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농기계에도 부는 자율주행의 바람, 자율주행 트랙터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전세계가 주목하는 화두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3요소를 ‘의, 식, 주’라고 말합니다. 특히, 식 즉, 식량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죠. 국제연합(United Nations, 이하 UN)은 2050년에 이르면 전세계 인구 수는 95억 명에 달할 것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많은 사람이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농업 생산량도 현재보다 69%가량 증가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 땅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농민들은 이전보다 좁은 땅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하죠.

게다가 농민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농가인구 고령화 추이’에 따르면, 국내 농가인구는 1965년 처음 조사를 실시한 이후 2018년에 이르러 약 1/8로 줄었습니다. 현저한 감소 추세인데요. 농가인구의 고령화와 기술 정체는 점점 수확의 효율성과 생산능력을 저해하며,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019 농가인구 고령화 추이, 출처: 통계청
2019 농가인구 고령화 추이, 출처: 통계청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사회도 비슷한 문제들을 겪고 있는데요. 이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중 존 디어(John Deere), CNH 등 농기계 선도 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트랙터 프로토 타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펌인 ‘360iResearch LLP’가 2021년 발간한 ‘세계의 자율주행 트랙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자율주행 트랙터 시장 규모는 2020년 9억 2,657만 달러에서 2026년 17억 4,500만 달러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연평균 성장세는 11.12%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농가 고령화, 농민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는 더 많은 업체들이 자율주행 농기계 산업에 뛰어들 전망입니다.

자율주행이라고 하면 흔히 승용차나 화물차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농기계에도 접목할 수 있었네요.

다소 낯선 개념 같지만, 이미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자율운행 기술을 접목한 트랙터는 다방면에서 효율성 및 생산능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트랙터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동안, 숙련된 농부는 더 고차원 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트랙터는 24시간 동안 알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작업 시간도 대폭 늘어나죠. 기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 농업을 구현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기상, 기후 등 농업에 민감한 데이터와 트랙터를 연계해 체계적으로 작업할 수 있죠. 또한, 업무 간소화와 첨단화를 바탕으로 고급 인력, 젊은 세대 등의 농촌 유입을 꾀할 수 있습니다. 농촌의 세대교체와 기술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영상인식 기반 자율주행 트랙터, 출처: 농촌진흥청
영상인식 기반 자율주행 트랙터, 출처: 농촌진흥청

생각보다 다양한 장점들이 있었군요. 현재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벤처캐피탈(VC)들이 기후 기술 분야에 주목하면서 기술 스타트업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기술 스타트업들은 인공지능, 드론, 자율주행, 로봇 등 신기술을 정밀 농업 분야에 적용하면서 세계 탈탄소화 정책에 부합하는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도 이 산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존 디어, 독일의 AGCO Corporation, 이탈리아의 ASI, 일본의 쿠보타(Kubota) 등이 대표적이죠. 그만큼 자율주행 농기계 시장 성장을 기대하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은 add-on 방식의 자동조향 시스템을 실용화하고 있는데요. 원격, 무인 조정, 최적 경로 생성, 장애물 감지 등을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선진국의 트랙터 기술 수준은 장애물 인지 등을 포함한 자율작업을 레벨 3~4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 단계, 출처: 농촌진흥청
자율주행 기술 수준 단계, 출처: 농촌진흥청

대표적으로 어떤 기업을 꼽을 수 있을까요?

적극적으로 자율주행 농기계 산업에 뛰어든 업체는 미국의 대표적인 농기계 업체 존 디어입니다. 존 디어는 2017년 블루리버 테크놀로지(Blue River Technology)를 3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 8월 5일, 베어 플래그 로보틱스(Bear Flag Robotics)를 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자율주행 트랙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죠.

존 디어가 출시할 자율주행 트랙터는 동력원으로 전기를 사용합니다. 기존 대부분의 농기계는 거대한 엔진 소리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는데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면 소음은 거의 없고 탄소 배출도 적죠.

초기 자율주행 기능을 접목한 트랙터나 농기구는 일반적으로 과수원 토지 관리, 제초, 분무 등을 수행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년 간 연구개발해 정지(整地), 써레, 경운 등 경작 기술까지 가능한 레벨인데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래 농업 분야의 모든 생산 프로세스를 무인화한다는 목표로 꾸준하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존 디어가 최근에 인수한 베어 플래스 로보틱스는 2021년 1월 시드 펀딩에서 79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는데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기술을 트랙터에 탑재해 360도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기술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낮추도록 설계한 농업용 트랙터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율주행 트랙터, 출처: John Deere
자율주행 트랙터, 출처: John Deere

새로운 기술이고 조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실제 사용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존 디어에 따르면 ‘처음 기계를 대중에 공개하자마자 들은 질문은 언제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느냐’였다고 합니다. 농촌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관심은 아주 높다는 반증이죠.

국내 자율주행 농기계 연구 수준은 어떤가요?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트랙터를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등 선진국이 보유하고 있는 자율운행 레벨 3~4단계와 비교하면, 약 5년 정도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아쉬운 부분입니다. 현재는 직진, 자동 조향제어를 할 수 있는 1~2단계 수준인데요.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앞장서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영상인식 기반 트랙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등 관련 산업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1위 농기계업체 ㈜대동도 이 분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GPS 위치 보정 기술을 탑재한 직진 자율주행 트랙터를 상용화한 데 이어, 최근 자동선회 자율주행까지 할 수 있는 트랙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동선회 자율주행 트랙터는 올해 하반기 출시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2022년 상반기에는 더 높은 수준인 2.5단계 기술을 적용한 트랙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HX트렉터, 출처: 대동공업
HX트렉터, 출처: 대동공업

앞으로 자율주행 트랙터를 상용화하기 위해 해결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국내외 수많은 업체가 신기술을 접목한 정밀농업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농기계도 속속 선보이고 있죠. 하지만,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트랙터에 신기술을 접목한 고가의 장비를 추가하면, 생산단가는 기존 제작 단가 대비 50% 이상 상승합니다. 자율주행 접목 농기계는 자동차 산업 대비 산〮관〮연의 협력체계나 정책, 지원사업 등이 미비합니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죠.

농민과 농지 감소, 농가 인구 고령화, 정체된 기술 수준 등 해결할 문제는 여전한 상황에서 앞으로 필요한 농산물은 더 증가할 겁니다. 우리가 먹지 않고 살 수 없듯 장기적인 농업 투자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을 민간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육성해야 하는 이유죠. 활발한 연구개발과 투자로 인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면, 농민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자율주행 트랙터가 갈고 닦은 밭에서 난 농작물을 먹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먼 미래가 아닐지 모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