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게임 넘어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메타버스(Metaverse).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를 더한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 세계는 그 동안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현재는 진보된 개념으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메타버스라는 용어 자체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로부터 시작했다(네이버 백과사전 ‘메타버스’ 인용).
지난 2020년말부터 메타버스 관련 소식은 조금씩 농도 깊게 들려온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하고, 그 속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으로 메타버스를 주목한다. 실제로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은 교육, 헬스케어, 전자상거래 부문 등으로 기술을 확장하며 매우 공격적이고, 도전적으로 임한다. 대중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메타버스 관련 검색도 최근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는 세로운 패러다임으로 메타버스는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IT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데,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2020 개발자 회의에서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가상환경에서도 현실의 물리 법칙을 구현할 수 있는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를 발표한 바 있다.
게임을 넘어 일상, 업무로 확장한 메타버스
초기 메타버스는 게임에서 시작했다. 최초의 디지털 게임 등장 이후, 게임엔진 제작 플랫폼의 확산으로 게임은 2D에서 3D로 진화하며, 가상세계(Virtual World)로 이어져 주류를 형성한 것. PC, 모바일, HMD(Head mounted Display) 등 다양한 기기로 접속(로그인)하는 가상사계를 현대인들이 일상 속에서 즐기는 문화로 발전했다. 게임 이후 PC 기반의 ‘싸이월드(Cyworld)’,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등 가상세계 속에서 일상을 나누는 생활·소통 기반 메타버스가 주목받았으며, 편리성과 휴대성을 제공하는 모바일 기반의 SNS 서비스(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로 영역을 넓혔다.
메타버스는 게임, 생활·소통 서비스를 거쳐 업무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업무 플랫폼(Virtway, Teooh, Rumii, MeetingRoom, ENGAGE, Dream, Frotell Reality, MeetinVR, VirBELA, The Wild, Sketchbox, VIZIBLE, AltspaceVR, logloo, Meeting Owl, Spatial, Glue등)이다. 오프라인 사무실을 게임과 화면으로 구현한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Gather)’는 아바타 주위의 다섯 발자국 안에 있는 사람과만 대화하고, 이보다 멀어지면 연결이 끊어져 잘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현실성을 구현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도 해당 영역에 진출했다. MS는 업무 협업 플랫폼 ‘매쉬(Mesh)’를 지난 3월 공개했으며, 페이스북은 ‘2020 페이스북 Connect’에서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만 착용하면 PC 없이 가상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Infinite Office’를 발표한 바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이 같은 메타버스 확장에 대해 기존 게임과 생활·소통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에 활용되던 게임엔진은 전 산업과 사회 분야로 확산·적용되며 메타버스 성장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2010년부터 성장한 B2C 게임, 생활·소통 메타버스 플랫폼은 2020~2021년 주목받기 시작해, 2021년 이후부터 B2B, B2G 영역으로 확장해 성장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라 예측했다.
여러 산업으로 확산하는 메타버스
기술의 발전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기(PC, 스마트폰, HMD 등)의 등장, 이를 통해 일상 속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메타버스의 확산은 이제 시작 단계다. 여러 산업과 사회영역에서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시작점에 가깝다. 이에 관련 기업은 메타버스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한다. 서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 어떤 영역에 집중해야 하는지 가늠하는 시기로, 앞서 언급한 글로벌 IT 기업 및 스타트업은 이제 막 출발선을 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메타버스를 향한 도전은 진행 중이다.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충남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 입주하고 있는 디지포레(DIGIFORET)는 가상공간을 연결한다는 목표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을 통합해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확장현실 기반 다인 접속 교육 솔루션, 5G 기반 자동차·자동차 부품 비대면 XR 원격 품평 시스템 개발, 실감형 콘텐츠(국제우주정거장 체험, 스마트 팩토리 체험, 증강현실 애니메이션 시각화 등) 개발 등 과거 경험을 통해 기반 기술을 구축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디지포레는 의료 현장에서 교육하고 실습할 수 있는 XR 메디컬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을 진행 중이다. 또한, 가상공간 내 전문 메디컬 데이터를 연동해 교육, 회의,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3D Depth Camera’로 촬영한 환자의 체표면 데이터를 취득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Novalis 방사선 치료 시스템’에 적용하였으며, 치위생사들이 증강현실을 활용해 치아 엑스레이(X-Ray) 촬영을 교육하고 실습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Simulator) 개발 경험을 갖고 있다.
메타버스가 가져올 변화의 폭과 깊이는 매우 크고, 사람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플랫폼의 확산, 발전하는 기술, 관련 투자 증가 등으로 여러 산업으로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사실 메타버스는 지금까지 없던,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은 아니다. 메타버스는 과거부터 사람들의 상상 속 단골소재 중 하나다. 영화 매트릭스, 아바타, 레디플레이어원 등을 떠올려보자. 이 영화 속 세상은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딱히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레디플레이어원 속 세상은 현실 속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마저 공유한다. 어쩌면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 메타버스의 한 가상 속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