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마우스처럼 사용하는 애플 매직 트랙패드
2010년 10월 8일, 애플은 기자 간담회를 가지고 애플 매직 트랙패드(Magic Trackpad)를 선보였다. 사실, 매직 트랙패드는 그렇게 신기한 새로운 신제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냥 애플의 노트북인 맥북, 맥북 프로, 맥북 에어의 트랙패드에 담겨있는 멀티터치 기술을 아이맥(iMac) 등과 같은 맥 운영체계가 설치된 데스크탑(이하 Mac)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주변기기로 봐도 무방하다(윈도우 운영체계가 설치된 데스크탑에서는 제 기능을 다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Mac에서 매직 트랙패드를 사용하면 상당히 편리하다. 애플이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손가락을 마우스처럼 사용한다
노트북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면 손가락을 마우스처럼 사용한다는 것이 대략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하지만, 노트북 사용자라고 하더라도 데스크탑에서는 무조건 마우스를 사용해왔다. 이는 기존 Mac 사용자도 마찬가지. Mac의 마우스(매직 마우스)는 우리가 흔히 보는 윈도우용 마우스와는 그 사용방법이 약간 다르지만 결국 마우스를 통해서 PC를 조작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 애플은 매직 트랙패드를 데스크탑과 연결해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마우스가 없어도 오로지 손가락으로 모든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애플 멀티터치 기술로 여러 편리한 기능을 소개하며 장점을 알렸다.
일반적인 사용 방법은 노트북의 터치패드를 떠올리면 된다. 윈도우 운영체계와 연결해서 사용해도 기존 노트북에서 사용하는 터치패드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한다. 하지만, 아이맥과 연결해 사용하면 애플만의 편리한 여러 멀티터치 기능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 손가락으로 아래로 내리면 아이맥에서 실행 중인 프로그램이 아래쪽으로 정리되어 내려간다. 다시 원래대로 돌릴 때는 한 번 더 아래로 내리면 된다. 네 손가락으로 위로 올리면 실행 중인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깨끗한 바탕화면을 볼 수 있다. 오른쪽으로 쓸면 실행 중인 프로그램이 가운데 팝업 창으로 뜨고, 이 상태에서 두 손가락으로 좌우로 움직이며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두 손가락을 이용해 위아래로 움직이면 프로그램의 상/하 스크롤 기능을 지원하고, 두 손가락을 벌리거나 오므리면 확대/축소되는 기능도 지원한다(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에서의 상황을 떠올려보라). 실행 중인 프로그램의 크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매직 트랙패드를 두 번 클릭하고 위아래로 스크롤하면 된다. 또한, 사진을 볼 때는 세 손가락으로 옆으로 밀면 다른 사진을 넘길 수 있으며, 사진을 선택해서 벌려 확대하고 난 후 두 손가락으로 확대한 위치를 옮길 수도 있다. 아이팟 나노에서 선보인 좌우로 90도씩 사진을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컨트롤 키를 누르고 매직 트랙패드에서 두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프로그램 화면이 아닌 전체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입력 방식 기능은 설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설정 프로그램 안에는 사용 방법이 동영상으로 마련되어 있어 보면서 쉽게 이용 방법을 알 수 있다.
블루투스 무선 연결 방식이라 깔끔하고, 반경 10m 이내에서는 어디에서든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 중 하나. 매직 트랙패드는 현재 9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애플 매직 트랙패드의 다양한 멀티터치 입력 방식과 기능은 맥북 사용자라면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팟 사용자도 이러한 애플 멀티터치 입력 방식에 익숙하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파고든 애플의 다양한 멀티터치 입력 방식을 데스크탑에도 적용해 ‘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애플은 언제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중요시해 온 업체라는 것이 새삼 떠올랐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직 트랙패드의 ‘다양한 기능’이 오히려 ‘복잡한 사용법’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아무리 동영상으로 설명해준다고 한들 이를 제대로 쓰려면 방법과 기능들을 다 알고 있어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애플에서 추구해왔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라 한두 번 써보면 설명이 없어도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었기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