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불러온 이동통신 혁명…새로운 시대의 방향은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9년 4월, 전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 상용화에 돌입한 이후 우리 정부는 이통사와 손을 잡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기반을 다져왔다. 현재 5G 서비스 가입자는 1,300만 명을 넘어섰고, 5G 네트워크가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5G는 우리 앞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우리 정부는 5G 상용화와 이동통신 역량을 넘어서,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10대 핵심 산업과 5대 핵심 서비스에 주력 중이다. 10대 핵심 산업은 네트워크 장비, 차세대 스마트폰, VR·AR 디바이스, 웨어러블 디바이스, 지능형 CCTV, (미래형)드론, (커넥티드)로봇, 5G V2X(차량·사물 통신), 정보보안, 에지컴퓨팅이며, 5대 핵심 서비스는 실감콘텐츠,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디지털 헬스케어 5개로 구성된다.
이동통신사 역시 이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T는 SKT 5GX MEC를 통해 실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인 ‘딜리드라이브’를 활용한 배달 서비스, 스타필드에 AR 내비게이션 및 안내 서비스, 5G 기반의 시선 추적·뇌파 데이터 실시간 분석 등을 선보여 5G의 방향성을 확장하고 있는가 하면, KT는 2023년까지 중소·벤처기업이 5G 네트워크 환경에서 서비스 및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전국기반 5G 융합 서비스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며, 중앙과 지방정부 업무망을 5G로 전환하는 ‘정부업무망 모바일화 레퍼런스 실증’ 등 국가적 차원의 5G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XR 얼라이언스 회원사를 확대함과 동시에 5G 솔루션 및 콘텐츠를 일본, 중국, 홍콩, 타이완, 태국 등에 수출하는 등 국산 5G 콘텐츠의 경쟁력을 전파하고 있다.
5G 융합 산업으로 향후 10년 간 31조 달러 수익 기대
정부와 이통사가 5G 융합 서비스 및 산업에 집중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에릭슨엘지가 발표한 ‘새로운 5G 소비자 잠재력의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5G 소비자 시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1조 달러의 가치가 있으며, 통신사업자에게 총 3조 7천억 달러의 수익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국적인 통신망 확충과 함께 이를 활용한 산업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기업은 물론 국민과 국가 측면에서도 이익이라는 계산이다.
특히 소비자 확보를 위한 에지 컴퓨팅 및 네트워크 슬라이싱 도입이 산업 및 기업에도 영향을 줘 궁극적인 5G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가장 먼저 5G를 시작하면서 기술 리더십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가 해외 주요 통신사에 5G 장비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고, 국내 이통3사는 해외 통신사와 5G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허브 구축과 5G 서비스 공동 개발 및 콘텐츠 사업에 속도를 내며 이를 입증하고 있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은 올해 초 809억 달러에 달하는 주파수 경매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5G 투자에 진입했다. 중국도 2020년 말까지 71.8만 개의 기지국을 개통하고, ‘5G+ 산업인터넷’과 관련한 1,1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5G+ 원격진료가 19개 성의 60여 개 병원에서 온라인으로 사용하고 있고, 5G+ 자율주행·스마트 그리드·원격 교육 등 신규 모델과 신업종을 창출하고 있다. 영국은 5G 테스트베드(5GTT)에만 2억 파운드를 투자하며, 5G FoF(로봇 조립 등 미래 제조 공장), 5G 페스티벌(공연 전시), 5G 에지-XR(클라우드 그래픽 및 VR/AR서비스)에 3천만 파운드 규모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넓은 국토를 커버하기 위해 수십조원을 투입하는 건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20Gbps의 초고속과 1ms의 초저지연, 단위면적당(1㎢)당 100만개의 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초연결성의 이점을 살리는 기술을 적용하는데는 유리한 상황이다. 미국이나 중국은 대도시를 거점으로 5G를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나라는 스마트 공장이나 자율주행, 원격 조종 등의 인프라 구축이나 단위면적당 장치 연결에 훨씬 유리하다.
5G 시장의 새로운 과제, 콘텐츠 제공기업 책임의 대두
우리나라가 분명 다른 국가에 비해 5G 도달 범위가 좋은 상황인 건 맞지만, 낙관적으로만 볼 상황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국제 인터넷 트래픽은 연평균 30% 증가했으나,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의 트래픽은 당초 예상치 28%를 뛰어넘는 4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용량 역시 35% 늘어난 450Tbps에서 600Tbps 사이라고 한다. 코로나 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교와 직장이 폐쇄됨에 따라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통신환경을 바꾸면서 새로운 과제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네트워크 트래픽이 폭증하기 시작한 작년 3월부터 유럽연합은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페이스북, 유튜브 등 주요 콘텐츠 제공 기업(Contents Provider, CP)에게 동영상 재생 품질을 한 단계 낮춰줄 것을 권고했다.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동영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각 기업은 자발적으로 유럽 내 데이터 트래픽을 약 25% 줄일 수 있도록 재생 화질을 HD에서 SD 화질로 낮춰 송출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네트워크 트래픽이 증가했지만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미 5G 네트워크와 기가 인터넷이 상용화되어 유럽만큼 데이터 병목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OTT 수요와 트래픽이 늘어남에 따른 통신사(Internet Service Provider, ISP)의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여기서 ISP와 CP간에 빚어지는 갈등이 망 중립성이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사업자가 모든 인터넷 콘텐츠 이용자의 데이터를 동등하고,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망 중립성이 유지되면 모든 이용자가 동등한 속도와 대역폭을 누릴 수 있지만, 데이터를 많이 이용하는 일부 기업들이 이득을 보게 된다. 망 중립성에 대해 재논의하고 CP에 대해 통신사의 망 이용대가 부과를 인정해야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망 중립성이 처음 제시된 미국에서는 이미 망 중립성이 폐지돼 콘텐츠 제공 기업이 통신 속도와 요금 차이 등을 부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망 중립성은 유지하되 예외 조항을 두는 쪽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어 논쟁의 여지가 있다. 만약 지금처럼 망 중립성을 유지한다면 트래픽이 급증한 데 따라 망 설비 및 유지비용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통사 ‘탈 통신’ 행보에 더 큰 발전 기대
올해 이통사는 5G 융합 산업의 발전 의지를 담아 ‘탈 통신’을 화두로 내걸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회사의 모든 영역과 서비스에 AI를 적용한 AI컴퍼니로 도약하여 대고객 서비스를 혁신하고 다양한 영역의 국내외 기업들과 개방적 초협력을 통해 변화의 속도를 높여 빅테크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디지털 혁신 기업을 KT의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하면서 미디어와 금융, ABC(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B2B를 아우르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 발돋움할 뜻을 내비쳤고,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B2C 시장에서의 광고, 데이터, 구독형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가능성과 함께 스마트팩토리·스마트모빌리티·뉴딜사업 등 B2B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확보하는 경쟁력 향상을 예고했다.
정부에서도 중·장기적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상용화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5G+ 융합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5G+ 산업생태계 정책협의체’를 발족했다. 정책협의체는 민·관 협력을 강화해 스마트공장, 실감콘텐츠, 디지털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의 다섯 개 5G 핵심 서비스 발전에 주력하며, 디지털 핵심기술 관련 국제공동연구와 사실표준화 대응, 글로벌 시험·인증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해외 진출 방안까지 모색할 계획이다.
이제 5G는 통신 분야를 넘어 산업 전반과 우리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필연적인 기술로 자리잡았다. 자율 주행, 드론, 물류, 실감 콘텐츠, 스마트시티, 스마트 공장 등의 시장 성장에 따라 실감 가능한 퀀텀 점프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이통 3사와 장비 제조사, 그리고 정부의 역할과 협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자 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