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빈자리 탐내는 중국 스마트폰, 한국에선 쉽지 않을걸?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LG전자가 지난 5일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전자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2%였다. 피처폰 시절 3위까지 올랐던 위상을 생각하면 초라한 숫자다.

하지만 지역별로 나눠 보면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북미에서는 9%로 3위, 남미에서는 5%로 애플을 뒤이어 5위를 차지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65%, 애플이 20%, LG가 13%를 차지하고 있다.

출처=카운터포인트리서치
출처=카운터포인트리서치

LG가 떠나면서 남긴 파이를 누가 먹을 것인가를 놓고 경쟁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샤오미, 원플러스,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저가 전략을 내세운 중국 업체의 공세가 당분간은 이어질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도전자 샤오미, 국내 시장 안착 가능성은?

당장 눈에 띄는 제조사는 역시 샤오미다. 보조배터리나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깔끔한 디자인과 가성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 저가·저품질이라는 기존 중국산 제품에 대한 편견을 깨며 긍정적인 인상을 심는 데 성공했다.

이런 이미지와 인지도를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3월 말에는 홍미 노트 10을 20만 원대 가격에 출시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자 그 빈자리 공략에 일찌감치 나선 셈이다.

샤오미 홍미 노트 10 (출처=샤오미)
샤오미 홍미 노트 10 (출처=샤오미)

그러나 샤오미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큰 힘을 못 쓸 가능성이 높다. 먼저 백도어 논란이 걸림돌이다. 백도어는 인증을 거치지 않고 기기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뜻한다. 말 그대로 몰래 드나들 수 있는 뒷문이다.

미국의 사이버보안 전문가 가비 설릭은 홍미 노트 8을 비롯해 미 10, 홍미 K20, 미믹스 3 등 샤오미 스마트폰에서 방문 웹사이트 및 검색 기록, 앱 사용 기록 등을 수집해 싱가포르 및 러시아의 원격 서버로 전송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는 24시간 샤오미 서버와 통신하는 앱 '애널리틱스 코어'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산 통신기기에 백도어 의혹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샤오미도 예외는 아니다. 생활가전이라면 몰라도 온갖 중요한 개인정보가 모이는 스마트폰에서 보안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소비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반중 감정 문제도 있다.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국내외에서 반중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살얼음을 걷는 듯한 분위기는 친중 노선,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조기 종영 사태에서도 읽힌다.

가뜩이나 외산폰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내 제조사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곳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다. 현재로선 중국 스마트폰이 이런 정서를 비집고 국내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미 독주 체제 굳힌 삼성전자

게다가 갤럭시 A 시리즈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중저가 시장에서 지닌 존재감도 크다. 지난해 국내 최다 판매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보급형 기종인 갤럭시 A31이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시장에서 공세 수위를 높인다면, 결국 국내에서 LG전자 파이를 고스란히 다 가져가는 건 시간문제다.

2020년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 (출처=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0년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 (출처=카운터포인트리서치)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공식화되기 전인 지난 2월, LG전자 점유율은 전년보다 낮아진 10%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69%로 증가했었다. 이미 LG 스마트폰 수요를 서서히 삼성전자가 흡수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에서는 이미 갤럭시 A 시리즈 5종을 동시 출시하면서 LG 빈자리 공략을 재빠르게 나섰다. 국내에서도 이달 말 저가형 LTE 스마트폰 갤럭시M12를 10~20만원대에 출시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체제가 더욱 확고하게 굳어지는 모양새가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강이라곤 하나 대안이 별로 없는 안드로이드 OS와 중저가 시장에서는 사실상 삼성전자 독주 체제가 완성되는 셈이다. 가격 인상 등 독점적 지위를 앞세운 이른바 '배짱 장사'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다. 지난달 샤오미가 삼성 갤럭시Z 폴드2를 빼다 닮은 미믹스 폴드를 약 172만 원에 선보이자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폴드2 출고가를 기존 239만 8,000원에서 189만 2,000원으로 인하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들의 공세를 적지 않게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LG폰도 아직은 매력적…오히려 더 강화된 사후지원

LG전자가 당장 시장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LG전자는 다음 달 말까지는 이통사 등에 약속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스마트폰 생산을 이어갈 예정이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라면 LG전자 스마트폰이 여전히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통사들은 올해 초부터 공시지원금을 올리는 등 ‘재고떨이’에 나섰다. 원한다면 파격적인 조건으로 LG전자 스마트폰을 구할 수 있다. 판매처에 따라 ‘공짜폰’은 물론, 현금을 얹어 주는 ‘차비폰’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MC사업부 마지막 유산으로 남은 LG 윙 (출처=LG전자)
LG전자 MC사업부 마지막 유산으로 남은 LG 윙 (출처=LG전자)

지금 LG 스마트폰을 구매하더라도 사후지원은 계속 받을 수 있다. LG전자는 국가별 기준과 법령에 의거하여 안정적인 사후 서비스 제공 및 수리, 부품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제조일 기준 4년간 AS를 지원한다.

OS 업그레이드는 오히려 기존보다 지원 기간을 1년 늘렸다. 프리미엄 모델 기준 3년까지, 보급형 모델은 2년까지 OS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출시된 벨벳이나 윙은 오는 2023년까지 OS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다. LG페이 서비스도 최소 3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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