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11 '인텔 6·7세대' 지원하나, 안 하나?
[IT동아 권택경 기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윈도 11을 정식으로 발표하면서 최소 요구사양을 공개했다. 윈도 11은 높은 성능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TPM(신뢰 플랫폼 모듈) 2.0 같은 까다로운 조건, 특정 세대 이상의 CPU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의외로 많은 이용자가 업그레이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인텔 6·7세대, AMD 라이젠 1세대 이전 제품이 지원 CPU 목록에서 제외된 부분이었다. 해당 제품들은 출시가 5년을 넘지 않은 데다 성능이 모자란 제품도 아니다. 윈도 11 요구사양 중 가장 까다로운 조건인 TPM 2.0 기준도 충족한다. 게다가 인텔의 경우 6세대 이후 제품은 공정과 아키텍처의 근본적 변화가 없어서 운영체제 지원 여부가 갈릴 만큼 큰 차이가 있지도 않다. 딱히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지원 대상에서 빠진 셈이다.
출시 5년도 넘지 않은 CPU가 명확한 이유도 없이 최신 운영체제 지원을 받지 못하다는 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은 해당 문서가 단순히 하드웨어 제조사를 위한 문서이거나, 단순히 문서에 모든 지원 CPU가 기재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IT동아가 지난 25일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을 때도, 해당 문서는 하드웨어 제조사를 위한 가이드 문서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전 기사 ‘내 컴퓨터는 합격일까? 생각보다 까다로운 윈도 11 요구사양’ 참고) 문서에 포함된 CPU만 윈도 11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측에서 나온 답변은 달랐다.
계속 바뀌는 정책으로 혼란 키워
지난 26일 마이크 디스펜사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SNS에서 "윈도 11은 단순히 '1GHz, 듀얼코어 CPU 이상'보다 더 특정화한 CPU 요구사양을 지닌다"고 말했다. "지원 CPU 목록은 OEM 제조사를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 최소 요구사양은 그저 1GHz, 듀얼코어 CPU 이상으로 기재된 게 아니냐"는 한 외신 기자 질문에 직접 답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디스펜사 말에 따르면 요구사양에 기재된 ‘호환되는 64비트 프로세서’라는 문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문서에 기재한 CPU들만 윈도 11 업그레이드를 공식적으로 지원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같은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답변이 나온 건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도 정책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11을 발표하자마자 공개한 최소 요구사양 문서에는 ‘하드 플로어’, ‘소프트 플로어’라는 구분이 있었으나 곧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 플로어는 충족하지 못하면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엄격한 기준, 소프트 플로어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설치할 수 있는 다소 완화한 기준이다.
수정되기 전 최소 요구사양 문서에 따르면 TPM 1.2과 듀얼코어 1GHz 이상 CPU는 하드 플로어에 속하며 TPM 2.0 미만, CPU 세대는 소프트 플로어에 속한다. TPM 버전이 2.0 미만이거나 지원 목록에서 빠진 구 세대 CPU 탑재 기기라면 윈도 11 설치 시 완벽히 호환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뜨기는 하나 설치 자체는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수정된 문서를 보면 ‘소프트 플로어’ 개념은 완전히 사라지고 하드 플로어 개념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책은 TPM 1.2 버전이나 구 세대 CPU 사용자라도 설치를 허용하는 등 최소 요구사양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했다면, 바뀐 정책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TPM 2.0을 최소사양으로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선 랜섬웨어를 비롯한 사이버공격에 더 강력한 보안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TPM은 하드웨어 보안을 위한 암호화에 사용되는 기술로 디스크 암호화, 시스템 위변조 검증 등에 이용된다. 그러나 인텔 8세대 이전, AMD 라이젠 2세대 이전 CPU가 지원 목록에서 제외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인텔 6·7세대는 스펙터, 멜트다운 등 구조적인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제외됐을 것이란 추측 정도만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내놓은 PC 브랜드인 서피스 제품조차도 상당수가 기준 미달로 윈도 11 업그레이드를 지원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 제품 중 13종만 윈도11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피스 전체 제품군 25종 가운데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숫자다. 이 목록에 따르면 2018년 10월 이전에 출시된 제품은 모두 윈도 11 업그레이드 대상에서 제외된다. 3,499달러(약 4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작업용 제품군인 서피스 스튜디오도 윈도 11 업그레이드를 받지 못한다. 애플이 맥OS 몬터레이 지원 대상에 2013년 출시한 맥프로까지 포함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인텔 7세대, AMD 라이젠 1세대 호환 여부 테스트하겠다"
구 세대 CPU 사용자들에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소 요구사양 기준을 다시 완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9일 프리뷰 버전인 윈도 11 인사이더 빌드를 출시한 후 최소사양 기준을 설명하는 글을 공식 블로그에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보안, 신뢰성, 호환성이라는 세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따져 최소사양을 정했으며, 이 기준에 인텔 8세대와 라이젠 2세대, 퀄컴 7·8세대 탑재 기기가 부합하는 것으로 확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트너와 OEM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윈도우 인사이더 빌드를 출시함에 따라, 인텔 7세대와 AMD 라이젠 1세대 기기도 우리 기준을 충족하는지 테스트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인텔 7세대, 라이젠 1세대 등 현재 지원 대상에서 빠진 CPU들도 앞으로 테스트를 거쳐 윈도 11 이용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언제든지 지원 목록에 추가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11 호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PC 상태 검사’ 앱도 홈페이지에서 일시적으로 제거했다. ‘PC 상태 검사’의 호환성 검사 결과가 정확성이 떨어지는 데다 이용자에게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아서 윈도 11 최소 요구사양을 둘러싼 혼란을 오히려 가중시켰다고 판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검사 앱을 개선해 올가을 다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