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몸엔용바이오 “사슴을 전국으로, 녹용을 세계로”
[IT동아 차주경 기자] “양기와 정기를 북돋운다.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며 몸의 기운을 살려 상처 독을 없앤다.”-본초강목.
“사지가 쑤시고 아플때 힘을 더한다. 남자의 무릎과 다리, 여성의 자궁 건강에 좋다.”-동의보감.
한의학 고서에 실린 녹용(鹿茸), 사슴 뿔의 효능이다. 우리 조상이 수백년 전부터 몸의 건강을 지킬때 녹용을 썼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최고급 보약을 꼽으라면 으레 녹용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오늘날 녹용의 위상은 예전보다 떨어졌다. 효능은 인정하지만, 먹기 까다롭고 비싸며 무엇보다 맛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서다. 사슴의 뿔을 잘라내 만든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동물을 보호하지 않는다며 지탄을 받기도 한다. 사실 알고보면 대부분 오해다.
농업회사법인 몸엔용바이오는 오해가 퍼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녹용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효능을 제대로 전달할 방법을 궁리했다. 2015년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에 선정돼 문을 연 몸엔용바이오는 녹용 연구·개발 시설을 마련했다. 아래에서 설명할 사슴클러스터도 세웠다.
창립 후 뚜렷한 성과를 냈다. 녹용의 가치를 유지하고 유통사,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보급했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이어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가가 몸엔용바이오의 녹용 상품을 주목하고 속속 입점을 권했다. 이마트와는 협업으로 유산균, 루테인과 멀티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에버 업’도 만들었다.
조한형 몸엔용바이오 부장을 만나 지금까지의 역사, 제품 개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녹용의 인식만 바꾸면 한결 손쉽게, 맛있게 즐기면서 효과도 누린다고 강조한다.
“몸엔용바이오는 녹용을 기본으로 몸에 좋은 성분을 배합해 상품을 만듭니다. 남성용 녹용 식품에는 활력을 돋우는 엘아르기닌을, 여성용 녹용 식품에는 여성의 과일이라 불리는 석류 성분을 넣어요. 어린이들도 녹용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저희가 짜 먹는 녹용 젤리도 만드는데, 꼭 한번 드셔보세요. 짜 먹는 과일 젤리만큼 맛은 좋으면서 녹용의 성분도 가지고 있습니다.
몸엔용바이오의 자랑은 단연 녹용 원물의 품질입니다. 사슴 클러스터로부터 고품질 녹용을 받아 특허 받은 건조기술로 가공합니다. 무려 60일간 녹용을 찌고 자연의 바람에 말리기를 반복하죠. 외국산 녹용은 가공할때 썩을까봐 피를 빼고 건조해요. 몸엔용바이오는 다릅니다. 녹용의 영양 성분을 하나도 빼지 않고 고스란히 원료로 써서 상품을 만들어요.
식품안전관리인증 HACCP(해썹), FSSC22000(식품안전시스템), ISO 22000(식품안전경영) 등 각종 인증도 취득해 안전하고 품질 좋은 녹용 상품을 만들어요. 상품 특허도 많습니다. 그래야 누구나 쉽게 녹용을 먹도록 도우니까요. 아까 설명한 짜 먹는 녹용 젤리도 그 일환입니다. 그밖에 젤리, 사탕이나 정으로도 녹용을 가공했습니다.”
문득 몸엔용바이오의 자랑인 사슴클러스터가 궁금해졌다. 클러스터는 관계가 밀접한 산업 내 기업과 기관이 모여 시너지를 내는 산업단지를 말한다. 기술이나 의료, 스타트업 클러스터는 자주 들어봐 익숙했지만, 사슴 클러스터는 낯설었다. 조한형 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사슴을 기르고 연구하고 상품화까지 시도하는 곳이 사슴 클러스터입니다. 지역전략식품산업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이에요. 사슴 농장 80여곳이 사슴 클러스터 회원인데, 직접 사슴을 키우는 곳도 있고 클러스터에 사육을 위탁한 곳도 있습니다. 사슴 500여마리가 클러스터에서 자라고 있어요. 사슴 해썹을 최초로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충북 청주 하면 으레 사슴과 녹용을 떠올리도록 충청북도, 청주시가 사슴 클러스터를 지원해요. 몸엔용바이오는 연구개발을 맡고 있습니다. 국가식품 클러스터, 전북대학교와 상명대학교 등 산학연과 사슴 식품도 연구합니다.”
조한형 부장은 이어 사슴을 설명했다. 사슴은 녹용 외에도 많은 장점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사슴 클러스터와 몸엔용바이오가 하는 일도 사슴의 장점만 골라 소비자에게 가져다주는 일이다. 그러려면 먼저 사슴의 특징과 장점, 부가가치를 알아야 한다.
“일단 사슴부터 잘 이해하시면 좋아요. 보통 사슴 하면 체구가 작은 꽃사슴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밖에도 엘크, 대륙사슴 등 덩치가 큰 종도 있어요. 이 사슴들이 녹용도 큽니다. 보통 녹용은 90일에 1미터정도 자라요. 그 이상 자라면 녹용이 녹각이 되면서 약효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 전에 절각합니다. 봄에 보통 자릅니다. 보통 5살~10살 사이 숫사슴에게서 가장 좋은 품질, 수율의 녹용이 나와요.
사슴은 의외로 고부가가치 동물입니다. 소보다 사료를 덜 먹고 배설도 덜해요. 깔끔한 덕분에 기르는데 힘도 덜 듭니다. 대신 마리당 가격이 1000만원쯤으로 비싸요. 하지만, 매년 녹용을 수백만원어치씩 얻으니 밑지는 일은 아니에요. 사슴 클러스터의 목적 중 하나가 사슴 가격을 낮춰 농가에 보급하는 거예요. 그래서 위탁 사육을 시작한 겁니다. 농가가 사슴을 사면 사슴 클러스터가 길러주는 거죠. 그러면 가격이 차차 낮아질테고 고부가가치 동물인 사슴을 전국 농가에 보급합니다.
농가 가운데 축사 허가를 못받는 곳도 있어요. 그러면 사슴클러스터에 위탁 사육을 의뢰하면 됩니다. 사슴클러스터의 시설은 최첨단이에요. 먼저 사슴을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풀어서 키웁니다. 활동하기 좋게 말이지요.
위생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물 배관을 늘 깨끗하게 유지하고, 사료도 쉽게 먹도록 조치했어요. 축사에는 물 미세분무 시스템도 있습니다. 사슴은 더위를 정말 많이 타니까 시원하게 해주려고요. 동물 복지농장도 추진하는 등, 사슴의 건강을 지키며 고품질 녹용을 얻는 구조를 만들었고 또 만들고 있습니다.”
몸엔용바이오의 주력 상품은 녹용 가공식품이지만 한편으로는 사슴 가공식품도 개발 중이다. 녹용을 얻기 어려워진,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슴을 활용할 방안을 궁리하는 동시에 사업 다각화를 노린 것이다.
“사슴은 사람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는 동물이에요. 녹용뿐 아니라 고기도 먹을 수 있거든요. 사슴 고기로 소시지, 떡갈비 등 가공식품을 만들었니다. 특허를 받아 기술이전도 상당부분 이뤄졌고요. 먹어보니 맛이 좋았고 소비자 반응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거부감이 아직 있다고 생각해 시장에 언제 선보일지 가늠하고 있습니다.
사슴 고기로 반려동물 사료도 만들어요. 강아지 영양 육포가 대표적인데 곧 이마트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몰리스샵에서 만나보게 됩니다. 지역 농업 기업과 협업도 했어요. 사슴 부산물을 식용 곤충에게 먹이로 줬더니 곤충의 몸에 사슴의 영양소가 배어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기술도 특허를 받아 사슴 먹인 곤충 사료 ‘펫엔용’을 기획 중이에요. 상품명 몸엔용은 사람에게 좋은 녹용, 펫엔용은 반려동물에게 좋은 녹용인 셈이지요.”
몸엔용바이오는 녹용 가공식품을 앞세워,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 녹용을 보급한다는 목표를 가졌다. 녹용의 영양과 효능은 해외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 품질 좋은 녹용을 먹기 쉽게 가공해 해외에 공급한다면 수요는 분명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서다.
“녹용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인식도 조금씩 좋아졌어요. 건강 식품으로 재조명받기도 하고요. 지금까지는 건강 식품이라고 하면 홍삼을 드는 소비자가 많았는데, 대체재로 녹용을 찾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홈쇼핑에서도 녹용 상품의 인기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름난 약제 기업도 녹용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어요.
아직 외국에는 녹용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건강 식품을 즐겨찾는 것은 세계인 공통이에요. 그래서 우선 베트남을 공략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건강 식품으로 홍삼이 인기를 끌었는데, 그 다음 주목받은 것이 동충하초와 수삼이에요. 그러더니 곧 녹용도 찾더군요. 그래서 몸엔용바이오가 처음으로 베트남에 녹용을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소비자도 녹용을 없어서 못 먹죠. 길림성, 동북3성 등지에서 사슴을 기르고 녹용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꽃사슴을 주로 소비하는데, 녹용의 인허가를 받기 정말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중국 파트너와 함께 몸엔용바이오의 녹용을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가 큰 중국을 공략하는 것이 최종 목표에요.”
몸엔용바이오 본사가 있는 충청북도에서는 원래 사슴을 많이 길렀다. 정부가 사슴 농가 규모를 키우려 진행한 용역 사업에서 참고 기업으로 선정한 곳이 몸엔용바이오다. 그만큼 사슴과 녹용 품질,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이다. 녹용을 지역의 상징으로 만들려는 축제도 기획한다.
“2019년 6월경 몸엔용바이오 주최·주관, 충북 청주시 후원으로 사슴 녹용 축제를 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잠시 주춤했는데, 잠잠해지면 이 축제를 지역 특산물 축제로 만들려 합니다. 사슴 농장과 가공센터 견학, 공연과 사슴 가공식품 시식회 등 다양한 체험장을 만들어 한국 소비자가 사슴과 녹용을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