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리에이터를 위한 '끝판왕' 등장,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15 UX582
[IT동아 권택경 기자] 콘텐츠가 경쟁력인 시대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배포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 개인, 전문가, 아마추어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시대 흐름이 이러니, PC 업계도 크리에이터를 노린 제품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 에이수스 젠북 듀오 시리즈도 시대 흐름에 맞게 ‘크리에이터를 위한 노트북’을 표방한 제품이다. 화면 아래에 보조 디스플레이가 달린 독특한 형태로 눈길을 끌며 에이수스의 대표적인 노트북 제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생산성 극대화하는 두 개의 스크린
이번에 출시된 ‘젠북 프로 듀오 15 UX582’는 젠북 듀오 시리즈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하는 제품이다. 최고 옵션 기준으로 인텔 10세대 i9-10980HK, 32GB DDR4 온보드 메모리, 1TB SSD, 지포스 RTX 3070를 갖췄다. 웬만한 고사양 데스크톱에 필적하는 화려한 스펙이다.
디스플레이 품질도 뛰어나다. 15.6인치 4K UHD 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DCI-P3 100%의 넓은 색영역을 자랑하며 팬톤 인증을 받아 전문가급 영상이나 사진 작업에 활용하는데도 손색이 없다. 최대 밝기 440니트에 HDR도 지원하기 때문에 HDR 콘텐츠도 문제 없이 재생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터치 입력과 스타일러스 입력을 지원한다. 스타일러스는 노트북과 함께 기본 제공된다. 4096단계 필압 인식을 지원해 손글씨는 물론, 전문가용 그림 작업에도 충분하다.
화면을 ‘젠북 플립’ 같은 태블릿형 노트북처럼 바닥까진 젖히지 못하지만, 약 140도까지는 젖힐 수 있다. 좀 더 눕힌 각도를 선호한다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스타일러스를 쥔 손을 디스플레이에 눕힌 채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마우스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트랙패드 대신 스타일러스를 포인팅 장치로 활용해도 의외로 쓸만하다.
젠북 듀오 시리즈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스크린패드 플러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UX582에 탑재된 스크린패드는 14인치 크기에 3840x1100 해상도를 지녔다. 딱 4K급 해상도지만, 세로 길이가 짧은 만큼, 세로 픽셀도 줄었다. 기본적으로 보조 디스플레이지만 여러 앱과 편의 기능을 추가해 활용도를 좀 더 높였다. 자주 쓰는 단축 키를 등록해놓고 사용할 수 있는 퀵 키, 숫자패드 대신 쓸 수 있는 넘버 키 등 앱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이외에도 본인이 원하는 앱을 추가해서 쓰거나 여러 앱을 작업그룹으로 묶어 한 번에 띄우는 기능도 있다.
스크린패드 플러스는 노트북을 펼치면 위로 살짝 솟아오른다. 그 덕분에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메인 디스플레이와 함께 한 시야에서 볼 수 있다. 여러 창을 동시에 띄어놓고 멀티태스킹을 할 때도 좋지만, 영상 편집 프로그램처럼 여러 패널로 구성된 복잡한 작업 프로그램을 돌릴 때 특히 유용하다.
예를 들어 프리미어 프로에서 메인 스크린에는 소스 모니터나 프로그램 모니터를 띄어놓고, 타임라인 패널은 스크린패드에 띄어놓는 식으로 작업하면 효율적이다. 스크린패드는 터치 조작이 가능하므로 타임라인 확대도 손가락을 벌리는 제스처로 쉽게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주식 매매를 할 때 여러 차트를 보조 화면에 띄어놓거나, 게임을 할 때 보조 스크린에 공략 문서를 띄어놓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화면을 넓게 쓰는 대신 조작성을 좀 더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쓰는 방법도 있다. 컨트롤 패널이라는 기능을 이용하면 다이얼을 활용해 미세한 조작도 손쉽게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영상이나 사진을 편집할 때 사용하는 전용 인터페이스 콘솔을 터치스크린으로 흉내내는 기능이다. 다만 정해진 몇몇 앱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현재는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포토샵, 라이트룸, 애프터이펙트만 지원한다.
스크린패드가 차지하는 공간 만큼 희생된 부분도 있다. 일단 손바닥과 손목을 받쳐줘야 할 팜레스트가 없다. 원래 키보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스크린패드가 차지하면서, 키보드는 팜레스트 자리로 밀렸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손목 통증을 앓고 있다면 단점이 될 수 있다. 분리형 팜레스트를 부속품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거치해놓고 쓸 때는 문제가 없지만, 이동할 때 그만큼 짐이 늘어난다는 점은 부담이다.
터치패드도 일반적인 노트북과 달리 키보드 우측에 있는 데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사용하기 불편하다. 스크린패드에 있는 터치패드 모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신 터치패드 모드를 쓸 때는 다른 스크린패드 기능을 포기해야 하니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다행히 키보드 자체는 키 크기나 자간이 크게 줄지는 않아서 불편하지 않다.
무거운 작업도 거뜬한 성능
UX582에 탑재된 8코어, 16스레드를 갖춘 i9-10980HK는 인텔 10세대 모바일용 프로세서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고성능 랩톱용 제품이다. 기본 클록 2.4GHz에 최대 터보 클록 5.3GHz까지 지원한다. 유튜브에서 4K 영상 감상, 고해상도 비디오 편집 작업 등 실사용 상황에서 부족함을 느끼지 못 했다.
CPU 성능을 숫자로 확인하기 위해 ‘시네벤치 R23’로 벤치마크를 실행한 결과, 멀티코어 10393점, 싱글코어 1275점을 기록했다. 시네벤치는 ‘시네마 4D’라는 그래픽 작업 툴을 기반으로 CPU 성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이다. 특정 이미지를 10분간 연속으로 렌더링하는 방법으로 성능을 측정한다. 비교를 위해 개인적으로 사용 중인 데스크톱 PC의 라이젠3600로 벤치마크를 실행한 결과, 멀티코어 기준 8810점을 기록했다. UX582가 중급 데스크톱 CPU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는 성능이라는 뜻이다.
GPU에는 RTX 3070이 탑재됐다. 모바일용이기 때문에 같은 3070이라도 데스크톱 3070과는 체급 차이가 나지만 노트북에서 작업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성능을 보여준다. 실제로 프리미어 프로에서 다양한 모션 그래픽, 애니메이션 효과가 적용된 영상을 작업할 때 버벅거림이 없었다.
게이밍 노트북은 아니지만 사양 자체가 높기 때문에 고사양 게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사이버펑크 2077’을 4K 해상도에서 ‘레이 트레이싱 중간’ 옵션으로 돌렸을 때 초당 프레임(Frame Per Second, FPS)은 25~30 수준으로 측정됐다. 프레임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면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해상도나 옵션을 조정하면 더 높은 프레임을 뽑아낼 수 있다. 사이버펑크 2077처럼 최신 데스크톱도 버거워 하는 고사양 게임이 아니라면 훨씬 더 매끄럽게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UX582의 외부 단자는 USB 3.2 Gen2 타입A 1개, USB-C 규격 선더볼트3 2개, 3.5mm 오디오 단자, HDMI 2.1로 이뤄져 있다. 크게 모자랄 것 없는 단자 구성이지만 SD카드 슬롯이 없다는 건 아쉽다. 물리적으로 SD 카드 슬롯을 넣을 공간이 없어 보이지도 않는다. 한 체급 아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UX482에도 SD카드 슬롯은 있다. 비슷한 사양 구성의 게이밍 노트북인 ‘제피러스 듀오 GX551’에도 SD카드 슬롯이 있는데, 크리에이터용 노트북을 표방한 이 제품에 SD카드 슬롯이 빠진 건 이해하기 힘들다.
배터리 용량은 92Wh로 넉넉하다. 그러나 고해상도 듀얼 디스플레이에 고성능 프로세서까지 탑재된 제품이다 보니 실사용 시간은 짧은 편이다. 100% 완충 상태에서 밝기 100%, 팬 모드 표준 설정으로 유튜브 4K 영상 연속 재생 시 전원 부족 알림이 뜨기까지 약 2시간 50분이 걸렸다. 밝기 50% 설정, 팬 모드 표준 설정에서 프리미어 프로로 간단한 영상 편집 작업을 했을 때는 약 2시간 만에 전원 부족 알림이 떴다. 단순 문서 작업이나 웹서핑이라면 이보다는 사용시간이 길어지겠지만, 전원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안심하고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성능과 휴대성은 반비례 관계일 수 밖에 없는 만큼, 고성능을 자랑하는 이 제품에 뛰어난 휴대성까지 바라는 건 욕심일 듯하다. UX582 본체 무게는 2.34kg으로 여기에 어댑터를 추가하면 약 3.1kg, 손목 건강을 위해 팜레스트를 추가하면 약 3.3kg이 된다. 아쉬운 배터리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자가용이 있는 사람이나 출장지에서도 반드시 고성능 PC를 이용한 작업을 해야 되는 사람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UX582는 크리에이터용 노트북이라는 범주에서 제 몫을 충실히 하는 노트북이다. 기본적인 성능도 성능이지만, 스크린패드도 잘만 활용하면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다만 단점도 분명하다. 뛰어난 성능의 대가로 발열과 팬 소음 문제를 안고 있다. 배터리 시간이나 휴대성도 아쉽다. 그러나 데스크톱도 대신할 수 있는 고성능 작업용 노트북이 필요한 사람, 언제 어디서나 전문가급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UX582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리뷰에 사용한 제품 기준으로 공식 판매가는 490만 원대, i7-10780HK가 탑재된 한 단계 아래 사양은 390만 원대 수준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