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기만 교체해도 'OK'··· 와이파이 6 공유기의 장점은?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4년 1월, 와이파이 4(802.11n)을 대체하는 새로운 와이파이 5(802.11 AC) 규격이 배포됐다. 와이파이 5는 이론상 최대 6.9Gbps(초당 862MB)의 전송 속도를 제공하고, 속도는 느린 대신 도달 성능이 좋은 2.4GHz와 도달 성능은 부족하나 속도가 높은 5GHz 두 개의 대역을 동시에 사용해 활용도를 넓혔다. 와이파이 5는 이전의 그 어떤 와이파이보다도 무선 인터넷을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고, 지금도 가장 널리 쓰이는 규격 중 하나다.

하지만 와이파이 5가 공개된 지 7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고속 네트워크 환경,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다중 기기에 대한 지원 등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규격이 바로 와이파이 6다. 와이파이 6는 와이파이 5에서 한계로 지적된 부족한 도달 성능과 다중 장치 안정성, 보안 문제를 해결한 규격으로, 이전 세대와의 호환성과 새로운 기기 호환성을 모두 포함하면서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최근 출시한 와이파이 6 기반의 링크시스 E9450 공유기(좌)와 와이파이 5 기반의 링크시스 MR9000X(우). 출처=IT동아
최근 출시한 와이파이 6 기반의 링크시스 E9450 공유기(좌)와 와이파이 5 기반의 링크시스 MR9000X(우). 출처=IT동아

와이파이 6는 공공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을 중심으로 배치되고 있지만, 가정에서도 공유기 교체만으로 손쉽게 도입할 수 있다. 물론 와이파이 6 공유기 성능에 맞는 회선을 신청해야 최상의 성능을 끌어낼 수 있지만, 와이파이 6 공유기만 설치해도 이점이 많다. 와이파이 5 공유기를 와이파이 6로 교체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을지 짚어본다.

왜 공유기만 교체해도 충분할까?

일반 가정에서 와이파이를 구축하는 원리는 이렇다.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계약을 맺은 사용자의 집에 유선 네트워크 회선을 제공한다. 이 회선을 무선 공유기와 연결하면 공유기가 회선 속도에 맞는 와이파이 신호를 생성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와이파이 속도를 올리려면 ISP가 제공하는 회선이 빨라야 하고, 무선 공유기가 이를 뒷받침할 정도의 성능을 갖춰야 한다.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기기도 이 속도를 지원해야 한다.

당연하지만 유선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면, 무선 인터넷 속도 역시 똑같이 느리다. 하지만 여기서 손해를 보는 건 속도 뿐이므로 공유기에서 제공하는 신호나 보안, 부가 기능은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공유기만 교체해도 신호 강도가 강해지고, 도달 범위도 넓어져 인터넷을 활용하는 품질이 향상된다. 통신사에서 기본 제공한 공유기를 그대로 쓰고 있다면, 공유기 교체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제조사는 다 다르지만, 최고 무선속도 표시는 모두 동일하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브랜드의 성능을 구분할 수 있다. 출처=다나와
제조사는 다 다르지만, 최고 무선속도 표시는 모두 동일하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브랜드의 성능을 구분할 수 있다. 출처=다나와

와이파이 6 공유기를 잘 모른다면 최고 무선속도만 놓고 제품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모든 무선공유기 브랜드는 2.4/5GHz 대역이 내는 최고 속도를 합쳐서 제품 성능을 구분한다. 7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AX1800 공유기는 2.4/5GHz 속도의 합이 1,800Mbps라는 의미고, 그 이상일수록 최고 속도도 빠르다는 의미다.

와이파이 6의 최대 장점, 안정적인 신호 강도

링크시스 E9450은 겉으로 드러난 안테나가 없고, 내부에 4개의 안테나를 내장하고 있다. 출처=IT동아
링크시스 E9450은 겉으로 드러난 안테나가 없고, 내부에 4개의 안테나를 내장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와이파이 5의 가장 큰 단점은 약한 신호강도다. 공유기 신호의 주파수는 대역이 낮을수록 속도가 느린 대신 도달 범위가 넓고, 대역이 높을수록 도달 범위가 짧은 대신 속도가 높다. 와이파이 5 공유기는 2.4GHz와 5GHz 대역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5GHz만 와이파이 5고 2.4GHz는 와이파이 4가 출력되는 것이다. 와이파이 5 공유기를 활용하고 있더라도 도달범위가 짧아 2.4Ghz에 연결해서 사용한다면 와이파이 4 공유기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와이파이 6는 2.4GHz와 5GHz 대역 모두 와이파이 6로 동작하므로 기존 와이파이 5 공유기보다 속도나 안정성이 높다. 또한 기존보다 두배 높은 160MHz 채널을 활용해 같은 기기에서도 무선 속도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속도 체감은 쉽지 않아, 대신 다중 장치 연결성 ↑

와이파이 5(위)는 클라이언트가 혼잡한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보내거나 받을 때 장치가 대기해야 한다. 와이파이 6의 OFDMA(아래)는 더 많은 장치가 동일한 전송 윈도에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효율적으로 통신한다. 출처=인텔코리아
와이파이 5(위)는 클라이언트가 혼잡한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보내거나 받을 때 장치가 대기해야 한다. 와이파이 6의 OFDMA(아래)는 더 많은 장치가 동일한 전송 윈도에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효율적으로 통신한다. 출처=인텔코리아

와이파이 6의 이론상 최대 속도는 9.6Gbps로, 와이파이 5의 6.9Gbps와 비교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하지만 와이파이 6는 향상된 MU-MIMO(다중 사용자 입력 및 출력, Multi-User Multiple Input & Multiple Output) 성능과 와이파이 5에는 없는 OFDMA(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엑세스) 기능이 적용돼있다. MU-MIMO를 쉽게 말하면, 최대 연결 가능한 장치의 숫자다. 와이파이 4와 5도 이 기능을 지원하지만 양방향이 아닌 단방향만 지원하고 장치 숫자도 최대 4개여서 효율성이 떨어졌다.

와이파이 6 공유기는 최대 8개의 기기에 대해 다운로드와 업로드 양방향 통신을 지원해 여러 장치를 동시에 사용해도 데이터 흐름이 원활하다. 그리고, OFDMA를 통해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OFDMA는 데이터 흐름을 직렬에서 병렬로 전송하는 기술이다. 와이파이 5 공유기가 4개의 장치에 데이터를 전송할 때 한 번에 하나씩 4개를 순차적으로 보냈다면, 와이파이 6 공유기는 8개 장치에 데이터를 모두 동시에 보낸다. 덕분에 4K 스트리밍을 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데스크톱으로 다운로드를 걸어놓고 콘솔 게임을 즐겨도 훨씬 안정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보안’도 개선돼

와이파이 6 기반 공유기의 보안 영역에서 WPA3 기반 암호화를 설정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와이파이 6 기반 공유기의 보안 영역에서 WPA3 기반 암호화를 설정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사용자가 체감하기 힘든 보안 영역도 개선됐다. 와이파이 6의 보안은 WPA3(Wi-Fi Protected Access 3)로, 와이파이 5의 WPA2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전 세대에 적용되었던 WPA2는 암호에 대한 무차별 대입 공격이 가능해 암호가 뚫릴 가능성이 있고, 또 암호를 뚫은 공격자가 네트워크 트래픽을 염탐해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실제로 와이파이 5의 무차별 대입 공격을 활용해 공유기를 해킹하고, 스마트폰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를 빼내 상대방을 협박한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WPA3는 이 부분을 보완해 서로 간의 장치를 식별한 다음 인증하는 SAE(Simultaneous Authentication of Equals) 기술을 도입해 무차별 암호 대입을 막고 있다. 설사 네트워크에 침입했더라도 정보를 염탐하는 스누핑(Snooping)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해킹으로부터 훨씬 안전하다.

고성능 공유기에만 있는 ‘프리미엄’ 기능도 쏠쏠

링크시스 E9450의 USB 포트에 저장장치를 연결한 상태, 공유기가 네트워크 드라이브 기능을 지원하면 NAS처럼 쓸 수 있다. E9450의 네트워크 드라이브 기능은 추후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된다. 출처=IT동아
링크시스 E9450의 USB 포트에 저장장치를 연결한 상태, 공유기가 네트워크 드라이브 기능을 지원하면 NAS처럼 쓸 수 있다. E9450의 네트워크 드라이브 기능은 추후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된다. 출처=IT동아

와이파이 6 기반의 고성능 공유기를 선택한다면, 기존에 통신사 공유기에서는 활용할 수 없던 다양한 기능들을 쓸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기능이 네트워크 파일서버 기능이다. 공유기 뒷면에 있는 USB 포트에 저장장치를 연결하고 파일 서버를 구축하면, 인터넷으로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 저장소를 만들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동일 브랜드 공유기를 묶어서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메시 기능. 출처=와이파이얼라이언스
두 개 이상의 동일 브랜드 공유기를 묶어서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메시 기능. 출처=와이파이얼라이언스

두 대 이상의 같은 브랜드 공유기를 연결해 네트워크 도달 범위를 확장하는 ‘메시(Mesh)’ 기능도 유용하다. 메시 기능은 브랜드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고, 호환도 되지 않는다. 와이파이 얼라이언스는 '이지 메시(Easy Mesh)'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링크시스는 ‘인텔리전트 메시(Intelligent Mesh)’라고 부른다. 이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은 브랜드만 같다면 서로 다른 공유기를 하나의 공유기처럼 묶어서 사용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복층 구조나 취약 지역을 보완할 수 있고, 보안이나 관리도 한 대의 기기처럼 쓸 수 있다.

이외에도 개인용 네트워크와 손님용 네트워크를 따로 분리해서 개방하는 ‘게스트 네트워크’ 기능,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공유기 제어, 자동 펌웨어 및 보안 업데이트 등 유용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와이파이 6 지원 기기는 많아지고, 가격은 저렴해져

2019년초, 국내에 처음 등장한 와이파이 6 공유기의 가격은 50만 원을 넘었고, 이를 지원하는 기기는 출시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시리즈와 아이폰 11, SE가 와이파이 6를 공식 지원하고, 노트북을 중심으로 와이파이 6를 기본 지원하는 제품이 늘면서 와이파이 6 공유기 역시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링크시스 E9450. 출처=IT동아
링크시스 E9450. 출처=IT동아

2021년 7월 출시되고 있는 와이파이 6 공유기는 이제 7만 원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브랜드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기가비트 인터넷을 지원하는 AC1200 이상의 와이파이 5 공유기와 비교해도 2~3만 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보안과 안정성은 한층 높다. 지금 시점에서 공유기를 새로 구매한다면 와이파이 5 공유기를 고를 이유가 전혀 없다.

최근 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 내 네트워크 환경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화상회의에 지연이 있었다던가, 평소에 못느꼈지만 인터넷이 불안한 지역을 눈치챘다던가 하는 식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와이파이 신호나 안정성, 보안 등이 불만족스럽다면, 와이파이 6 공유기 교체로 손쉽게 고품질의 네트워크를 구축해보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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