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처를 점과 호박으로 어루만진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IT 동아] 쿠사마 야요이는 일본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인 그녀는 세계 각국의 수집가와 예술가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됩니다. 예술품 경매 기록 기업 아트프라이스(Artprice)가 낸 보고서 '2020년 경매 수익 상위 500위에 든 파인아트 예술가(Top 500 Artists by Fine Art Auction Revenue in 2020)'를 보면, 그녀의 작품은 2020년 6,581만 4,064달러, 약 769억 원의 수익을 올려 19위에 올라습니다.
2020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은 2014년작 'A-Pumpkin-SPW'입니다. 2020년 12월 2일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최고 추정가의 2배가 넘는 3,865만 홍콩 달러, 약 58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A-Pumpkin-SPW'는 쿠사마 야요이의 상징적인 모티프(Motif, 창작의 동기가 되는 충동)인 물방울 무늬 호박과 복잡한 그물망을 결합한, 보기 드문 작품 중 하나입니다. 구상과 추상 사이의 모호한 경계 아래에서 그녀는 점 무늬를 매우 신경 써서 그려 호박의 오돌도돌한 표면을 묘사했습니다.
위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 쿠사마 야요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개 ‘호박’과 ‘점’이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그녀는 회화나 프린트, 조각이나 설치 등 다양한 장르와 수단으로 호박을 표현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가 호박과 무한한 점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녀는 학대와 집착 등 불우한 가정 환경 아래에서 자랐습니다. 강박 신경증과 불안 신경증, 편집증을 앓던 그녀는 착란 증세까지 보였는데, 그 때 환영으로 둥근 점을 봤다고 합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붉은 꽃들이 수놓인 식탁보를 본 뒤 그녀는 신비한 경험을 합니다. 식탁보의 무늬와 색깔이 잔상이 돼, 그녀가 보는 모든 곳에 남아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쿠사마 야요이는 어떤 문양이나 요소를 반복해 표현하면서 자신의 머리 속에 가득 찬 이미지를 쏟아냈습니다. 강박적인 점의 반복과 증식은, 그녀의 작품 전반에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어릴 때부터 호박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부모가 큰 농장을 운영했기에, 그녀는 다양한 동식물과 함께 자랐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별나게 사랑한 것이 호박이었습니다.
그녀는 "호박은 사랑스럽습니다. 놀랍도록 야생적이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끊임없이 사로잡습니다. 저는 호박을 좋아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선지 호박은 쿠사마 야요이의 초기 연습작, 1940년대 후반 교토시립미술공예학교에서 그린 작품에서부터 등장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쿠사마 야요이. 그녀의 작품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돼 전시 중입니다. 2017년 그녀는 일본 도쿄에 '쿠사마 야요이 미술관’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지금도 병원과 병원 근처에 마련한 작업실 ‘쿠사마 스튜디오’를 오가며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 / 아트파이낸스그룹 류지예 팀장
※ 아트파이낸스그룹은 뉴노멀 시대를 맞아 금융의 영역을 예술 산업으로 넓혀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위험 대비 수익을 제공할 투자처를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 예술금융 교육, 다양한 세미나도 엽니다. 주 업무는 예술품 거래 데이터 분석, 예술 부문 비즈니스 컨설팅 및 연구이며 아트 펀드도 준비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