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콘텐츠 생태계 '네이버 프리미엄', 유튜브 따라가나
[IT동아 정연호 기자]
네이버가 콘텐츠 제작 및 판매가 가능한 구독형 서비스인 '네이버 프리미엄'의 테스트 버전(CBT,클로즈드 베타테스트)을 선보였다. 언론사, 전문가, 작가 등 창작자는 네이버 프리미엄 플랫폼에 채널을 개설한 뒤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다.
창작자는 콘텐츠 주제, 내용, 형식, 가격 등을 스스로 결정하며, 결제한 이용자만 특정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페이월(paywall)을 적용할 수 있다. 콘텐츠 판매 방식은 채널 정기구독, 낱개 판매 모두 가능하다.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TV 등 운영하는 네이버 채널이 있다면, 이를 프리미엄 콘텐츠와 연동하여 노출할 수 있다.
네이버는 콘텐츠 편집, 결제 정산관리, 데이터 분석, 프로모션 운영 등 콘텐츠 판매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며, 10% 판매 수수료를 떼간다. CBT 기간엔 텍스트 콘텐츠만 판매될 예정이며, 추후 동영상, 오디오, 생방송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CBT 동안엔 네이버 프리미엄은 사전에 섭외한 25개 채널로 운영된다. 주요 언론사 중에는 조선일보의 ‘땅집고’, ‘프리미엄 조선’, 중앙일보의 ‘글로벌머니’, 동아일보의 ‘DBR’, ’HBR에센셜’, ‘엣지리포트’, 매일경제신문의 ‘취업스쿨’, 경향신문의 ‘경향noon’, 뉴미디어인 ‘순살’, ‘더밀크’, ‘캐릿’, ‘북저널리즘’ 등이 있다.
네이버 프리미엄 측은 "CBT 기간 동안 창작자와 이용자의 피드백을 모두 검토한 뒤 올 상반기 중 누구나 콘텐츠 판매를 할 수 있는 정식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프리미엄은 프로모션 기간에 25개 채널 중 1곳을 한 달 동안 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이용권을 제공한다.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면 자동 결제되며, 채널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마음에 든다면 구독을 유지하면 된다. 현재 제공되는 콘텐츠는 부동산, 경영, IT, 경제, 시사상식, 도서, 철학 등으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고 있다.
아쉬운 점은, 아직까진 네이버 프리미엄의 콘텐츠가 기존 기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사는 이미 자사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제공하던 콘텐츠를 네이버 프리미엄에서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창작자 확보에 집중하는 네이버
네이버 프리미엄은 네이버에 필요한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는 검색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네이버에서 정보를 얻기를 기대한다. 즉 네이버 입장에선 양질의 정보를 최대한 확보해야 기존 이용자를 네이버에 묶어 두거나, 신규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니 네이버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를 제작할 더 많은 창작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네이버의 온라인 창업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 사업 전략과도 동일하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사업전략은 친 중·소상공인(SME, Small and Medium Enterprise)방식으로 판매자에게 다양한 기술적인 보조를 하며, 이를 통한 판매자 확보에 중점을 둔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적은 수수료를 받으면서 예약/주문/결제(페이)/지도/단순 AI콜/정보분석에 등 중소상인이 스스로 구축하기 어려운 기술을 지원하며, e커머스 분야 1위(거래액 기준)로 올라섰다. 이렇게 확보한 중·소상공인은 소비자가 제품 검색 시 뜨는 ‘상품(즉 정보)’을 만들어 낸다.
네이버 사업을 하나로 묶어주는 전략은 유튜브의 오픈 플랫폼 전략과 유사하다. 오픈 플랫폼인 유튜브는 누구나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고, 일부 조건을 만족하면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유튜브에는 양질의 콘텐츠가 올라오며, 다양한 콘텐츠는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인다.
네이버 프리미엄 역시 정식 버전에선 누구나 판매자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사용자 확보에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네이버는 유튜브 전략에서 판매자를 위한 기술적인 보조를 추가로 더한 것이다.
이로 인해 네이버가 확보한 판매자가 늘어날수록, 네이버 플랫폼에 묶어둘 수 있는 소비자도 더 많아진다. 이는 곧 더 많은 창작자를 네이버로 유인하며, 플랫폼이 커질수록 네이버의 판매 수수료/광고수입은 늘어난다.
물론, 언론사와 창작자에게도 네이버 프리미엄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네이버 프리미엄을 통해서 뉴스 및 콘텐츠를 제품으로 다루는 인식이 형성되고, 네이버의 데이터 활용 기술로 얻은 인사이트를 콘텐츠 제작에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사가 이를 활용하려면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뉴스 유료구독 모델이 실패한 적이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그전 세대보다 지식형 콘텐츠에 대가를 지불하는데 거부감이 덜하다. 그들은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며, 이를 통한 유료구독 서비스 이용비율도 높다. 언론사들은 유료구독 모델이 실패했던 과거에 발목을 잡혀선 안될 것이다.
한편으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네이버에 의존하는 상황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언론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40개국 중 한국은 포털 같은 뉴스수집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이미 언론사들은 네이버가 없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사뿐 아니라 다양한 창작자와 소비자가 네이버에 의존하는 상황이 더욱 심화한다면, 이는 가볍게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네이버의 행보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