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 V.C 탐방] 아이엠비디엑스 "혈액만으로 암을 진단합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큐베이팅’과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하 SBA)은 서울시에 있는 우수한 중소기업을 ‘하이서울기업’으로 인증해 지원하고 있다. 2021년 기준 985개사가 하이서울기업으로 활동 중이다.
SBA는 무엇보다도 우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을 서로 연결해 협업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전통적인 대면 네트워킹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BA는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 하이서울 V.C(Virtual Cluster)를 마련했다.
하이서울기업을 한곳에 모은 하이서울 V.C에서는 누구나 기업 정보를 확인하고 협력이나 제휴 제안을 할 수 있다. 영어 페이지도 제공해 해외 바이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인 만큼, 공간과 시간의 제약도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춘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클러스터인 셈이다. 이에 IT동아에서는 하이서울 V.C에 입주해있는 기업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이번 시간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euncing, 이하 NGS) 기반 액체생검 플랫폼을 개발해 상용화한 아이엠비디엑스(IMBdx)를 만났다. ‘내 피 안의 진단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In My Blood Diagnostics(Dx)’를 줄인 이름처럼 액체생검 혈액 내 암세포로부터 떨어져 나온 DNA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혈액만으로 암 조기진단부터 예후 예측까지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아이엠비디엑스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김태유 대표(이하 김 대표): 아이엠비디엑스는 암 환자의 혈액으로부터 암을 정밀 진단하는 NGS 기반 액체생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NGS 기반 암 진단용 액체생검 플랫폼으로는 국내 최초로 일선 대학병원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T동아: 액체생검 플랫폼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김 대표: 우리는 NGS 기반 다중마커 액체생검 플랫폼인 알파리퀴드(AlphaLiquid, 이하 AL) 플랫폼을 개발 및 상용화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암 환자의 혈액으로부터 순환 종양 DNA(Circulating tumor DNA, 이하 ctDNA)를 검출하고 여기에 NGS를 적용해 얻은 유전정보를 생명 정보 분석한 진단 결과를 제공한다.
AL 플랫폼은 암의 종류와 종양의 크기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환자의 유전적 변이에 따라 높은 치료 효과가 예상되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더 나아가 임상 정보까지 제공되는 정밀 진단용 플랫폼이다. 검사에 활용되는 타겟 유전자와 대상 암종에 따라 ‘AL 10’, ‘AL 100’, ‘AL 1000’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수술 및 항암치료 이후, 예후 예측을 위한 미세 잔존암 분석 제품인 ‘AL 디텍트(AL Detect)’, 조기진단용 제품인 ‘AL 스크리닝(AL Screening)’을 추가 개발하며 암의 전 주기에 대한 액체생검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AL 100 제품은 글로벌 액체생검 선도기업의 제품과 동등 수준의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표적항암제나 임상시험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시약 등의 국산화를 통해 검사 비용을 반 이상 낮추며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AL 10, AL 100 제품의 임상검증을 마치고 NGS 기반 암 진단용 액체생검 플랫폼으로는 국내 최초로 임상 적용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우리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만 기업과의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헝가리, 스페인, 싱가포르의 바이오 기업 및 암센터 등과 협력을 위해 논의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면역항암제 개발용 동반진단 플랫폼으로서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2020년 12월 보령제약과의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국내외 제약사들과 공동연구 협약을 논의하며 매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IT동아: 아이엠비디엑스는 언제 설립했는지,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떤지 궁금하다.
김 대표: 아이엠비디엑스 설립은 2018년이다. 저는 서울대 암병원장과 정밀의료센터장을 역임했고, 공동 창업자인 방두희 연세대 교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NGS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개발하며 핵심기술을 보유한 전문가다. 여기에 경영 전문가인 문성태 공동대표가 경영총괄로 참여하며 함께 창업했다.
우리는 2014년부터 혈액으로 암 진단이 가능한지, 또 유전체 변이 분석을 통해 암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축적된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주고 임상적으로 쓰일 수 있을 만큼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사업화 계획을 세웠다.
2020년 8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여 국내 10여 개 대형병원과의 협력 연구인 ‘10K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AL 액체생검 플랫폼의 국내외 확산을 가속하였다. 또 올해 5월에는,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208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특히 미국 임상의 그룹이 주요 투자자로 있는 해외 투자사가 함께하며 해외에서도 그 기술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NGS 기반 다중마커 액체생검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과 미세 잔존암 확인 및 종양 조기진단용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동아: 기업 성장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는가?
김 대표 : 실제 임상에서 액체생검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인허가를 획득한 국내기업이 없었다. 이러한 실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NGS 임상검사실 인증 또는 보건복지부의 NGS 패널 실시 승인기관 인증을 획득한 일부 기관에 한정하여 검사실 자체 개발 검사(Laboratory Developed Test)로서 액체생검 플랫폼을 공급할 수 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NGS 기반 액체생검 플랫폼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식약처 체외진단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하기 위해 지난 5월 기술문서를 제출했다. 현재 식약처와 활발히 논의하며 절차를 진행 중이다. 동시에 기관 자체적으로 유전체 분석 및 액체생검 역량을 확보해 차별화하고자 하는 중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액체생검 플랫폼을 공급함으로써 초기 매출을 발생시키고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IT동아 : 국내외 시장 개척, 판로 확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 궁금하다.
문성태 대표(이하 문 대표) : 아이엠비디엑스의 주요 매출은 국내 대형병원과 제약사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에서 검증을 마치고 임상 적용을 시작했으며, 계속 임상 적용 기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자체 검사가 여의치 않은 의료기관이 수탁 기관에 서비스를 의뢰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구축하였다.
액체생검 프로파일링 및 모니터링 분야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20조 원 수준이다. 재발 조기진단 분야는 30조 원, 조기진단(스크리닝) 분야는 50조 원의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장 개척 및 확대를 위해서는 액체생검 조기진단 기술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아이엠비디엑스는 혈액에 떠다니는 DNA 중 0.1% 비율로 존재하는 극미량의 ctDNA 검출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조기진단 기술 개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조기진단용 플랫폼 AL 디텍트, AL 스크리닝 개발에 주력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하이서울 V.C를 통해 당사 AL 플랫폼에 대한 소개 및 성능 데이터를 제공해 우리 플랫폼을 공급하고자 하는 해외 유통업체 및 의료 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자 한다. 또한 의약품 개발 및 임상 과정에서 중요성이 커진 동반진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기회도 모색할 계획이다.
IT동아: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영업이 필요한 업계는 타격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 아이엠비디엑스도 그런 어려움은 없었나?
문 대표: 병원 출입 및 의료진 면담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어 의료 기관 대상 영업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 다만, 담당 교수님들께 미리 메일을 보내 방문 영업의 필요성과 당사 NGS 기반 액체생검 플랫폼의 우수성 등을 미리 안내한 후 의료진의 수요에 따라 약속된 시간에 방문하여 면담 진행하는 방식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IT동아: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문 대표: 국내 대형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연내 1만 건의 암 진단 데이터를 확보해 조기진단 플랫폼 개발 속도를 가속하려고 한다. 2023년 상용화가 목표다. 또한 더욱 효율적인 검체 분석을 위해 국내 중·대형병원 중 자체 액체생검 역량을 요구하는 병원을 서비스 거점 병원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지방 사무소를 개설해 지방 대형병원에도 활발히 영업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다년간의 국내 경험을 통해 확보한 임상 검증 결과와 논문자료를 바탕으로 해외 의료기관 대상 매출을 확대하고, 국내외 제약사들과의 협업으로 동반진단용 플랫폼 공급을 추진하기 위해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조기진단 플랫폼을 바탕으로 ‘NGS 기반 액체생검 조기진단’ 분야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액체생검 선도주자로 발돋움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