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의 미래, B2C 아닌 B2B"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LTE(4세대 이동통신) 속도보다 20배 빠르다던 5G(5세대 이동통신). 현실은 LTE 대비 평균 4배 정도 빠른 수준이다.

5G 상용화 이후 5G 이용자들은 느린 속도/통화 끊김/LTE로의 전환 등, 5G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최근에는 5G 서비스 품질 불량에 대한 손해배상 집단 소송까지 추진 중이다.

5G 손해배상 집단소송, 출처=화난사람들
5G 손해배상 집단소송, 출처=화난사람들

그들은 "(5G 서비스는) 광고한 속도에 1/100 정도에 불과하다. 상용화 당시 완전한 5G 망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단 걸 정부와 이동통신 3사는 알고 있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요금 감면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 3사의 불완전한 이행에 대한 고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5월 6일 기준, 집단 소송에 참여하는 사람은 7,600명을 넘었다.

28GHz 기지국, 100 국도 안 돼

5G 속도가 기대보다 느린 이유는, 초고주파 대역인 28GHz 기지국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5G는 3.5GHz, 28GHz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데, 지금까지 완공된 기지국 17만 국 중 대부분은 3.5GHz용이고, 28GHz용 기지국은 100 국 정도에 불과하다.

28GHz 주파수 대역을 통해서만, LTE 속도보다 20배 빠른 20Gbps를 구현할 수 있다. 초고주파 대역이 넓은 대역폭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역폭이 넓어지면 초당 전송 가능한 데이터양은 커지고, 데이터 업로드/다운로드 속도도 빨라진다.

대역폭은 이를 테면 도로의 폭에, 데이터는 도로 위 차에 비유할 수 있다. 당연히 도로가 넓으면 차가 많아도 병목현상 없이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즉 28GHz 주파수의 대역폭이면 사용자가 많이 몰려도 대용량 데이터도 큰 문제 없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 3사가 올해 안에 완공해야 하는 28GHz 기지국은 각 사마다 1만 5,000국이다. 5월 현재 현재 28GHz 기지국은 100국에도 미치지 못한다. 원칙상 기업이 기지국 구축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정부는 주파수 사용기한을 단축하거나 주파수를 회수한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주파수 이용 계획서상 구축 계획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각사에게 10년 내에(2028년까지) 기지국 15만 국을, 5년 내엔(2023년까지) 4만 5,000국을 완공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이동통신 3사는 작년 말 기준으로 3.5GHz 기지국을 각사 별로 5만 국 정도 구축했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요금제, 출처=KTOA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요금제, 출처=KTOA

이용요금 불만에 관해 KTOA 측은 "5G 이용자의 요금부담 완화 및 선택권 확대 등을 위해 중저가 요금제, 온라인 요금제를 속속 출시하고 있으며, LTE 요금제보다 5G 요금제가 저렴하거나 여러 혜택(데이터 추가 제공 등) 등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KTOA
출처=KTOA

KOTA 측은 또한, 사용량 관점에서 보면 5G 서비스가 단위 데이터당 요금이 더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에서 공시하는 가입자 및 데이터 트래픽 통계 자료에 따르면, LTE 가입자(5천 1백만 명)에 비해 5G 가입자(1천 3백만 명)는 27%에 불과하지만, 5G 데이터 트래픽은 LTE 대비 91%에 육박한다. 1인당 데이터 트래픽(전송량)으로 환산하면, 5G에서 LTE 보다 약 3.4배의 트래픽을 사용하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5G로 넘어가는 과정이란 점을 강조한다. 그만큼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5G 끊김 현상, LTE전환 및 소비자 불편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커버리지(연결가능지역) 확대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투자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 전했다.

20배 빠른 속도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다만, 일각에선 28GHz 주파수 대역은 소비자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체험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최기영 당시 과기정통부 장관은, "28GHz 대역은 전국민 서비스로 생각하고 있지 않고, 대부분 B2B(기업간 거래) 분야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LTE/5G 3.5 GHz 대역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시장의 데이터 전송량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도 28GHz 기지국은 B2C 시장보다는 B2B 시장에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경희대 전자정보대학 전자공학과 홍인기 교수는 "대용량 대역폭은 사실상 B2B 시장을 겨냥해서 나왔으며, 기지국 건설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인공지능/자율주행 등 B2B 시장에서 수요가 아직 충분히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8GHz 기지국을 짓는다해도 애당초 전체 기지국 수가 적기 때문에, 커버리지 부족 등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이 늘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B2B, 출처=셔터스톡
B2B, 출처=셔터스톡

업계는 이후로 5G 콘텐츠가 늘어나면 대용량 트래픽이 필요할 것이라 반박했다. 스마트폰 역시 처음엔 실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후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으며, 5G도 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동통신 3사는 단말기 생태계와 통신사업 환경에 맞춰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그러나 B2B 시장 수요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28GHz 기지국 투자를 어떻게 늘릴지는 미지수다. 28GHz 기지국의 커버리지는 3.5GHz 대비 10~15% 이하라,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지어야 한다. 그만큼 28GHz 기지국을 전국망으로 설치할 때,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이를 고려한다면, 28GHz 기지국 수는 가까운 시일 내로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28GHz 기지국은 경기장, 공연장 등 데이터 사용이 몰리는 지역에 설치돼, 3.5GHz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5G 이용자들은 높은 비용을 내면서도 불만족스러운 서비스 품질을 경험해왔다. 이동 통신3사는 5G의 현상황을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납득할 수 있는 요금제 도입과 품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 역시 5G 산업을 어떻게 진흥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가 신산업을 밀어주면서 B2B시장의 수요를 만들어낸다면, 기지국 투자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정부는 B2C 시장뿐 아니라 B2B 시장을 함께 육성해야 한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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