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음원 서비스, 한국에선 불가능?
[IT동아 김영우 기자]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의하면 작년 기준, 전 세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1위는 스포티파이(30%), 4위는 유튜브 뮤직(9%)이다. 이들 서비스가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던 요인 중 하나는 ‘무료 감상’ 서비스다.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뮤직은 서비스 이용 중 광고를 시청하면 노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다만 이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만 지원하는 서비스다.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뮤직은 한국에도 정식 진출했지만 유료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당시 한국 시장에 무료 서비스 옵션을 출시할 것인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합당한 가격대를 설정했다, “여러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 등의 유보적인 답변을 했을 뿐이다.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지 7개월에 접어든 현재의 상황도 변함은 없다. 9월 2일,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문의에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각 시장의 상황 및 특수성을 고려해 서비스를 출시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앞으로도 국내에 광고 수익 기반 스트리밍 상품이 출시될 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은 특정 시장에 대한 차별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다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및 음반제작사를 비롯한 업계의 심정은 복잡하다.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뮤직과 같은 해외 업체 외에 멜론, 지니, 벅스, 플로를 비롯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 역시 무료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의 낮은 광고 수익성, 음원 전송 사용료 부담 ↑
한국에서 유독 광고 수익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기 힘든 이유는 한국의 엄격한 음원 사용료 징수 규칙, 그리고 해외에 비해 낮은 한국 광고 시장의 CPM(1,000회 광고 당 소요 비용)이 꼽힌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등을 비롯한 한국의 저작권관리단체에서 협의해 정한 음원 사용료 징수 규칙에 따르면 전송 사용료는 곡 1회 재생 당 3.38원이다.
해외에선 가수, 음반사 및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등이 따로 협의해 사용료를 정하기도 하지만 한국 시장에선 그럴 수 없다. 한국 시장의 낮은 광고수익성을 고려해 본다면 광고 수익 기반 스트리밍 상품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는 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온라인 홍보 컨설팅사인 워드스트림(WordStream)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광고 클릭 당 단가(CPC)는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인도나 아르헨티나, 베트남 수준과 유사할 정도로 낮았다.
물론, 한국에도 광고 수익 기반 스트리밍 상품이 없던 건 아니다. 2014년에 비트패킹컴퍼니에서 출시한 ‘비트(Beat)’,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밀크(Milk)’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비트는 2016년에, 밀크는 2017년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수익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악인의 창작 의욕 지키며 소비자들의 부담 덜 복안 필요
다만, 그렇다고 하여 한국의 음반제작사들과 저작권관리단체들이 지나친 욕심을 부린다고 탓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저작권에 대한 한국 내 인식은 매우 부족했다. 공개된 온라인 자료실에 상업적 음원이 다량 등록되는가 하면, P2P 사이트를 통해 음원 파일이 제한 없이 배포되기도 했다. 법률 및 제도 개선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최근에 와서야 '음원 = 유료'라는 개념이 국내에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
창작활동에 몰두하는 음악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한국은 해외에 비하면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갑질’을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해외 이용자들에 비해 차별대우를 당하고 있다는 한국 이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역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음악인들의 생계 및 창작 의욕에 손실을 입히지 않는 선에서 음원 전송 사용료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유난히 낮은 한국 광고 시장의 수익률이 개선될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