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캠프의 석윤찬 대표, "시선 추적 기술로 '사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예부터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불렸다. 눈을 보면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추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 말은 단순한 격언이 아닌 실제 사업 현장에서 주효한 인사이트가 됐다. 그렇다. 이젠 사람의 눈동자를 추적하는 ‘시선 추적 기술’ 덕분에, 눈을 통해서 그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보자. 영화를 볼 때 관객의 집중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 특정 장면에서 유독 집중도가 올라간다면, 이를 분석해 얻은 정보를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응용할 수 있다.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어디를 보며, 얼마나 오래 보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면, 과거엔 불가능했던 미지의 영역이 하나씩 개척될 것이다. 만약, 시선 데이터로 질병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아직은 연구 중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비주얼캠프는 이런 시선 추적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에 취재진은 비주얼캠프의 석윤찬 대표를 찾아가 만났다. 그가 인터뷰 과정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말이 있다.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도적인 나만의 길을 찾아서

비주얼캠프의 석윤찬 대표
비주얼캠프의 석윤찬 대표

회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비주얼캠프는 시선 추적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다른 회사와의 차별점은, 비주얼캠프의 인공지능 기반 시선 추적 소프트웨어인 '시소(SeeSo)'는 하드웨어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처음엔 장애인을 위한 PC용 시선 타이핑 기술을 개발하려고 했지만, 시장이 너무 좁았다. 그래서 좀 더 큰 시장인 VR(가상현실) 시장에 진출했는데, 대량 생산으로 가니까 이윤이 별로 안 남았다.

어떤 시장이 좋을지 고민을 쭉 하는데, 클라이언트들이 다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마트폰에서 되면 사겠다”고 말하더라. 기술과 이 시장에 대한 불확실함은 있었지만, 반응이 좋아서 메인 아이템으로 굳혀졌다.

이쪽 업계를 보면, 비주얼캠프처럼 큰 비전을 갖는 회사가 없다. 물론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PC나 아이폰10 이상에서 가능한 시선 추적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는 있다. 하지만, 비주얼캠프처럼 모든 기기에서 작동하는 기술을 만드는 곳은 없다.

창업을 여러 번 했고, 40대에 비주얼캠프를 창업했다. 이렇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첫 창업을 대학교 4학년 때 했는데, 그때부터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대학에 와보니 친구들이 정말 똑똑하더라. 이들과 경쟁을 하면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취직을 한다면, 60대 때쯤 연구소장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내 길이 맞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물론 이것도 큰 성취이지만, 남 밑에서 일하기보다 주도적으로 성취하는 삶을 사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래서 창업에 매료됐다.

어린 시절부터 주도적인 삶을 개척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나 보다.

지금까지 창업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한 번도 후회를 한 적이 없다. 그 이후로 부침이 생길 때마다 쓰라린 고통은 있었다. 하지만, 주도적인 삶이란 가치관이 워낙 단단하게 고정됐기 때문에 ‘실패’도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이미 4번의 창업을 했고, 첫 창업은 성공했다. ‘내 인생을 걸었고, 한판을 깼는데 두 판을 못 깨겠나?’ 이런 마음이다.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대표로서 사업의 방향을 정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대표가 큰 결정에서 오판하면, 바다에서 배가 좌초되듯 피해가 커진다. 방향을 잘 잡고, 사업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소한 신호와 잡음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시선 추적 기술인데 하드웨어 없이 간다. 그 답은 스마트폰에 있다’는 방향을 잡고, 심오하게 고민했다. 실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하면 빨리 극복해서 다른 것에 도전해야 한다. 그렇게 성공의 길을 찾는 것이다. 중요한 건, 스타트업은 실패를 해도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태도다.

회사가 택한 정책이나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건 대표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젊은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하는 게 쉽진 않다. 다른 세대들인 만큼 태어날 때부터 환경이 다르니까, 입장도 다른 거다. 그래도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실제로, 밑에서부터 좋은 것들이 올라올 때도 많다. 자율 출근제 같은 제도가 그렇다. 우리의 목표는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자율 출근제처럼 직원들에게 필요한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창의력도 살아나니까.

직원들과의 소통에 관심이 많은가?

대표와 직원 간 엄청나게 많은 소통을 하진 않는다. 우리들은 모두 큰 목표를 알고 있으니까, 서로 믿고 맡기는 부분이 있다. 큰 목표를 완성하는 팀은 알아서 천천히 가고, 데드라인이 정해진 작은 목표를 위한 팀은 빠르게 움직인다. 커뮤니케이션은 목적 그 자체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도구다. 필요할 때 적절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폭발적인 가능성

시선 추적 기술은 좋아 보이지만, ‘그래서 어디에 쓰는 기술인데?’를 물어보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분야가 어디인가?

교육 분야에서 쓰이는 시선 추적 소프트웨어 시소, 출처=비주얼캠프
교육 분야에서 쓰이는 시선 추적 소프트웨어 시소, 출처=비주얼캠프

시선 추적 소프트웨어 시소를 가장 먼저 쓴 곳도, 확실한 반응이 오는 곳도 교육 시장이다. 초기엔, 코로나 19로 화상 수업을 할 때, 화면을 제대로 보는지 확인하는 학습 태도 모니터링에 주로 쓰였다. 지금은 학생들의 시선 패턴을 분석해 공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시선 패턴을 분석해서, 학생들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시선을 따라 웹툰 스크롤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출처=비주얼캠프
시선을 따라 웹툰 스크롤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출처=비주얼캠프

밀리의 서재에서 시선으로 전자책 페이지를 넘기는 뷰어도 호응을 얻고 있고, 라이브 커머스와도 기술 제휴를 진행하고 있다.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시선 데이터는 근본적으로 뇌랑 가장 밀접하다. 대부분의 정보가 눈에서 오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신기한 기술이기 한데, 이걸 왜 써야 하지?” 아직은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많은 레퍼런스(참고 사례)를 만들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직은 기술이 발전되는 중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어떤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까?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시선 추적 기술, 출처=비주얼캠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시선 추적 기술, 출처=비주얼캠프

쇼핑몰을 생각해 보자.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마우스로 클릭은 하지 않았지만, 이용자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제품이 있을 것이다.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서 맞춤형 추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여성 100명과 직접 테스트를 해봤는데 결과가 좋았다.

쇼핑몰에서 시선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출처=비주얼캠프
쇼핑몰에서 시선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출처=비주얼캠프

또, 실시간 영상인 라이브 커머스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보통 10분 동안 짧게 생방송을 하는데, 이때 마케팅용 툴이 별로 없다. 아직 이용자의 관심을 측정할 방법이 없는데, 시선 추적 기술을 이용하면 시선이 집중되는 정도로 관심을 측정할 수 있다. 지금 라이브 커머스는 생방송 중에 정해진 규칙 없이 쿠폰을 날린다. 시선 추적 기술로 집중도를 측정해서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쿠폰을 적절한 타이밍에 보낼 수 있게 된다. 시선 집중도가 높을 때 쿠폰을 뿌리거나, 반대로 시선 집중도가 낮을 때 집중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 쿠폰을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걸 증명하려고 다양한 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아직은 시선 데이터를 생산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앞으로 데이터 분석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프로 야구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의 시선을 비교해보면, 이 두 그룹 간 경기 중의 시선 패턴이 다르다. 프로 선수들은 상대방이 공을 칠 때, 짧은 시간 동안 비슷한 부분을 살펴본다. 그리고 다음 액션으로 들어간다. 아마추어는 어딜 봐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 프로세싱이 오래 걸린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잘 푸는 애들은 지문의 핵심 단어를 위주로 보고 빠르게 프로세싱한다. 반면, 문제를 잘 못 푸는 애들은 봤던 거 또 보고 헤맨다.

이런 일관성 있는 패턴을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주는 것, 그게 비주얼캠프의 다음 스텝이다. MBTI (성격 유형 지표)가 그룹을 사람별로 분석하고, 그룹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추어가 프로의 눈을 따라 하면서, 훈련 시간을 줄이는 것.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지만, 경험학적으론 합리적인 추론이다.

시선을 통해서 질병을 예측할 수도 있다. 특히 난독증이 그렇다. 자폐증이나 치매 같은 경우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시선 추적 기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니 검사를 한번 받아 봐라. 정도의 제안을 할 수는 있다.

시선 데이터는 숨기고 싶은 것도 들춰낸다. 이로 인해 누군가가 차별받거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거나 이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겠다.

우리 기술은 완벽하진 않다. 에러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백신을 생각해보자. 백신을 이용하는 이유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지만, 장점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기술은 네거티브(negative)한 부분도 있지만, 포지티브(positive)한 부분이 워낙 크기 때문에 쓴다.

통계엔 큰 수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특정한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반복 시행하는 횟수가 많아지면 일정한 수준으로 수렴하게 돼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법칙이다. 시선 추적 기술을 통한 연구도 표본이 많아지면, 예측이 비교적 정확해진다.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버시 이슈도 걱정한다. 하지만, 비주얼캠프의 기술은 카메라로 얼굴 이미지를 찍고, 바로 시선 데이터(익명의 수치)로 변환하기 때문에 이미지를 저장하지 않는다. 시선 데이터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므로, 민감한 개인 정보로 취급되지 않는다.

비주얼캠프는 앞으로 어떤 목표에 집중할 예정인가?

비주얼캠프의 시소 기술을 이용하는 레퍼런스를 많이 만들고 싶다. 레퍼런스로 기술이 도움이 된다는 걸 알리면, 기술을 도입하는 회사도 많아진다. 지금도 레퍼런스가 쌓이니까 다양한 회사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게임 쪽도 응용 분야는 넓지만,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시선 추적 콘텐츠가 별로 없다. 괜찮은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

사실, 콘텐츠 집중도를 높여주는 기술이 시선 추적 기술인데 말이다. 보통은 콘텐츠가 재밌으면 집중해서 보고 지루하면 딴 곳에 눈길을 돌린다. 만약, 장면별로 시선이 머무르는 정도를 파악해서, 이를 통해 임팩트 있는 신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콘텐츠 제작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그 말은 실패 리스크도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시선 데이터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도 있다. 실패를 했다면 그 이유를 분석하는데 시선 추적 기술을 이용할 수도 있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가라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원천기술을 개발할 생각이라면, 묵묵하게 일해야 한다. 원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하면, “안 되니까 그냥 포기해”라고 하는 사람이 주위에 엄청나게 많다. 그 수많은 사람을 다 떨쳐내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겠나. 뚝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본인에게 의미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

육상 경기를 보면 '페이스 메이커'라는 역할이 있다. 경기 중 선두를 달리며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들고, 팀원들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돕는 도우미를 말한다. 사업은 이처럼 페이스를 잘 맞춰야 한다. 페이스가 잘못되면 경주를 완주하지 못하기 때문에, ‘앞에 사람이 뛰든, 뒤에 사람이 걷든 나는 나다’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리고, 너무 많은 생각은 독이다. 실수하더라도 그걸 감수하고 행동에 나서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수많은 실패를 통해서, 안되는 건 빨리 버리고 잘되는 것만 강화하는 것이다. 아무도 성공 비결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본인이 시도해 보고 파악해야 한다. 스타트업스러운 건 해 보고 후회하는 거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건, ‘자기가 안 해본 거”라고 하더라. 본인이 정말 하고 싶고, 준비가 충분히 됐다면 일단 해봐라. 그게 중요하다. 실패를 아예 안 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열에 아홉은 실패를 하니까.

글 / IT동아 정연호(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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