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의 계절이 돌아왔다, 청소는 어떻게 해야 할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2일, 강원도에는 22년 만에 5월의 폭설이 내렸고, 다음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25도까지 오르는 등 극과 극의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의 기후도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부터 앞선다. 빠르면 이번 주말에는 선풍기를 꺼내놓고, 에어컨을 가동할 채비도 해야 한다. 하지만 환풍으로 틀어도 퀴퀴한 냄새가 난다거나, 육안으로도 내부가 더럽다면 그대로 사용하기엔 꺼려질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도 에어컨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에어컨에서 발생하는 냄새의 주요 원인은 곰팡이고, 그 다음이 대기 중 포함된 냄새 입자다. 곰팡이는 어디에나 있으며, 환기나 소독 정도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에어컨과 에어컨 덕트 자체는 금속이나 스티로폼이어서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에어컨 라디에이터나 덕트에 쌓인 먼지가 대기 중 수분을 머금으면서 곰팡이나 냄새 분자가 달라붙어 문제가 된다. CDC(미국 질병 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곰팡이는 코 막힘, 인후 자극, 기침 또는 재발성 천명의 원인이며, 눈 자극이나 피부 자극도 유발할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내부가 지저분한 에어컨을 그대로 쓰면 안 되는 이유다.
에어컨 청소, 셀프로 할 수 있나?
에어컨 청소는 청소 전문업체에 맡기는 게 가장 확실하지만, 오염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면 흡기구 필터 청소, 열교환기의 불순물 제거 정도는 직접 할 수 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비교적 10년 이내 출시된 스탠드, 벽걸이, 시스템 에어컨이라면 사용자가 직접 필터를 분리해서 세척할 수 있는 제품이 많다.
에어컨 필터 분리 방법은 설명서를 보는 게 가장 확실하다. 스탠드형 에어컨은 후면 혹은 측면의 개폐구를 통해 커버를 분리한 뒤 필터를 빼내고, 벽걸이형 에어컨은 커버를 위로 들어 올린 뒤 아래로 필터를 빼내는 제품이 많다. 시스템 에어컨은 중앙의 흡기구를 분리한 다음 필터를 빼낸다. 분리한 필터는 중성세제를 푼 물에 에탄올이나 베이킹 소다, 물을 1:1:1 비율로 섞은 용액에 담가두었다가, 솔로 먼지를 제거한 다음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말려둔다. 다만, 미세 먼지나 알러지, 항균 등 특수 필터라면 세척 후 재사용이 아닌 교체가 원칙이므로 사전에 확인하고 청소하자.
에어컨 필터가 분리된 상태에서는 에어컨 내부의 열교환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열교환기는 금속으로 촘촘하게 돼있는 부분인데, 여기에 먼지가 쌓이면 에어컨 효율이 떨어지고 곰팡이가 피게 된다. 필터가 제대로 장착돼있다면 열교환기에 먼지가 적게 쌓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쌓이게 된다. 만약 육안으로도 열교환기가 깨끗한 상태라면 구연산과 물을 1:10 비율로 희석해 열교환기에 충분히 뿌려주고, 그다음 냉방 운전을 18도로 설정해 20~30분간 운전해 습기를 모두 제거한다.
아울러 에어컨 실외기가 건물 외벽이 아닌 옥상, 1층 등 손에 닿는 위치에 있다면 에어컨 성능 향상과 전력 효율 개선과 화재 방지를 위해 실외기를 함께 청소하는 게 좋다. 실외기는 실내기의 전원을 끈 다음, 물을 뿌려 열교환기에 쌓인 먼지를 제거해주기만 하면 된다.
어떤 경우에 전문가를 부르면 좋을까
만약 에어컨 필터 청소와 무관하게 곰팡이 냄새가 난다거나, 에어컨 내부의 열교환기에 곰팡이 혹은 정체불명의 얼룩이 가득하다, 혹은 손이 닿지 않는 위치에 있어 정상적으로 청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문가 청소는 제조사에 요청하거나, 오늘의집, 숨고, 네이버 등에서 사설 서비스를 검색해 신청하면 된다.
에어컨 청소는 제품 진단 후 오염 상태에 따라 단계별 세척 서비스를 진행한다. 상황에 따라 간단 필터 청소부터 미분해 세척, 송풍팬 분해 세척, 제품 완전 분해 세척 등 다양하게 진행된다. 전문가 청소는 일반 세척과 전문 세척으로 나뉘는데, 일반 세척은 에어컨 엔지니어가 세척용 스프레이를 이용해 제품을 분해 및 청소하는 수준이며, 전문 세척은 고압·스팀세척기, 열풍 건조기 등 전문 장비를 이용해 에어컨을 세척한다. 가격은 상태와 조건,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전문 세척을 기준으로 벽걸이형이 5~7만 원대, 스탠드형 에어컨이 7~10만 원대, 2-in-1 구성이 15만 원대, 천장형 에어컨이 10만 원대다.
에어컨 관리만 잘 해도 청소 주기 길어져
에어컨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냉각 구조 때문이다. 냉방 운전 중에는 공기 중에 있는 냄새 입자가 열교환기에 흡착돼 응축수로 배출되지만, 희망온도에 도달해 실외기가 꺼지거나 송풍 단계에서는 열교환기에 붙어있던 응축수가 증발해 실내로 유입돼 냄새가 난다. 이 때문에 에어컨은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하는데, 냄새 유발 물질이 열교환기에 잘 붙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면 냄새도 적고 곰팡이도 적게 발생한다.
일단 직접 필터를 청소하고 난 직후라면 에어컨을 제습 1시간에 송풍 1시간으로 2시간 동안 동작해 열교환기를 실내 기온과 비슷한 온도까지 맞춘 다음 종료하자. 평소에도 에어컨 냉방 후 최소한 30분 정도는 송풍 모드를 가동해 열교환기를 건조한 다음에 끄는 것도 좋다. 최근 인버터 에어컨은 자동 건조 기능이 있어 종료 후 10분 정도는 자동으로 건조하지만, 직접 송풍 모드를 활용하는 쪽이 더 효율이 좋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