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PC용 파워서플라이 등급, '80 플러스 골드'에 주목
[IT동아]
PC 내 모든 부품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는 PC 시장에서 유행을 잘 타지 않는 편이다. CPU(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저장장치 등과 달리, PC 성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데다, 전원 공급 부품의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 출력 용량과 편의성 등에 초점을 두고 구매하기 때문이다. 뚜렷한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점도 유행을 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 파워서플라이 시장에 최근 들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출력 효율의 지표 중 하나인 '80 플러스(80 PLUS)' 등급 선호도가 '스탠다드(STANDARD)'에서 '골드(GOLD)'로 옮겨간 것이다. 현재 80 플러스 등급은 부하에 따른 효율에 따라 '스탠다드'부터 '티타늄(TITANIUM)'까지 6단계로 분류된다. 골드 등급이면 효율 87~90% 가량으로 제법 고가 제품에 속한다.
80 플러스 스탠다드 등급도 전구간 최소 80% 효율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실사용에 크게 부족하진 않다. 그럼 왜 소비자는 '80 플러스 골드' 등급의 파워서플라이를 더 선호하는 것일까?
80 플러스 골드가 주목받는 이유
80 플러스 등급은 파워서플라이가 얼마나 높은 효율을 제공하는가를 가늠하는 인증 프로그램이다.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많은 파워서플라이 제조사가 자사 신제품을 의뢰해 테스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스탠다드부터 플래티넘까지 등급을 세분화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80 플러스 효율 등급은, 세 가지 부하 구간(20%, 50%, 100%)에서 모두 80% 이상의 효율을 낼 때 받는 스탠다드 등급이다. 당연히 등급이 올라갈수록 요구 조건은 까다로워지며, 80 플러스 골드 등급에 이르러서는 전압에 따라 87~92%의 효율을 제공해야 된다.
80 플러스, 그 중에서 골드 등급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일단 가격대비 성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과거 80 플러스 골드 등급 제품은 여느 파워서플라이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비쌌지만, 현재는 10만 원대 전후로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기술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진 덕분이다.
골드 등급의 이점은 높은 출력 효율에만 있지 않다. 출력 효율을 좀더 확보하기 위해 고급 부품으로 구성되고, 다양한 보호장치를 가미해 장시간 PC 운영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스탠다드 등급 파워서플라이는, 전 부하구간에서 80% 이상 효율을 내면 된다. 최근 파워서플라이 제조 기술은 역률보정이나 구성 부품의 고성능화로 인해 80% 효율 정도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 스탠다드 등급이라도 내부적으로는 85% 효율을 내야 받을 수 있는 '브론즈(BRONZE)' 등급 수준의 제품도 다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골드 등급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효율 88~92%(230V 기준)를 달성해야 하는데, 효율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부품과 회로로 구성된다. 언급한 대로 파워서플라이는 꾸준히 상향평준화 추세를 보이지만, 초고효율 영역에서는 설계에 따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효율이 높으면 소비자에게 어떤 점이 좋을까? 만약 출력량은 동일하지만 효율이 다를 경우, 장기적으로는 고효율 파워서플라이가 더 여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효율이 가장 좋은 30%~50% 부하 구간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800W(와트) 출력의 80 플러스 스탠다드 등급 제품과 골드 등급을 비교해 보자. 스탠다드는 모든 부하에서 80% 가량 효율을 내지만, 골드 등급은 20% 부하에서 88%, 50% 부하에서 92% 효율을 낸다. 설령 일부 스탠다드 제품이 20~50% 부하에서 85% 가량의 효율을 내더라도, 어쨌든 80 플러스 골드 효율에는 미치지 못한다.
800W에서 50% 부하가 인가됐다고 했을 때, 80~85% 효율인 스탠다드 등급의 예상 소비전력은 470~500W 수준이다. 반면, 88~92%의 효율을 내는 골드 등급의 파워서플라이는 435~455W 정도로 낮아진다. PC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고효율 파워서플라이를 사용함으로써 전력 소모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는 이야기다.
80 플러스 골드 파워서플라이 시장은?
80 플러스 6등급 중 상위 등급으로 분류된 골드 인증이 국내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는 점은, 고효율 파워서플라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게이밍 PC 외에도, 인공지능/머신러닝/딥러닝 분야의 고부하 연산작업 PC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시스템 소비전력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고출력 파워서플라이를 장착하기 보다는, 좀더 안정적으로 PC/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 고효율 등급의 파워서플라이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파워서플라이 업계도 80 플러스 골드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주요 업체인 시소닉, 에너맥스, 안텍, FSP 등은 700W~800W 출력 기반의 파워서플라이를 주력 제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케이블을 연결하는 모듈러 방식을 적용해 편의성을 제공하는 파워서플라이도 있다.
국산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닉스는 여러 파워서플라이 신제품을 공급하며 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골드 등급 파워서플라이를 누구라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격 요소를 고려한 '클래식 II 골드', '쿨맥스 익스플로러', 기본에 충실한 가성비 모델인 '클래식 II 골드 풀모듈러' 라인업, 작은 크기로 PC 구성 편의성을 강화한 '퍼포먼스 II 125mm' 등을 공급하고 있다. 튜닝 PC 사용자에겐 '클래식 II 골드 풀모듈러 화이트'가 적합하다.
또한, 마이크로닉스는 쿨맥스 익스플로러를 제외한 골드 등급 파워서플라이에는 12V 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2세대 GPU-VR 기술을 적용했다. 내외부 과도한 전압 혹은 전류 인가를 방지하는 과전압(OVP)·과전류(OCP) 기능, 사용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저전압(UVP), 과열(OTP)과 과부하(OPP), 단락(SCP) 기능 등의 안전/보호장치도 추가했다.
PC 시스템은 매년 성능이 높아짐에 따라 전력소모 또한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는 그저 요구 출력에 맞는 파워서플라이를 장착하면 그만이지만, 일반적인 5년 내외의 PC 교체 주기를 고려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유리하다. 약간의 전력소모 차이로 누진제 또는 기타 비용 증가로 이어지거나, 안정성 저하로 인해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CPU가 인간의 두뇌에 해당된다면, 파워서플라이는 PC 구석구석에 전력을 공급하는 심장과 같다. 안정적인 파워서플라이를 선택해야 하는 근본 이유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