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컴퓨터는 합격일까? 생각보다 까다로운 윈도 11 요구사양
[IT동아 권택경 기자] 윈도 11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윈도 11은 윈도 10 이용자라면 무료로 업그레이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윈도 10 PC에 윈도 11을 설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소 요구사양은 충족해야 한다. 운영체제 최소 요구사양이란 게 대개 그렇듯이 윈도 11도 그리 뛰어난 성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PC가 윈도 11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한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윈도 11 최소 요구사양은 ▲2개 이상 코어가 장착된 1GHz 이상의 호환되는 64비트 프로세서 또는 SoC ▲4GB RAM ▲64GB 이상의 저장 디바이스 ▲UEFI, 보안 부팅 가능한 시스템 펌웨어 ▲다이렉트X 12 이상(WDDM 2.0 드라이버 포함) 호환 그래픽카드 ▲9인치 이상 HD(720P), 8비트 컬러 지원 디스플레이 ▲TPM 버전 2.0 지원이다.
내 컴퓨터가 최소 요구사양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는 ‘PC 상태 검사’ 앱을 이용하는 것이다. 앱에서 윈도 11 호환성 확인 검사를 실행하면 호환 여부를 알려준다. 문제는 PC 검사 앱이 어디가 어떻게 미달하는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년 이내 구입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이라면 어지간한 저가 모델이 아닌 이상 CPU나 램, GPU 등이 최소 요구사양에 못 미칠 가능성은 작다. 문제는 TPM 2.0 지원 여부다.
TPM은 신뢰 플랫폼 모듈(Trusted Platform Module)을 뜻하는데, 하드웨어 보안을 위한 암호화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별도의 TPM 칩으로 구현하기도 하고, CPU에서 펌웨어 수준으로 구현하기도 한다. 비트로커라는 디스크 암호화 기능이 바로 이 TPM을 이용한 기능이다.
TPM 지원 여부는 작업표시줄 검색창에서 tpm.msc을 입력해 실행하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여기서 지원하지 않는다고 뜨더라도 좌절하기엔 이르다. 일반 개인 사용자는 그리 사용할 일이 많지 않은 기능이라 바이오스에서 꺼져있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스에서 PTT(인텔), fTPM(AMD) 기능을 찾아 켜주기만 하면 된다.
참고로 인텔은 6세대(스카이레이크) 이상 제품, AMD 라이젠은 전 세대가 펌웨어로 TPM 2.0을 구현한다. 이전 세대 CPU라면 TPM 모듈 칩을 따로 구해서 메인보드에 직접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윈도 11 지원 CPU 목록 문서에 인텔 6·7세대 제품, AMD 라이젠 1세대 제품은 빠져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 제품은 성능이나 TPM 지원 여부로 보나 지원 대상에서 빠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측 설명에 따르면 해당 문서는 단순히 ‘윈도 하드웨어 개발자’를 위한 문서일 뿐, 윈도 11 지원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윈도 11 탑재 기기를 제조하는 하드웨어 제조사들을 위한 가이드 문서다. 해당 문서에 표기된 CPU만 윈도 11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텔 6세대, 7세대와 AMD 라이젠 1세대는 단종된 모델이라 완제품 PC를 만들 제조사를 위한 가이드에 포함될 이유가 없다.
현재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최소 요구사양에 충족하기만 하면 윈도 11은 설치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PC 검사 앱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는 호환성 검사 결과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맹신하지 않고 참고만 하는 게 옳다. 아직 출시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소 요구사양을 조정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추가(2021년 6월 28일): IT동아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 답변을 바탕으로 위와 같이 보도했으나, 기사 게재 후인 지난 26일(한국시간)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측에서는 다른 설명이 나왔다. 26일 스티브 디스펜사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트위터에서 "지원 CPU 목록은 OEM 제조사를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 최소 요구사양은 그저 1GHz, 듀얼코어 CPU 이상으로 기재된 게 아니냐"는 취지의 한 외신 기자 질문에 "윈도 11은 단순히 '1GHz, 듀얼코어 CPU 이상'보다 더 특정화한 CPU 요구사양을 지닌다"고 답하면서 해당 문서가 윈도11 지원 CPU 목록이 맞는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인텔 6·7세대, 라이젠 1세대를 포함해 리스트에 빠진 제품은 공식적으로 윈도 11 업그레이드를 지원하지 않는 게 맞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PC 건강 측정 앱을 업데이트해 윈도 11 호환성 검사 시 어떤 부분이 요건에 미달하는지 알려주는 메시지를 출력하도록 개선했다.
윈도 11을 꼭 설치해야 할까?
윈도 11 설치 요건을 갖췄더라도 업그레이드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윈도 10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면 그대로 윈도 10을 사용해도 된다. 바뀐 UX(유저 경험)에 다시 적응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스트레스일 수 있다. 게다가 윈도 10도 2025년 10월까진 지원이 유지되니 그동안 보안 업데이트를 받으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윈도 11에도 매력적인 개선점이 많다. UX만 바뀐 게 아니라 기본적인 속도나 안정성도 향상됐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밝혔다. 만약 바뀐 시작 메뉴와 작업표시줄이 적응이 안 된다면 설정에서 이전 윈도와 유사한 형태로 바꿀 수도 있다. 공식 발표에 앞서 유출된 프리뷰 빌드에서 확인된 기능이다.
PC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윈도 11 이점은 있다. HDR 지원 모니터라면 자동 HDR 기능을 활용해 HDR 미지원 게임에서도 HDR 효과를 이용할 수 있다. 고성능 NVMe SSD 이용자라면 다이렉트 스토리지 기술을 지원하는 윈도 11을 이용해야 게임을 할 때 하드웨어 성능을 온전히 쓸 수 있다.
너무 잦고 거대했던 윈도 업데이트가 가벼워진다는 점도 반길만한 변화다. 업데이트 효율을 개선해 40% 더 작아진 데다, 백그라운드에서 자동으로 진행된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