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스마트폰 포기한 LG가 아이폰을 판다?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전국 직장인, 그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 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 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LG전자가 이제 스마트폰 사업 접는다고 했잖아? 정확히 언제까지라고 했지?

네. 제가 LG 스마트폰 철수 소식을 전한지 3개월이 흘렀습니다. 지난 5월 31일부터 스마트폰 생산을 종료했고요. 스마트폰 사업 자체는 이번 달 말인 7월 31일까지만 진행한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생산 기지였던 베트남 공장은 가전 생산라인으로 변경됐다고 합니다. 근데 최근 LG전자가 갑자기 애플의 아이폰을 팔겠다고 나서면서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애플 아이폰12 (출처=셔터스톡)
애플 아이폰12 (출처=셔터스톡)

2. 갑자기 아이폰을 판다니, 대체 무슨 말이야?

저도 너무 놀랐는데요. LG전자 자회사인 하이프라자의 LG베스트샵이라고 있잖아요? 동네에서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LG 전자제품을 파는 그런 공간인데요. 물론 스마트폰도 팔고 있죠. 그런데 이제 여기서 LG 스마트폰이 빠지니깐 그 자리에 애플 아이폰을 대신 유통할 예정이라는 얘기입니다.

아이폰 같은 경우는 보통 자급제폰으로 판매가 많이 됩니다. 자급제폰이라고 하면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내가 기기를 사서 마음대로 통신 요금을 정하는 이런 단말기죠. 지금 아이폰을  자급제로 사려면 기본적으로 애플 매장에 가야 해요.

그런데 애플 매장은 아시겠지만 공식 매장이 두 개 밖에 없고, 리셀러 매장도 공식 매장에 준하는 프리미엄 리셀러만 따지면 전국에 30개도 안 됩니다. 그러니까 아이폰을 자급제로 사고 싶어도 매장이 많이 없는 상황이죠. 그런데 여기에 전국에 매장이 400여 개 있는 LG전자 베스트샵이 추가되면 접근성이 훨씬 높아지죠. 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면 LG 제품 할인 혜택 같은 걸 줄 수도 있구요.

LG베스트샵 매장 내부 (출처=LG전자)
LG베스트샵 매장 내부 (출처=LG전자)

3. 아이폰 말고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 이런 것도 다 살 수 있는 거야?

일단은 LG전자랑 겹치는 제품은 안 팔 것 같습니다. LG도 그램 같은 노트북이나 완제품 데스크톱을 판매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경쟁 제품이 될 수 있는 맥북, 아이맥은 판매 안 하는 쪽으로 얘기가 된 거 같고요.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정도가 판매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리셀러, 즉 판매 대행이다 보니깐 애플 공식 스토어에서 살 때와 차이점도 있습니다. 일단 애플스토어와 달리 '2주 내 묻지마 환불'이 안 되고요. 사후 지원 제공도 안 합니다. LG 베스트샵에서 구매하더라도 사후 지원은 공식 애플스토어나 애플 공인 서비스 센터에서 받아야 하는 거죠. 리셀러 중에서도 애플 공인을 받아 사후 지원을 제공하는 곳이 있지만, LG는 사후 지원까지는 안 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합니다.

4. 이제 LG 스마트폰 안 파니깐 대신 아이폰을 판다고? 이유가 그게 전부야?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니고?

스마트폰 판매 사원들 고용 유지 차원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그것만이라고 보긴 어려울 거 같고요. 아이폰 하면 2030, 젊은 층이 좋아하잖아요. 그 사람들을 LG전자의 매장으로 오게 할 수 있는 효과도 노리는 것 같습니다. 새 아이폰이 출시되면 새벽마다 애플스토어 앞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데, 이제는 LG 베스트샵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애플 여의도 (촬영=IT동아)
애플 여의도 (촬영=IT동아)

더 중요한 건 애플의 움직임인데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니깐, 애플도 이제까지 안 하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LG전자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아이폰을 구매하면, 15만 원 정도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한 겁니다. 지난 5월부터 국내에서 조용히 하던건데, 이번 달부터는 미국에서도 최대 180달러를 보상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돈으로는 약 20만 원 정도죠. 물론 기종에 따라 보상가는 다릅니다. 중요한 건 애플이 아이폰도 아닌 다른 폰에 보상금을 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건데요.

그만큼 LG전자가 국내나 해외에서 가지고 있던 점유율에 애플이 욕심을 내고 있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LG 스마트폰 사용자는 아무래도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갤럭시로 넘어갈 가능성이 더 크겠죠? 그래서 운영체제가 다른 아이폰으로 넘어오게 하려면 큰 혜택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공격적으로 나오는 거 같습니다. 애플 점유율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니깐요.

5.아이폰 때문에 LG 베스트샵에 사람들이 몰리면, 경쟁업체인 삼성 디지털프라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겠네?

맞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65%, 애플 22%, LG전자 12% 순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LG 스마트폰 점유율을 다 흡수하면 80%에 가까운 점유율로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LG가 애플과 손을 잡으면 삼성 입장에서는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죠. 실제로 긴급 내부 회의까지 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LG전자 제품을 모아놓은 매장에서 아이폰을 판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은데요. 아이폰을 사러 간 2030은 LG전자 가전제품을 같이 보고, 가전제품을 사러 간 4050은 아이폰을 같이 볼 수 있는 거죠. 이런 시너지 효과를 LG 베스트샵이 제품 구성이나 마케팅에 어떻게 반영해서 살려낼지도 지켜봐야겠죠.

지난해 국내·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지난해 국내·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6. 그동안 스마트폰을 판매했던 이동통신 대리점들도 타격이 있을 거 같은데, 반응들은 어때?

물론이죠. 대리점 같은 경우에는 결국 통신사와 연계해서 판매하고 있잖아요? 영세 대리점들은 수요에 맞춰 아이폰 재고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LG에서 직접 자급제폰을 판매한다고 하니 ‘시장 침해다’, ‘골목상권 죽이기다’ 이렇게 반응하기도 하고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구매 방법과 판매처가 생기니 좋지만,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또 논란이 되는 게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입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등이 지난 2018년 5월 동반성장위원회 주관으로 맺은 협약인데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의 자사 유통 채널에 자사가 생산하고 공급한 휴대폰만 판매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LG전자가 LG 베스트샵에 아이폰을 판매하면 이 협약에 어긋날 수도 있는 거죠.

출처=동반성장위원회
출처=동반성장위원회

그런데 사실 LG전자는 이제 자사 폰을 안 만들기 때문에 상관없지 않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협약에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겨도 동반성장위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최우수·우수 업체 선정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대응이 없습니다. 최우수·우수 업체에 선정되더라도 대기업은 하도급 분야 직권 실태조사와 서면 실태조사가 1년 면제되는 정도라서 크게 아쉬울 것도 없죠.

그런데 이런 LG전자의 행보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업체도 있습니다. 바로 삼성 계열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볼 수도 있지만, 이유가 꽤 그럴싸한데요.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핸드폰 판매 확대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의 광고 물량 상당 부분은 제일기획이 소화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제일기획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관측이죠.

7. 그런데 LG와 애플은 경쟁 관계가 아니었어? 왜 갑자기 손잡은 거야?

사실 LG와 애플이 마냥 경쟁 관계이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LG 계열사들이 애플에 납품하고 있는 아이폰 부품이 한둘이 아닙니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LG화학은 배터리,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을 납품 중입니다. 특히 LG이노텍은 매출 절반이 애플 납품에서 나온다고 하고, LG디스플레이도 차기 아이폰에 들어갈 패널 주문 증가로 4년 만에 흑자 전환을 기대 중이라고 하니 매우 중요한 고객사죠.

얼마 전에는 LG가 애플카를 만든다는 소문도 있었잖아요? 아시다시피 LG 전자는 자동차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았죠. 7월 1일에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합작 법인을 출범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애플과 LG 밀월 관계가 이어지면 전기차 분야에서도 협력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그런 소문이 도는 거 같습니다.

애플카까지는 몰라도 LG 노트북이 아이폰과 연동되는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LG 노트북에 LG 스마트폰을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이 있잖아요? 이제 LG 스마트폰이 안 나오니깐 그 자리를 애플 아이폰이 대신할 수도 있겠죠. 만약 이 정도까지 협력이 진행된다면 그 이상의 깊은 협력 관계도 상상은 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애플카 얘기는 역시 좀 이른 거 같네요. 아직 애플카 실체도 모르잖아요. 게다가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LG와 애플 동맹도 그저 전략적 판단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두고 볼 일이죠.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장을 발표했다.

정리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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