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테사(2) 승자독식 미술품 분할소유권 시장, 그로스 해킹으로 앞서가라
분할소유권 투자의 전성시대
투자의 전성시대다. 우리나라 주식계좌 개설 수가 5000만개를 넘었다고 하며, 굵직한 IPO가 있다 하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순식간에 몰린다. 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된 이들의 소식도 간간이 들린다. 이런 투자의 열기는 주식과 코인을 넘어 ‘분할소유권’으로 급속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분할소유권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음악 저작권’은 어떤가. 여기에 투자하라는 이야기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분할소유권은 저작권을 분산해 여러 투자자가 소액으로 함께 투자하는 방식이다.
분할소유권 투자 플랫폼은 음악 외에도 미술품, 부동산, 명품시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최근에는 NFT(non-Fungible Token)를 활용한 디지털 자산 거래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위에서 보듯 분할소유권 투자 플랫폼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오늘 우리가 들여다 볼 회사는 미술품 투자 플랫폼 ‘테사(TESSA)’다.
테사가 투자 공모한 작품들은 대부분 데이비드 호크니, 키스 헤링, 뱅크시, 앤디 워홀 등 어마어마한 명성을 자랑하는 작가들의 것이다. 이들의 작품을 소유 혹은 투자한다니,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테사의 행보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020년 4월 서비스 런칭 후 1년여만에 2만5000명의 회원을 모았다. 최근 공모한 뱅크시의 ‘Nola’라는 작품에는 회원 340여명이 참여해 단 3분만에 투자 완료됐다.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두드러진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테사는 혁신적인가?
미술품 거래 시장은 폐쇄적이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어떤 매물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매물에 대한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고액의 투자금이 있어야만 했고, 중개수수료 또한 비쌌다. 매각하고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다.
이런 미술품 거래시장의 폐쇄성을 고려하면, 테사와 같은 미술품 투자 플랫폼은 ‘음지에 있던 시장을 양지로 이끌어낸 혁신적 서비스’라 할 수 있다.
테사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자면, 아래처럼 작품소싱과 구매에서 매각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이루고 있다. 공모차액과 거래수수료, 미술작품 대여 수익까지 단계별 수익 모델도 갖췄다.
플랫폼의 참여자들에게 제공하는 고객가치가 명확하고, 거래 가능한 미술 작품이 다양한 덕분에 성장성 또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수익모델도 명확해 비즈니스모델은 매우 탁월하다. 오랜만에 보는 좋은 비즈니스모델이다.
미술품 투자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와의 포지셔닝을 분석하면 테사의 차별성이 드러난다. 온라인 투자 플랫폼 가운데 유일하게 모바일앱 기반 서비스라는 점과 해외 거장의 작품을 중심으로 취급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앱 기반 서비스라 2030세대까지 유입할 수 있으며, 다른 모바일 서비스업체와의 연계/협업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질문은 남는다. ‘과연 테사의 근본적 차별성이 무엇인가?’
채널(Web/App)의 차이는 보이지만, 미술작품에 대한 분할 소유권 거래 플랫폼 모두가 근본적으로 거의 같은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다. 제공하는 고객가치 또한 대부분 같다는 점이 고민이다.
결국, 테사는 혁신적이긴 하지만, 경쟁사보다 더 차별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1등 아니면 의미 없을 시장
과연 미술품의 분할 소유권 플랫폼은 몇개나 필요할까? 세계 시장 전체를 따지면 모를까, 적어도 한국에서는 1등 사업자 아니면 별 의미가 없게 될것이다. 테사와 같은 투자 플랫폼의 성장 플라이휠(Fly Wheel)을 그려보면, 이용자 수가 많을수록 미술작품 공급자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 더 좋은 작품을 확보하게 만든다. 공모나 지분거래 또한 활발해져 성공적 투자로 이어지는 좋은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미술품 분할 소유권 플랫폼은 단 하나의 승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미래가 그려지는 시장이다.
패자는 미술품이 아닌 다른 수집품 영역으로 옮겨가 차별화를 꾀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나마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다수의 회원을 확보한 쪽에서 투자 영역을 확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Winner Takes It All”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마디로 ‘더 많은 회원수’다. 서비스 런칭 후 약 1년 3개월만에 2만5000명이 넘는 회원을 모았다고 하지만, 선방한 것일 뿐 절대 충분한 숫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더 많은 회원(투자자) 확보를 위해 테사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김형준 테사 대표는 ‘플랫폼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은 회원수’라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회원수 10만명을 목표로 ‘제휴’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여러 협업 사례 중 최근 것을 살펴보자. 테사는 롯데멤버스 엘포인트 모바일앱과 연동하여 뱅크시의 작품인 ‘풍선과 소녀’에 투자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롯데멤버스 측에서는 회원들의 엘포인트에 대한 충성도 향상을 원했을 것이고, 테사는 모바일앱 연동을 통해 회원 유입을 원했을 것이다. 테사로 유입된 회원수 또한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협업 이벤트로 회원을 유입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이 상시적으로 회원을 유입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을까? 특히, 이렇게 포인트를 투자 수단으로 활용한 회원이 테사에게 정말 의미 있는 투자 회원이 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투자 성향이 높은 회원을 상시 유입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 테사에게는 상시 가동할 ‘성장엔진’이 필요하다.
회원 증대를 위한 그로스해킹(Growth Hacking)
그로스해킹이란 광고, 이벤트같은 기존 마케팅 방식이 아닌 ‘고객의 행동 패턴과 취향을 깊게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저비용·고효율 고객 확보 방안을 실행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드롭박스(Drop Box)다. 신규 사용자의 친구, 동료가 새로운 소비자이자 서비스를 알리는 통로임에 착안, 추천인과 추천받는 사람에게 모두 무료저장공간 500MB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단기간에 많이 늘렸다. 광고나 이벤트가 아니기에 상시 작동 가능하고 비용도 저렴해 매우 효율적인 성장 엔진이 된다.
그로스해킹 차원에서 테사의 상시적 성장 엔진이 될만한 접근 방안 두가지를 제언한다.
증권사 협업 비즈니스모델
누가 뭐라고 해도 투자자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증권사’다. 증권사에서 테사가 얻으려는 것은 ‘회원 유입’으로 매우 단순하다. 문제는 ‘테사가 증권사에게 줄 것’이다.
증권사도 신규 회원 유입을 원하고, 기존 회원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특정 증권사 가입자에게만 독점적 미술품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면 협업할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테사는 독점적 미술품을 제공할 여력이 있는가? 김형준 대표는 작품 소싱은 문제가 없으나, 작품의 매입 자금을 선투자하는 리스크가 문제라고 한다. 그 리스크를 상쇄하면서도 협업할 수 있는 모델이 있다면?
테사가 우리나라의 모든 증권사와 협업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회원들에게 차별화된 투자기회를 제공하려는 증권사를 대상으로 ‘협업 증권사 멤버십’을 구축한다. 이들 협업 증권사는 일정 비율로 투자해 사모펀드를 구성하고 그 자금으로 작품을 구매한다. 구매한 작품에 대한 투자자 공모는 당연히 협업 증권사 회원들에게만 제공되는 독점적 서비스가 된다.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면 증권사는 자사 회원에게 특별한 서비스는 물론, 투자수익까지 안겨다준다. 테사는 협업 증권사로부터 높은 투자성향을 가진 신규회원 유입 효과를 누리게 된다.
“나도 갖고 싶다” 오리지널 작품의 NFT화
NFT(Non Fungible Token)은 그림, 동영상, 문장 등 디지털 자산에 고유의 지적재산권(IP) 가치를 부여하는 수단이다. 특히 예술 작품의 시장을 크게 넓히는 역할을 한다.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배우 하정우의 ‘더 스토리 오브 마티팰리스호텔’의 NFT 작품을 경매하면서 화제가 됐다. 서울옥션도 두나무와 협력해 ‘XX블루’라는 NFT 거래 플랫폼을 런칭했다.
김형준 대표는 NFT사업이 테사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며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필자 또한 동의한다. 그럼에도 왜 NFT를 거론하는가? 디지털아트의 NFT를 거래하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 그림은 테사가 약 2억원에 성공적으로 공모를 마친 줄리안 오피의 작품이다. 그림을 보면 사람들이 마치 움직일 것만 같다. 이 그림의 주인공들이 실제로 걷는 모습을 담은 밈(Meme)을 NFT로 발행한다면? 그리고 그 NFT를 소유권 구매자들에게 제공한다면?
지금은 자신이 줄리안 오피의 그림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테사의 앱으로만 확인 가능하다. 투자자들은 테사 앱 화면을 캡쳐해 그 캡처를 공유해야 내가 미술품을 가졌다고, 여기에 투자했다고 자랑할 수 있다. 과연 그럴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의 미술 작품에 투자한 이들은 분명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지금은 그 자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투자자에게 자랑하고 공유할 방법을 NFT로 만들어주자.
투자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이 소유한 그림, 그에 따른 한정판 NFT를 자랑하게 만든다면 이에 영향받은 새로운 회원의 유입을 가속할 것이다. 자랑한 본인도 또 다른 그림에 투자하고 싶어질 것이다.
NFT 발행 시 지적소유권 문제를 해결 가능한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또다른 제약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기존 회원의 공유와 추천이 새로운 회원 유입으로 연계되는 경로를 만들지 않으면 성장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너무 뜨거워 요동치는 바다에서 살아남길 바라며
투자 시장이 뜨겁다. 미술품 투자도 그렇다. 그 중에서도 분할소유권 투자는 가장 뜨겁다. 그 옆에 더 뜨거운 NFT라는 쓰나미까지 몰려온다. 너무 뜨거운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이 부문의 플레이어들이 생기고 또 사라진다. 필자가 어떤 시장을 들여다보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경쟁자인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적이 없었을 정도다.
이렇게 어지러운 와중에도 테사와 김형준 대표는 성공적인 투자 공모를 이어가며 남들이 부러워할 역사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아,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하겠네’라고 생각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이 요동치는 시장에서 살아남아 성장을 지속하려면 근본적 가치의 차별성뿐만 아니라, 생태계에서의 제휴와 연결을 통한 차별적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 없는 혁신을 통해 내년 이맘때 ‘아, 그건 옛날 모델이에요’라고 대답하는 김형준 대표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