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에 선 홈쇼핑 업계, 롯데홈쇼핑의 출구 전략은?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공개한 '코로나19로 인한 소비패턴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쇼핑이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됐다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 기간 사이의 온라인 쇼핑 판매액 성장률은 코로나 19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온라인쇼핑동향조사 및 소매판매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기간인 2019년 12월에서 2020년 11월 사이의 온라인 쇼핑 판매액 성장률은 월 1.54%로 2017년 1월에서 2020년 12월 사이 성장률 월 1.51%와 다르지 않다.

물론 2019년 2월~12월 사이 27조 원이던 오프라인 판매액은 2020년 1월~11월 사이 3조 원 감소한 24조 원으로 집계돼 소비가 줄어든 것은 맞다.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건 맞지만,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진게 아니라 전체 소매 판매액 비중에서 온라인 판매가 오프라인 판매의 판매를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을 흡수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됐다. 네이버와 농협하나로마트, ,GS프레시몰, 홈플러스 등은 각각 네이버 장보기로 협업해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조합하는가 하면, 배송 문제로 개입하기 어려웠던 가구 시장을 다음 날 배송 설치로 공략한 쿠팡의 로켓설치같은 시도가 등장하는 등 시장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한편, 전통적으로 비대면 시장의 성격을 띠고 있던 홈쇼핑 업계 역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수십 년 간 철옹성과도 같던 TV 매체가 서서히 흔들리고 있어서다. 새로운 플랫폼 사업으로 전기를 마련하고 있는 롯데홈쇼핑을 만나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롯데홈쇼핑의 출구 전략, 그 시작은 플랫폼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 진호 상무. 제공=AWS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 진호 상무. 제공=AWS

이날 만난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 진호 상무는 현재 롯데홈쇼핑의 입지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진 상무는 “지금까지 홈쇼핑은 TV라는 중앙 매체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홈쇼핑은 이미지로 정보를 전달하는 전자상거래, 대면 기반의 거래와 달리 비대면이면서도 오프라인인 성격을 지닌 점으로 차별점을 둬왔다”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라이브 스트리밍이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시대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 수 있고, 쇼 호스트가 될 수 있게 되면서 홈쇼핑만의 강점이 희석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20·30대의 TV 시청률은 떨어지고, 온라인 매체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되면서 홈쇼핑 시장의 입지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롯데홈쇼핑은 홈쇼핑이라는 틀을 넘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진 상무는 “롯데홈쇼핑은 퍼스트 앤 트루 미디어커머스 크리에이터라는 비전을 통해 TV 홈쇼핑을 넘어 미디어커머스를 이끄는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롯데홈쇼핑은 올해부터 비디오 커머스에 대응하는 wyd, 패션 크리에이션 커머스 아이투(iToo)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고, 장기적으로는 홈쇼핑 업계가 비즈니스 모델로 삼을 수 없었던 가상현실, 증강현실, 실제 사이즈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 추천 등 고객경험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취지다.

롯데홈쇼핑 wyd 설명 페이지. 출처=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 wyd 설명 페이지. 출처=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이 홈쇼핑 사업을 넘어 플랫폼에 도전하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 때문이다. 진 상무는 "앞으로 도래할 산업 구조는 플랫폼 생태계의 일원이 되거나, 지휘자가 되거나, 혹은 종속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미래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플랫폼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짧게는 5년에서 10년을 투자해 플랫폼을 안착시켜야만 지속적인 성장 을 추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특별함 없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게 플랫폼 사업인 만큼 신속하면서도 안정적인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wyd는 라이브 커머스와 수익 모델을 엮은 플랫폼이다. 지금의 유튜브는 크리에이터가 영상을 올렸을 때, 여기에 붙은 광고로 수익을 낸다. 하지만 수익이 고정적으로 나지 않는 데다가, 유튜버가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wyd는 영상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여기서 판매가 이뤄지면 가격의 일정 부분을 수익으로 받는다. 롯데홈쇼핑과 크리에이터는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꾸준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아이투 애플리케이션 실행 구성. 출처=IT동아
아이투 애플리케이션 실행 구성. 출처=IT동아

아이투는 홀쭉한 체형(i)부터 뚱뚱한 사람(o)까지 참여할 수 있는 경험 중심의 패션 크리에이션 커머스다. 기존 홈쇼핑은 다양한 체형을 선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아이투는 키와 몸무게를 비롯한 체형과 의류 사이즈, 선호 스타일과 분위기, 그리고 스마트폰 사진을 기반으로 한 체형 분석을 통해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인 체형과 흡사한 크리에이터의 의류 예제를 추천한다. 기존에 비대면 의류 구매의 한계를 기술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다. 롯데홈쇼핑은 두 플랫폼을 동시에 서비스하기 위해 1년 반 이상을 준비해 올해 초 서비스를 시작했고, 실마리를 풀어가며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대기업’이 플랫폼 두 개를 동시에 출범할 수 있던 배경?

롯데홈쇼핑이 wyd와 아이투를 동시에 구축할 수 있었던 건 확고한 의사 결정도 있었겠지만,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기반으로 ‘넥스트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구축한 영향도 크다. 진 상무는 “롯데홈쇼핑은 이미 TV 커머스에 서버 확장이나 커머스 사업 역량에 강점을 지닌 AWS를 사용하고 있다. AWS를 활용하면 서버 규모를 가변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서 갑자기 사람이 몰리거나 줄어드는 상황에도 문제가 없다. wyd와 아이투도 초기 개발 단계부터 운영, 향후 데이터 분석까지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AWS를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두 개의 플랫폼이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롯데홈쇼핑의 ‘넥스트 디지털 플랫폼’ 전략으로 서비스가 단일 플랫폼에 채널 형태로 운영되는 게 핵심이다. 서비스를 각각 구현하지 않고, AWS 컨테이너(EKS)와 데이터베이스(Aurora), 데이터 분석(Redshift), 스토리지(S3), 콘텐츠 전송(CloudFront) 및 인공지능과 기계 학습(Rekognition)을 조합한 넥스트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동시에 구축한 것이다. 특히 VR·AR 앱을 개발하는 AWS 수메리안이라던가,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한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지원 등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는 점도 AWS의 매력이라고 한다.

롯데홈쇼핑 진호 상무는 지금의 홈쇼핑 시장을 ‘버닝 플랫폼’으로 보고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공=AWS
롯데홈쇼핑 진호 상무는 지금의 홈쇼핑 시장을 ‘버닝 플랫폼’으로 보고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공=AWS

물론 서비스 도입이 이제 막 시작인 만큼 올해 목표는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market fit), 두 플랫폼이 시작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적합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롯데홈쇼핑이 온라인 쇼핑 경험 혁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구축 전략은 오는 5월 11일에서 12일 사이 진행되는 AWS 서밋 온라인 코리아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홈쇼핑은 ‘불타는 플랫폼’, 근본적으로 준비해야

진호 상무는 지금의 홈쇼핑 플랫폼을 ‘버닝 플랫폼’, 즉 불타는 플랫폼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청각 미디어의 중심이 TV에서 온라인 서비스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 주요 소비 계층인 20대와 30대도 함께 이동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플랫폼 사업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진호 상무는 “문제는 우리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세계가 되어감으로써 찾아온다. 이를 근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앞으로도 롯데홈쇼핑은 스타트업과 같은 마인드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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