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 강한 기업’ 공식을 실현하는 ESG 경영 전성시대
[IT동아 김영우 기자]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윤의 추구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고 홍보를 강화하는 것 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최근의 고객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은 물론, 해당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까지 함께 고려해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 등의 용어는 이미 익숙하다. ‘강한 기업’ 이전에 ‘착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히 공익 광고를 자주 하거나 제품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등의 표면적인 마케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까지 중요시하는 이른바 ‘ESG 경영’의 강화가 핵심이다.
ESG 경영으로 186년 전통 이어가는 ‘슈나이더 일렉트릭’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은 이러한 ESG 경영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1836년에 프랑스에서 설립된 에너지 관리 및 산업 자동화 전문 기업이다. 이것만 봐선 상당히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오해할 만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올해 초,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슈나이더 일렉트릭 지속가능성 영향 2021-2025(Schneider Sustainability Impact 2021-2025, SSI)를 발표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5년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KPI를 재설정하고 있다. KPI 설정을 통해 기후(Climate), 자원(Resource), 신뢰(Trust), 동등한 기회(Equal), 세대(Generation). 지역(Local) 6개의 장기적 약속을 설정하고, 2025년까지 달성할 수 있는 11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정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친환경 부문에서의 매출 80% 증가, 제품의 친환경 소재 함량을 50% 증가와 같은 환경 관련 이슈와 더불어, 공급 업체 직원 전체에게 양질의 작업 제공 및 직원 간 신뢰 원칙 위반 보고와 같은 사람 간 신뢰 강화 이슈도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채용 및 인사 부문에서의 성별 다양성 증대, 다음 세대를 위한 인턴 및 견습 기회 제공, 소외계층 상대 에너지 관리 교육 등, 소수자 및 약자를 위한 기회 확대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그 외에 지역 사회와 이웃을 위한 도움을 강조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 역량 강화와 관련한 목표까지 설정한 것이 이색적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2025년까지 전체 목표 달성 수치를 10으로, 2021년 목표는 3.75점으로 설정했으며 상반기에 3.26점을 달성했다고 보고서에 밝혔다. 그 외에도 공급망 등 파트너사들을 상대로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제로 카본(Zero Carbon)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올해 코퍼레이트 나이츠가 발표한 글로벌 지속 가능 경영 100대 기업(Global 100)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포춘 선정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및 블룸버그 선정 성평등 지수(GEI) 기업에 4년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친환경 + 동반성장 실현하는 ‘마켓컬리’
ESG 경영 강화는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식품 전문 이커머스 업체인 마켓컬리는 지난 2019년부터 스티로폼 상자나 비닐 파우치 등의 포장재를 완전히 걷어내고 재활용이 가능한 100% 종이 재질의 포장재만을 이용하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보냉을 위한 아이스팩 역시 물과 종이만으로 구성하고 박스 포장을 위한 테이프까지 종이 재질로 대체하는 등 철저한 친환경을 추구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은 최소화하는데 성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올해 중순에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한 다기능 포장재인 '컬리 퍼플 박스'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컬리 퍼플 박스는 출시 3개월 만에 주문건수가 3배나 늘기도 했다.
단순히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종이 포장재 재활용 기금도 마련, 초등학교 교실 내 식물 화분을 제공해 공기 정화에 기여하는 ‘교실숲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부근의 상암 문화비축기지에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는 ‘샛별숲 키우기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주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한 ‘유통 납품업계의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약’에 참여, 생산자와의 상생을 위한 100억 원 규모의 판촉행사를 제공하고 마켓컬리의 신용도를 활용하는 매출채권 담보대출을 140억 원 규모로 파트너사들에게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ESG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위와 같은 ESG 경영 강화는 해당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할 뿐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성에 가치를 둔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자연스럽게 자리잡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더 나아가, 고객 및 파트너사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게 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수익 개선 및 기업의 영속성 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착한 기업’의 추구가 곧 ‘강한 기업’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