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의료기기 전시장에 '샤워부스 전문 업체'는 왜?
[스케일업 X 세비앙]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 대 맞기 전까지는”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마이크 타이슨-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메시지는 지난 2018년 9월, 스케일업 코리아팀이 ‘이제는 스타트업보다 스케일업이 중요하다’라며 던진 첫 시작 글이었습니다. 저희는 지금도 마이크 타이슨의 저 몇 마디 말을 곱씹습니다. 창업 시장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요.
정부와 지자체, 수많은 민간 기업의 노력으로 이제 (스타트업이) 창업을 통해 링에 오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나름의 전략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과시하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선언과 함께 출사표를 던지죠. 하지만, 정작 시장이라는 링에 오른 뒤에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힙니다. 도전자는 많지만, 살아남아 성장(스케일업)하는 기업이 드문 이유입니다.
기업에게, 스타트업에게 있어 진짜 필요한 과제는 성장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가치도 성장하는 단계에서 찾아오는 일이 많습니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세계적 전도사이자, 베스트셀러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의 저자인 다니엘 아이젠버그(Daniel Isenberg) 박사는 이렇게 말했죠. "아기를 낳는 것과 같은 창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정은 아이를 잘 키우도록 하는 성장이다"라고 말입니다.
달리셔스와 위키박스를 시작으로 피플카, 더코더, 비주얼캠프, 버넥트, 클로봇, 델리스, 세비앙, 바다드림, 씨포스, 에이치엔노바텍, 스토리박스, 커넥트밸류, 쉐어박스, 이블루.
스케일업 코리아가 소개한 이 기업들은 총 100편 이상의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참가 기업들은 자신의 단점과 문제점을 수많은 독자 여러분 앞에서 숨김없이 공개했죠.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 현 프로세스에 대한 비판도 감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에게 많은 시사점과 힌트를 남겼죠. 여전히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하고 있는 참여 기업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도 저희 스케일업 코리아팀은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기업은, 지난 2020년 한국디자인진흥원(KIDP)과 함께 소개했던 세비앙(CEBIEN)입니다. 28년 차 욕실 전문 기업으로 B2B 전문 기업에서 B2C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던, 바로 그 세비앙의 소식을 다시 한번 전해드립니다. 세비앙은 작년 저희 스케일업 코리아팀의 BM분석 및 전문가 조언들을 바탕으로 전사 워크숍 등 치열한 내부 고민과 전략 선택을 거치면서 드디어 올해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에 세비앙이?
지난 3월, 의료산업 전시회인 ‘제36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이하 KIMES 2021)’가 열렸다. ‘Link to the New Era’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KIMES 2021은 인공지능, 의료용 로봇, 스마트 헬스케어, 빅데이터 등 이종산업간 흐름을 반영한 의료기기를 선보이는 전시 행사이다.
그리고 이곳, KIMES 2021 전시홀 한편에 세비앙이 자리했다. 의아했다. 올해로 설립 28년째를 맞이한 세비앙은, 지난 스케일업에서 소개했듯 ‘샤워기 전문 업체’다. 욕실, 샤워기 하나만을 보고 20년 넘는 세월을 올곧게 도전한 기업이다. 지금도 기자는 “샤워기, 욕실에 ‘세비앙’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싶다”라던 세비앙 류인식 대표의 말을 기억한다. 그런 세비앙이 KMES 2021에 나왔다.
전시회 개막 전, 세비앙으로부터 부스 방문 요청을 받았던 순간,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뭐지? 샤워기 물줄기로 어깨결림이라도 풀어주는 건가? 마사지 효과를 구현한 물줄기? …부스 방문 전까지 기자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게 찾아간 세비앙 부스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손소독, 전해살균수, 그리고 ‘씨워터(C-Water)’.
세비앙의 전해살균수, ‘C-Water’
‘C-Water’. 세비앙이 준비한 새로운 카드다. C는 깨끗함(Clean), 치유(Cure), 돌봄(Care) 그리고 세비앙(Cebien)의 머리 글자에서 따왔단다. 핵심은 뒤에 있다. water, 물이다. 그냥 물이 아니다. 전해살균수다. 일반 수돗물에 어떠한 첨가물이나 살균제를 넣지 않고, 특별한 전기분해장치(고효율 모듈장치)를 통해 생성한 살균수다. 살균수. 즉, 세균 따위의 미생물을 죽이는 물이다.
정리하자면, 수돗물을 전기분해 전극 반응을 사용해 생성한 물이 전해살균수다. 원리는 이렇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수돗물에는 순수한 물과 함께 염소, 마그네슘, 철분 등 기타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수돗물에 전기 에너지를 가하면(전기분해), 순수한 물은 기본 물질인 수소와 산소로 이온화되고, 미량의 염소이온(Cl-)은 양극에서 염소(Cl2)로 산화한다. 그리고 산화한 연소가 물에 용해되면서 살균수(차아연소산수, HOCL)로 바뀐다.
세비앙의 김성진 차장은 “이 살균수는 대장균(설사 및 복막염, 폐혈증), 황색 포도상구균 (식중독, 중이염), 살모넬라균(복통, 설사, 발열, 오한, 구토, 식중독), 녹농균(폐렴, 패혈증, 방광염), 뮤탄스균(충치) 등 유해세균을 10초만에 99.99% 박멸합니다”라고 설명했다.
99.99%라는 통계에 대해 묻자,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020-117호 세균현탁액 시험으로 검증한 결과입니다. 세균현탁액 시험법은 실생활 속에서 세균이 기구에 오염되었다고 가정한 살균력 시험입니다”라며, “C-Water의 가장 큰 특징은 순수한 수돗물만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일부 제품은 살균력을 높이기 위해 소금을 첨가하는데, 살균력은 더 강해지지만 염소농도가 높아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죠”라고 설명을 설명했다. 이어서 “99.99% 살균력과 함께 피부자극시험, 안점막자극시험, 결구독성 시험 등도 통과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세비앙은 전해살균수를 만드는 핵심 소재인 전기분해장치 모듈에도 신경을 썼다. 전기분해장치는 제품마다 내구성과 크기, 소재 등이 다르다. 핵심은 살균수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생성하느냐에 있다. 세비앙은 안정적인 살균수 생성을 위해 전기분해 모듈장치는 불용성 티타늄 전극(백금도금)에 이류듐과 탄탈륨을 적용해 전도성을 높였고, 전극 표면에 정교한 딤플 처리를 입혔다. 생성량을 늘리기 위해 10중 대용량 전해모듈을 장착했으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나노 표면처리, 코팅 및 열처리 증착 기술을 적용했다.
소비자 편리성과 디자인에 주력
세비앙이 전해살균수 개발과 실제 적용한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년 6개월 정도다. 세비앙 김성진 차장은 “그저 전해살균수를 잘 만드는, 투박한 제품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품질, 안정성, 내구성 등을 만족하면서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제품 디자인을 찾았습니다”라며, “물은 어떻게 뿌릴지, 사용자들이 어디에서 많이 사용할지, 사용한다면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제품 디자인은 주변과 잘 어울리는지 등 많은 것을 생각해야 했죠. 무엇보다 편리한 사용성에 주력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개발을 거쳐 세비앙이 꺼낸 C-Water 제품은 핸즈 케어(손씻기)와 키친 케어(주방용) 솔루션이다. 가장 세균 감염이 많이 일어나는 영역에 맞춰 완성했다. 손 씻기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손 씻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상 속 에티켓으로 자리 잡았다(사실 시기상으로 보면, 세비앙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C-Water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방이다. 주방용 수세미, 행주 등에 서식하는 대장균과 쌓아둔 식기에 증식하는 살모넬라균, 도마와 칼에 남는 황색포도상구균과 싱크대 배수구의 미생물을 잡는데 주력했다. 전해살균수를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그에 맞는 제품 형태를 찾고자 1년 6개월을 투자한 셈이다.
사용자 디자인을 찾은 C-Water
세비앙이 주목한 것은 어디까지나 디자인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단순하게 기능 그 자체만을 생각했다면 개발 기간은 훨씬 짧았을 테다. 하지만, 세비앙은 사용자가 C-Water 제품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하나의 경험이다. 사람들이 세면대에서 어떻게 손을 씻고, 주방에서 어떻게 야채를 씻는지 분석했다. 각 과정에서 C-Water를 사용하는데 이전보다 더 번거롭지 않은지, 불편하지 않은지를 찾았다. 세비앙은 이 모든 과정을 제품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손 씻기를 보자. 코로나19 이후 손 씻기에 단계표를 작성해 배포했을 정도로 비누칠부터 손가락 사이사이를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 세비앙은 이 과정을 최대한 빠르고 편리하게 바꾸고 싶었다.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손을 씻는 과정은 꽤나 귀찮고, 번잡스럽다. 수도꼭지를 열고, 비누를 묻히고, 6단계로 손을 문지르고, 물로 씻고, 물기를 닦거나 말리고 난 뒤에, 마지막으로 알코올 손 세정제로 살균한다. C-Water를 사용하면, 이 과정을 줄일 수 있다.
C-Water는 근접센서를 달아 수도꼭지를 열고 닫을 필요가 없다. 수돗물 직수 형태로 제작해 유로를 항상 깨끗하게 유지할 수도 있다. 일반 수도와 비교해 유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 전해살균수 구조를 고려해 손바닥 전체에 뿌릴 수 있도록 방사형 분사노즐도 달았다. 김 차장은 “조금이나마 단계를 줄이고,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물이 지금의 C-Water 핸즈 케어 솔루션입니다”라며, “제품 기능과 디자인은 지금도 계속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C-Water, 병원에서 먼저 알아봤다
세비앙의 노력은 의료계에서 먼저 알아봤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차단되고 있던 지난 2020년 4월, 싱가포르 국립병원 응급센터(ICU)가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설치한 모듈러 병동에 C-Water를 납품했다. 이어서 10월, 국립중앙의료원 음압 병동(코로나19 병동)에도 C-Water가 들어갔다. KIMES 2021에 참가한 이유다. 김 차장은 “살균력을 인정받은 결과하고 생각합니다”라며, “전해살균수는 병원 이외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보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세비앙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 C-Water를 설치할 경우, 그 효과는 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어린 학생들이 많은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을 비롯해 식당, 고속도로 휴게소, 손을 많이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업체(햄버거 체인점), 카페 등이다. 알코올 손소독제를 자주 사용해 발생하는 피부 트러블도 방지할 수 있다.
일반 가정 내 욕실로도 확장할 수 있다. 지난 1917년 설립한 뒤, 일본을 대표하는 위생도기 기업으로 성장한 ‘토토(TOTO)’는 전해살균수를 활용해 욕실의 세균을 억제한다. 일정 시간마다 전해살균수를 자동 분사하는 방식으로 좌변기 속과 욕실 바닥을 살균하는 것. 이 같은 위생 시스템으로 토토는 일본을 넘어 프리미엄 위생도기 업체로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신제품과 스케일업 여정
스케일업이란 성장은 힘든 여정이다. 난관을 넘어 또 난관이다. 신제품 역시 고객 마음 속에 어떻게 자리할 것이지, 마케팅과 세일즈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은 끝이 없다.
세비앙은 스케일업 전략으로 물 관련 신제품을 출시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실내 환경을 보다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꾸미고자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극심한 미세먼지와 황사 등으로 공기청정기는 필수 가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먼지를 털어내는 스타일러스도 인기다. 혹자는 공기 다음은 물이라고 말한다.
세비앙의 전해살균수, C-Water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 생소한 아이템이다. 사람들의 의심 어린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익숙한 생활 패턴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예상보다 쉽지 않다. 다시 한번 시작한 세비앙의 도전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