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대에 팔리던 중고 그래픽카드, 이젠 50만 원
[IT동아 김영우 기자] PC용 그래픽카드 품귀현상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암호화폐(가상화폐) 채굴용 장비로 그래픽카드가 각광을 받으면서 ‘싹쓸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그래픽카드 품귀현상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후 일정 구간 내에서 암호화폐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면서 그래픽카드 수요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건이 귀해지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이는 신품뿐 아니라 중고품도 마찬가지다. 출시된 지 2년여가 지난 엔비디아 지포스 GTX 1660 SUPER의 경우, 출시 당시 30만원 전후에 거래되고 중고품은 한때 10만원 후반대에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8월 현재 이 제품의 중고 가격은 50만원에 육박한다.
이렇게 그래픽카드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가장 고민에 빠진 건 게이머들이다. 본래 게이머들은 그래픽카드 시장의 주요 고객이었지만 지금은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의 제품 싹쓸이에 밀려 제품을 손에 넣기가 힘들어졌다.
대표적인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는 의도적으로 암호화폐 채굴능력을 제한한 LHR(Lite Hash Rate) 버전 그래픽카드를 선보이며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지난달에 출시한 지포스 RTX 3060 LHR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채굴 알고리즘을 감지해 동급의 그래픽카드에 비해 절반 이하의 채굴능력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굴업자들은 LHR 그래픽카드의 채굴 제한 기능을 무력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LHR 기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알려진 다른 암호화폐로 전환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HR 그래픽카드가 나온 지 불과 한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상황이 그래픽카드 및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 제조사들 역시 달갑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래픽카드 유통사의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암호화폐 채굴업자들 역시 중요한 고객이긴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작은 악재에도 출렁거림이 심해 안정성이 낮다”며 “본래의 주 고객이었던 게이머들을 위한 특화 제품이 더 많이 등장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