그래픽카드 없이도 3D 게임 가능한 2세대 코어 시리즈 CPU 소개
2010년 11월 현재, 시장에서 주력으로 팔리는 PC들은 코어 i3 / i5 / i7을 비롯한 인텔의 코어 시리즈 CPU를 탑재한 제품들이다. 그중 코어 i3와 코어 i5 중 일부 모델은 CPU 내부에 GPU(Graphic Processing Unit: 그래픽카드의 핵심 칩)를 함께 가지고 있어서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꽂지 않아도 화면 출력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었다. 때문에 이러한 CPU는 PC 구성 시, 그래픽카드 가격만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저렴하게 PC를 장만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했다.
하지만 이러한 CPU 내장 그래픽 기능은 별도의 그래픽카드에 사용하는 GPU에 비해 3D 그래픽 성능이 낮은 편이라서 게임을 즐기는 데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당수의 게임 매니아들은 그래픽 기능이 내장된 CPU를 쓰고 있음에도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따로 장착한 PC를 구매해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인텔은 내장 GPU 성능을 강화한 새로운 CPU를 준비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샌디브리지(Sandy Bridge)’라는 코드명으로 개발 중인 2세대 코어 시리즈이며, 2011년 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11월 4일, 인텔의 한국 지사인 인텔코리아는 각종 매체의 기자단을 상대로 현재 개발 중인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과 특징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모델 번호 자릿수와 로고도 바뀐 2세대 코어 시리즈
이날 소개된 2세대 코어 시리즈의 제품명은 이전 제품과 마찬가지로 보급형은 ‘코어 i3’, 중급형은 ‘코어 i5’, 그리고 고급형은 ‘코어 i7’이다. 하지만, 기존의 제품들이 ‘코어 i7-870’과 같이 세 자리 수의 모델 번호를 가지고 있던 것에 달리, 2세대 코어 시리즈는 ‘코어 i7-2600’과 같이 네 자리 수의 모델 번호가 부여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제품을 상징하는 로고의 디자인이 바뀐 점도 눈에 띈다.
CPU와 같은 반도체는 제조공정이 미세해질수록 내부의 소자들을 조밀하게 배치할 수 있어 보다 고성능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2세대 코어 시리즈 32nm(1nm는 10억 분의 1m) 공정으로 제조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사용중인 1세대 코어 시리즈의 경우, 2008년에 나온 초기 제품이 45nm 공정, 2010에 나온 후기 제품이 32nm 공정으로 생산되었으니 2세대 코어 시리즈 역시 2012년 즈음이면 보다 공정이 미세해진 신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3D 게임뿐 아니라 동영상 성능도 강화된 내장 GPU
2세대 코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내장 GPU가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기존 1세대 코어 시리즈에 내장된 GPU는 인터넷이나 문서 작성과 같은 2D 그래픽 작업이나 간단한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데 적합했으나, 2세대 코어 시리즈의 내장 GPU는 본격적인 3D 게임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2세대 코어 시리즈에 내장되는 GPU는 데스크탑용인 ‘인텔 HD 그래픽스 2000 시리즈’와 노트북(모바일)용인 ‘인텔 HD 그래픽스 3000 시리즈’로 나뉘는데, 성능은 노트북용인 인텔 HD 그래픽스 3000 시리즈가 더 높다. 이에 대해, 데스크탑의 경우는 내장 그래픽의 성능이 부족하면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꽂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만, 노트북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인텔의 관계자는 밝혔다(요즘은 데스크탑보다 노트북 시장이 더 크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2세대 코어 시리즈에 내장되는 GPU는 3D 게임 성능뿐만 아니라 동영상 관련 기능도 갖췄다. ‘인텔 퀵 싱크 비디오 기술(Intel Quick Sync Video Technology)’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동영상을 재생이나 인코딩(encoding: 규격 변경) 작업에 특화된 기술로, 위와 같은 작업을 할 때 CPU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성능 효율은 높인다. 때문에 이 기능을 사용하면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하면서도 HD급의 고화질 동영상을 부드럽게 재생할 수 있고, 대용량의 동영상 파일을 인코딩할 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터보 부스트 2.0으로 추가적인 성능 향상 노려
또한, 2세대 코어 시리즈는 1개의 다이(die: 회로판)에 CPU 코어 및 GPU 코어, 그리고 캐시(cache: 코어와 다른 부품들 사이의 속도 차이를 줄이는 임시 저장소)및 메모리 컨트롤러(controller: 제어기), PCI 익스프레스 x16(외장 그래픽카드를 꽂을 때 주로 사용하는 슬롯) 컨트롤러 등이 모두 집적되어 있다. 이들은 링(ring) 형태의 유기적인 연결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성능과 자원을 공유하여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의 코어 시리즈에 처음 적용되어 관심을 모은 터보 부스트(Turbo Boost) 기술이 ‘2.0’으로 업그레이드된 것도 특징이다. 터보 부스트 기술이란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할 때 CPU의 클럭(clock: 동작 속도)를 기준치 이상으로 높여 작업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2세대 코어 시리즈에 적용된 터보 부스트 2.0은 운영체제 부팅 과정이나 프로그램 실행 과정과 같이 순간적이지만 극히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할 때, 단시간 동안 해당 CPU의 클럭을 TDP(Thermal Design Power: 열설계전력)를 넘는 정도까지 높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TDP를 넘는 수준까지 클럭을 높이면 반도체의 내구력을 낮출 수도 있지만, 아주 순간적으로만 이 기능이 발휘되고, 열 배출 및 전력 공급 구조가 잘 갖춰진 CPU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인텔의 관계자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2세대 코어 시리즈는 인텔 AVX(Intel Advanced Vector Extension)라는 명령어를 내장하게 되는데, 이는 그래픽 및 사운드 생성, 과학 시뮬레이션, 재무 분석 등의 작업을 보다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갖췄다, 인텔 AVX는 현재 사용 중인 운영체제에서는 사용할 수 없지만, 2011년 초에 나올 예정인 윈도우 7 서비스팩 1에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사실 이날 행사에서는 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한 노트북을 이용한 신작 게임 구동 및 동영상 인코딩 테스트도 시연되었다. 다만, 아직 제품이 개발 과정에 있고, 아직은 노출할 수 없는 정보도 있기 때문에 테스트 결과에 대해서는 공개를 자제해달라는 인텔 측의 부탁이 있었다.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 등을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코어 시리즈에 비해서 전반적인 성능, 특히 3D 게임 구동 능력이 향상된 것은 확실한 듯했다.
그리고 현재, 인텔의 경쟁사인 AMD에서도 CPU와 GPU가 융합된 ‘퓨전(Fuzion)’ 칩을 개발 중에 있다. 양사의 제품 중에 어느 쪽이 보다 나은 성능을 보여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무튼 CPU와 GPU의 결합이 현재의 추세임은 분명하다. 양사의 발전적인 기술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