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비즈니스의 요람 배달음식 시장, "이커머스의 효율적인 배송을 위한 포석"
[IT동아 정연호 기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앱 거래액 규모가 15~20조 원으로 전년 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외식보단 배달을 택한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다. 1인 가구 증가 역시 배달음식 시장의 성장을 지속해서 견인해왔다.
배달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업계 1위 배달의 민족(배민)과 이커머스 3사의 배달시장 점유율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이츠는 3~5곳을 묶어서 배달하는 대신 단건배달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빠른 배달로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이때 기본 배달료를 5,000원으로 하고, 거리에 따라 추가되는 비용은 쿠팡이츠가 모두 부담한다. 쿠팡이츠가 배달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자, 배민도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 도입을 앞두고 있다.
위메프오는 입점 점주가 주 8,800원의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면 배달 중개 시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티몬은 중개 수수료를 업계 최저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기존 배달 플랫폼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배달 플랫폼을 따로 만들진 않았지만 ‘스마트주문’과 ‘카카오 주문하기’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도 나선 배달 앱 시장
신한은행도 오는 12월쯤 비금융 서비스인 배달 중개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배달 플랫폼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 서비스로 인가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혁신금융으로 지정되면 금융법상 인허가 심사와 영업행위 규제에서 예외로 인정받아, 정해진 기간 동안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배달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중개 수수료를 낮게 유지하므로 수수료를 통한 수익보단, 배달 서비스로 쌓은 매출 데이터로 신용평가 모델을 개선한 뒤 이를 소상공인 중금리 대출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금리 대출이란 신용등급이 4~6등급인 중신용자에게 연 10% 이내에 금리로 내주는 신용대출로, 전통 금융사의 신용평가모델이 중신용자 대출 심사에서 이들의 금융정보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해, 주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이 맡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다양한 기업의 배달 서비스 출시를 ‘통합 플랫폼’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한다. 서강대 경영학과 정유신 교수는 “플랫폼이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은 소비자가 다양한 기능이 통합된 패키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하나의 앱에서 모빌리티/배달/금융 등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패키지로 받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배달 사업은 이커머스/페이(결제)/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할 수 있으며, 금융/결제 정보와 더불어 이용자의 소비습관/취향/동선 등 관련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다른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선 금상첨화다.
배달음식과 라스트마일 이커머스
배달음식 시장은 특히 이커머스와 시스템적으로 친화성을 갖는다. 쿠팡은 수년간 쌓아온 인공지능 기술과 물류 노하우를 쿠팡이츠에 접목해, 배달 주문을 최적의 기사에게 배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요예측/경로최적화 기술 등 물류 노하우를 배달음식 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으며, 양 산업 간 융합 비즈니스로 인한 이득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커머스 3사의 배달음식 시장 진출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영구 교수는 “이커머스 사업에선 이제 라스트마일(last mile) 서비스와 가격이 중요하다”면서, “반대로 배달음식 사업을 물류 경쟁의 관건인 라스트마일 구현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형수가 사형장으로 걸어가는 마지막 1마일이란 뜻의 '라스트 마일'은, 물류 쪽에선 유통업체가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마지막 1km를 의미한다. 기존 물류체계는 전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대형 거점 물류창고로 모은 뒤 다시 각지의 소비자에게 뿌리는데, 물류창고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마지막 과정이 라스트 마일이다.
라스트 마일에선 복잡한 도심 내 배송/교통이 불편한 산간 지역으로의 배송/교통 체증 등 배송이 지연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소비자는 당일배송/3시간 내 배송처럼 제품을 빨리 받기 원하기 때문에, 이 라스트 마일을 신속하게 끝내야 소비자 만족도가 올라간다.
이를 위해서 배달 플랫폼에 기존 택배 배송 서비스를 추가해, 전국 각지의 오토바이 배달망으로 기존 물류체계를 보완할 수 있다. 즉, 배달 플랫폼이 확장돼 공산품 배송까지 오토바이 배달 중개로 처리하는 것이다. 물류센터를 전국에 촘촘하게 지어서 배송속도를 줄이는 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고객 주문이 발생할 때 오토바이를 비롯한 이륜차로 매장에서 물건을 픽업한 뒤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생필품과 신선식품, 가정간편식(HMR)을 배민 라이더스로 1시간 안에 배달하는 배민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B마트를 생각하면 된다. 머지 않은 미래엔 자율주행차나 드론 배달로 라스트 마일을 신속하게 끝낼 순 있겠지만, 한동안은 비용이 저렴한 오토바이 배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커머스 3사 제품의 가격과 품질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에, 이젠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앞으론 차별화된 라스트 마일 경쟁력이 브랜드 평판을 좌우하는 핵심 개념으로 떠오를 것이다. 결국, 이커머스의 배달 플랫폼은 배달음식 시장뿐 아니라 이커머스 경쟁을 위한 라스트 마일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