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에코브 (1) “전기자전거에 더한 물류로 도전하는 유럽”
[IT동아 권명관 기자]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 전기 등 친환경 동력을 활용해 근거리 또는 중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소형 이동수단을 뜻하는 말이다. 전기스쿠터, 초소형전기차, 전기자전거, 전동식 킥보드, 호버보드, 전동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미래 교통의 핵심으로 꼽힌다. 대도시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어 크게 성장하고 있다. 꽉 막힌 도로를 피해 좁은 골목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교통수단을 이용하기에는 가까우나 걷기에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가속화하는 대도시화와 1인 가구 시대도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필요로 한다. 대도시 속 러시아워, 내연기관차로 인한 환경 오염 등을 대체할 수단으로도 꼽힌다.
UN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 이르러 전세계 인구 중 60.4%인 5억 1,000만 명은 도시에 살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기준, 전세계 인구 중 56.2%인 약 4억 3,000만 명이 이미 도시에 살고 있다. 늘어나는 도시 인구에 맞춰 도로를 개설하거나 넓힐 수 있지만, 도로 위 자동차대수 한계는 명확하다. 전세계 주요 국가가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주목하는 이유다.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로 시작한 에코브
지난 2019년 8월 19일 설립한 에코브(대표: 임성대, Eccov)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정확히는 페달을 밟는, 전기자전거를 개발 중이다. 임 대표 이력이 다소 이채롭다. 그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 약 디자인 연구원, 모빌리티 개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에코브 설립을 함께한 최정남 공동대표 역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현대자동차에서 시작차체개발 연구원, 모빌리티개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이쯤이면 눈치챘으리라. 임 대표와 최 공동대표의 이력에서 살펴볼 수 있듯, 에코브는 현대자동차 사내벤처로 시작해 독립한 스타트업이다. 시작은 2009년 실시한 현대자동차 사내벤처 공모부터다. 그는 “디자인 1명과 엔지니어 3명으로 팀을 구성해 ‘1인승 친환경운송수단 개발’ 프로젝트에 ‘H스타트업팀’으로 참가했다. 브랜드 컬렉션과 협업해 향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우선 미래형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시나리오 개발부터 진행했고, 종래에는 자동차 프로세스를 이용한 자전거 프레임 제조 프로세스와 전동시스템(모터, 배터리, HMI) 개발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전기자전거다. 2000년대말 국내외 자동차업계가 ‘친환경’을 다음 비전으로 내세우며 자전거를 주목했던 분위기도 일부 작용했다. 일본의 몇몇 자동차업체가 모터쇼에서 컨셉 전기자전거를 선보이기도 했고. 임 대표는 “현대만의, 기아만의 브랜드를 담은 전기자전거를 만들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팀 구성 후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부터 고민했고, ‘프레임 디자인’이라고 판단했다. 전기자전거에 자동차 엔진을 넣을 수는 없고, 단순히 ‘현대’라는 브랜드만 달고 있는 그저그런 전기자전거를 만들기는 싫었다. 그렇게 찾은 차별점이 프레임이었다. 자동차 프로세스를 적용한 전기자전거 자전거 프레임을 설계했다. 일반 자전거보다 튼튼하고, 회전할 때 쏠리지 않도록 좌우축을 잡아줄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이렇게 완성한 전기자전거를 2010년과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 선보일 수 있었다. 나름 내부에서 성과를 인정받았고, 유럽 몇몇 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의 에코브가 선보인 시험 제품인 셈이다.
그렇게 2륜 전기자전거, 3륜 전기자전거, 4륜 전기전거, 전동스쿠터 등을 개발하며, 30여개의 특허를 내는 등 기술력을 키웠다. 임 대표는 “여러 제품을 개발하면서 자동차 차체 양산 기술을 적용한 프레임 완성에 집중했고, 자동차 설계 프로세스를 활용한 ‘디지털 설계 프로세스(Alias Automotive-Catia)를 개발해 적용했다. ‘제품 기획 -> 스타일링 -> 구조설계 -> 구조해석 -> 프로토 제작’을 통해 제품 개발 기간 단축한 것”이라며, “설계 디자인과 효율적은 프로세스 적용에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자전거를 물류 배송에 활용할 수는 없을까?
자체 개발한 프레임과 프로세스 등을 통한 전기자전거를 완성하기 시작하면서 임 대표는 한가지 아이디어를 추가했다. ‘전기자전거를 그저 사람이 타고 이동하는 용도가 아닌, 물류로 활용할 수 없을까?’라는 의문이었다. 물류 수송 즉, 화물용으로 전기자전거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였다.
특히, 유럽에서 도심내 디젤 화물차량 운행을 제한함에 따라 물류/배송 대체수단으로 화물용 전기자전거 즉, ‘카고(Cargo) 전기자전거’를 활용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유럽은 - 페달을 밟는 - 전통적인 자전거 이용 사용자경험을 유지하고자 하는 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점에도 집중했다. 실제로 글로벌 배송업체 UPS는 2012년부터 카고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시작, 미국 피츠버그와 뉴욕으로 확장한 바 있다.
이에 2016년부터 카고 전기자전거 개발에 집중했다. 국내보다 해외, 그중에서도 유럽을 타겟으로 완성도를 다듬었다. 자체 개발한 전기자전거 프레임에 화물을 싣는 화물칸을 덧붙이고, 수출에 용이하도록 각 부품을 모듈화해 현지에서 바로 조립해 완성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자동차 부품사, 완성차 업체 등도 카고 바이크 개발과 생산에 나서면서 잠재 시장성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유럽은 카고 전기자전거에 대해 보조금도 지원한다. 마치 국내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면 지자체별로 보조금을 지급하듯 말이다.
다만, 수정 보완할 점은 분명했다. 일반 전기자전거와 화물 전기자전거는 내구성, 운행 안전성, 화물 적재량, 언덕길을 오를 수 있는 파워 등이 필요했다. 즉, 자전거에 전기모터를 달고 있는 일반 전기자전거와 달리, 화물 전기자전거를 위한 디자인과 설계, 제품 생산 방식이 필요했다. 아직 표준화된 플랫폼도 없었고, 어떤 형태의 카고 전기자전거가 도로에 어울리는지 알 수 없었다. 임 대표는 여기에 집중했다.
사내벤처에서 에코브로
지속적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임 대표는 2019년 라스베가스 CES에서 4륜 전기자전거를 발표하며 기술력을 검증했다. 운도 따랐다.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줄 알았지만, 마침 전시 부스에 한 자리를 났던 것. 그렇게 에코브는 사내벤처팀에서 독립해 스타트업으로 시장에 도전했다.
임 대표의 목표는 카고 전기자전거의 플랫폼화다. 카고 전기자전거가 갖춰야 할 기능과 성능을 기술력으로 지속 강화하고, 각 부품을 모듈화에 제공하고자 한다. 시장의 요구사항에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스타트업이 지닌 장점 중 하나다. 스타트업은 기존 대기업과 비교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작은 만큼 상대적으로 재빠른 것과 같다.
임 대표는 “에코브가 도전하는 카고 전기자전거 시장은 스타트업이어서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게 꼭 필요할까?’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전기를 활용한 친환경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필요하다. 그리고 퍼스트마일부터 라스트마일까지, 물류의 흐름 속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모빌리티의 작은 영역에서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자신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가시밭길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한 제조 영역에서 스타트업이 생존하기란 쉽지 않다. 제품 생산을 위한 최소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개발이 아닌 영업의 영역이다. 잘 만드는 것과 잘 판매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에코브는 창업 전 구축한 오랜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시장은 그리 녹록치 않다.
코로나19도 악재다. 에코브의 1차 타겟은 유럽 즉, 해외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자사의 기술력과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전시회, 박람회 등에 참가해 스스로를 알려야 한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제품을 소개하기가 어렵다. 온라인 전시회, 화상 네트워크 등 대안이 없진 않지만, 양에 차지 않는다. 무엇보다 카고 전기자전거는 없던 시장이다. 없던 영역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임 대표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틈새를 찾는다. 매연을 뿜는 화물차, 오토바이와 달리 친환경적이다. 작은 몸집만큼 날렵하다. 골목골목을 누빌 수 있고(좁고 꼬불꼬불한 구 도로가 많은 유럽에 카고 전기자전거가 어울리는 이유다), 기존 물류 운송체계와 연계해 라스트마일(고객과 만나는 물류의 끝 부분)을 담당할 수도 있다. 다년간 자동차업계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도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회초년생은 아니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임 대표는 “재미있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에게 아빠는 자전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유럽은 자동차와 함께 자전거도 중요한 이동수단, 모빌리티로 인식한다. 그리고 페달을 밟는, 전통적인 경험을 중시한다”라며, “에코브의 3륜 카고 전기자전거는 한번 완충 시 최고속도 25km로 최대 80Km를 이동할 수 있다. 적재할 수 있는 화물 무게는 150kg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시장이 원하는 바가 있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에코브가 만들어가는 라스트마일, 카고 전기자전거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