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브랜드로 쌓아 올린 완성도, 젠하이저 모멘텀 TW 2·CX TW
[IT동아 남시현 기자]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조사한 2021년 1~2분기 무선이어폰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애플은 전 세계 무선이어폰 판매량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샤오미가 9%, 삼성전자가 7%로 2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JBL과 QCY가 각각 4%, 3% 점유율을 갖고 있다. 해당 통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다섯 개 기업 중 전통적인 음향기기는 JBL뿐이며, QCY를 제외한 나머지는 스마트폰의 무선 기기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제품을 내놓은 것이지 음향 기기에 주력하는 회사가 아니다.
전자제품 브랜드가 무선 이어폰 시장을 가져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선이라는 특성 덕분에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과 감상 방식이 바뀌고 있어서다. 앞서 음향 기기는 감상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핸즈프리나 콘텐츠 감상 용도로 더 많이 쓰인다. 고가의 고품질 기기보다는 편리하고 무난한 제품이 인기라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음향 기기 자체의 완성도는 전통적인 음향 기기 브랜드가 앞선다. 블루투스 스피커나 무선 이어폰처럼 음향 기기의 형태가 바뀌고는 있지만,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전환하는 음향 기기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음향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대해서는 앞서 수십 년간 다뤄온 기업이 잘할 수밖에 없고, 독일의 젠하이저도 변화의 흐름 앞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무선 시대에 선 음향의 강자, 젠하이저 모멘텀 TW 2
2018년, 젠하이저가 처음으로 무선 이어폰인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이하 모멘텀 TW)’를 공개했다. 이미 시장에는 애플을 시작으로 자브라, 보스, QCY 등이 무선 이어폰을 출시한 상태였고, 젠하이저는 상당히 후발 주자에 속했다. 하지만 모멘텀 TW는 ‘젠하이저’가 만들었다는 믿음에 어긋나지 않는 완성도와 음질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연이어 완판 행진을 이루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자신감을 얻은 젠하이저는 2020년 4월,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2(이하 모멘텀 TW2)’를 출시했다.
모멘텀 TW2는 블루투스 5.1 기반에 SBC, ACC, aptX 코덱을 지원하며, 5~21,000Hz의 가청 주파수 영역을 제공한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지원 프로파일, 왜곡률, 주파수 대역 등 음원 관련 성능은 차이가 없는 편이고, 외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닛은 젠하이저 7mm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활용하며, 귓속에 이어폰 출력부를 밀어서 밀폐하는 인이어 타입이다. 직물 재질의 커버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화이트 색상이 추가됐다.
전작과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하나의 차이가 두 제품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바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ctive noise cancellation)이다. 노이즈 캔슬링은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마이크로 받아들인 뒤, 분석된 소음에 반대되는 파형을 활용해 고정적이고 반복되는 소음을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모터 소리나 풍절음 같은 소리부터, 지하철이나 비행기 기내처럼 고정적이고 큰 소리도 잡아낸다. 노이즈 캔슬링을 활성화하면 주변 소음이 줄어들기 때문에 작은 출력으로도 깔끔하고 정확하게 원음을 감상할 수 있고, 누구든지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차이를 낸다.
원래 ANC가 적용된 모델은 배터리 소모가 늘어 실사용 시간이 짧지만, 활용 시간 자체는 이어폰 연속 사용 4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었고, 케이스 사용 시 10시간에서 28시간까지 크게 늘어났다. 배터리는 10분 충전으로 90분을 사용할 수 있으며, 완전 충전에는 90분이 소요된다. 충전 방식은 전작과 동일하게 USB C형으로 연결한다.
가격대비 성능비로 경쟁력 확보, CX TW
모멘텀 TW2로 고성능 무선 이어폰 라인업을 완성한 젠하이저는 지난 7월, 보급형 시장에 대응하는 ‘CX 트루 와이어리스(이하 CX TW)’를 공개했다. 앞서 CX400BT로 보급형 시장에 진출한 바 있지만, 배터리 수명과 땀 방울 정도를 막는 IPX4 방수 기능, 블루투스 5.2 기반에 SBC, ACC 및 aptX 코덱을 지원하도록 해 활용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CX TW는 7mm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사용되었으며, 인이어 타입이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없지만, 실리콘 이어팁이 주변 소음을 차단해 음원의 소화력을 높이고, 진동판에 전송되는 음향 신호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트루 레스폰스(True Response)’ 기능을 적용해 균형 잡힌 음원 품질을 유지한다.
마이크는 음성에 전파를 집중시키는 빔포밍 기술을 적용해 통화 품질을 올리고, 유닛을 개별로 사용할 수 있는 롤 스위칭 기능을 제공해 한쪽만 꽂아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전작인 CX400BT와 비교해 이어폰 연속 사용은 7시간에서 9시간으로 늘었고, 케이스 사용 시 13시간에서 18시간으로 늘었고, USB-C 단자를 활용해 연결한다.
개인화 가능한 터치 컨트롤부터, 앱 기반 음원 조정도 지원
젠하이저 모멘텀 TW2와 CX TW는 모두 터치 컨트롤로 제어된다. 장착한 상태에서 로고가 있는 하우징 측면을 터치해 재생하거나 일시정지 하고, 음성 비서를 호출하는 식이다. 일단 CX TW는 좌측과 우측 중 한번을 누르면 재생 및 일시 정지하고, 세 번 누르면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부른다. 좌측을 두 번 터치하면 이전 곡, 누르고 있으면 볼륨이 감소하고, 우측을 두 번 터치하면 다음 곡, 누르고 있으면 볼륨이 증가한다. 전화는 어느쪽이든 1회 누르면 수신하고, 두 번 연속 누르면 거부한다.
모멘텀 TW2는 조금 더 고차원적인 터치 컨트롤을 지원한다. 왼쪽을 한 번 누르면 재생 및 일시 정지, 두 번 누르면 다음 곡, 세 번 누르면 이전 곡이고, 누른 상태를 유지하면 볼륨이 감소한다. 오른쪽을 한 번 누르면 음성 비서, 두 번 누르면 음성 투명화, 세 번 누르면 ANC 활성화, 누른 상태로 있으면 볼륨이 증가한다. 이중 ‘음성 투명화’는 마이크로 입력된 소리를 음원과 함께 출력해 이어폰을 빼지 않고도 주변 소리를 듣도록 해주는 기능이다.
특별한 점은 젠하이저 스마트 컨트롤 앱을 활용해 이어폰 제어 기능을 원하는대로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활용해 스마트 컨트롤 앱을 다운로드하고 이어폰을 연동하면, 터치나 스마트폰 상에서 설정할 수 있는 자세한 기능들이 활성화된다. 모멘텀 TW2는 기본 설정된 터치 컨트롤 외에도 사용자가 원하는 순서로 변경하거나 터치 제어 자체를 꺼버릴 수 있다. 이외에도 음원의 재생을 본인 취향에 맞게 변경하는 이퀄라이징이나 펌웨어 업데이트도 앱을 통해 제공된다.
이상적인 감상의 깊이 혹은 가격대비 만족도
젠하이저 모멘텀 TW 2와 CX TW는 가격부터 두 배 정도 차이 나기 때문에 제품 세부 기능이나 완성도, 음향 성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젠하이저 모멘텀 TW2의 음향을 주관적으로 평가한 느낌은 ‘흠잡을 구석이 없는 풍부한 완성도’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헤드폰만큼 강하게 동작하지는 않지만, 지하철에서도 고정된 배경음 정도는 잡아줄 정도로 동작한다. 그 사이에서 단단하게 잡힌 저음부와 명료한 중고음부가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보스나 JBL같이 저음부가 강렬하다고 평가를 받는 브랜드 제품과 다르게, 중저음에 음향이 무너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 어쿠스틱이나 클래식, 보컬 같은 보편적인 음악에 집중력이 좋다.
CX TW는 젠하이저 모멘텀 TW 2보다는 명료한 느낌이 덜하다. 저음부가 중음역대를 해칠 정도로 강조되지는 않는 대신에 다소 두껍게 들어가는 느낌이어서 몰입감은 상위 모델보다는 부족하다. 대신에 중고음역대의 표현력이 제법이어서 감상의 재미는 충분하다. 중후한 느낌이나 비트가 많은 음원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깊이있는 감상 혹은 충분한 완성도 사이의 선택
음향 기기는 디지털 혹은 아날로그의 음원 신호를 우리가 청각으로 들을 수 있는 물리적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다. 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이나 현상, 하드웨어의 제조 방식과 종류, 신호를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제품의 출력 특성은 모두 다 다르고, 같은 브랜드의 비슷한 제품이더라도 소리가 모두 다르다. 젠하이저 모멘텀 TW 2와 CX TW가 그렇다. 같은 브랜드에서 나온 같은 형태의 무선 이어폰이지만, 겨냥하고 있는 사용자층이나 활용도, 음원 해상력은 분명히 다르다.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2는 8월 17일 기준 29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판매 중인 무선 이어폰 중에서는 가장 비싼 제품 중 하나다. 물론 ‘젠하이저’의 이름값만큼 충분한 해상력과 품질을 갖추고 있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까지 지원해 감상의 깊이가 한층 올라갔다. 가격대비 성능비보다는 흡입력 있는 음향 성능, 그리고 젠하이저만의 완성도를 선호해온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50분가량 걸리는 펌웨어 업데이트, 애플 에어팟 등과 비교해 매끄럽지 않은 연결성 등은 단점이다.
젠하이저 CX 트루 와이어리스는 젠하이저만의 품질을 충분히 담았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에 책정됐다. 17일 기준 16만 원대 후반으로 애플 에어팟 2세대나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와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1~2만 원인데, 음향 전문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면 충분히 선택할만하다. 음향 성능도 어디까지나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2와 비교한 것일뿐, 여타의 보급형 제품과 비교하면 훨씬 우수하다. 대신에 동작 센서가 없다든지, 터치 컨트롤 변경을 지원하지 않는 등의 차별점을 두고 있는 점은 아쉽다.
젠하이저는 80여 년 가까이 음향 기기를 제조해온 전문 기업이며, 그 명성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스마트폰 브랜드가 아닌 전통 있는 음향 기기 브랜드의 무선 이어폰을 찾는다면, 젠하이저의 무선 이어폰이 정답이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