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플랫폼 기업일까?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3월 15일, 아이지에이웍스가 자사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를 통해 발표한 ‘국내 OTT 앱 시장 분석’ 리포트를 발표했다. 해당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2월 넷플릭스 월사용자수(MAU)는 1,001만 3,283명으로 지난해 1월(470만 4,524명) 대비 113% 증가했다. 또한, 일사용자수(DAU)는 2월 1일 기준 252만 1,13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배 가량 증가했다. 앱설치 대비 사용률은 72.7%로(2월 사용자 기준) 경쟁사 대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출처: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국내 OTT 앱 시장 분석’
출처: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국내 OTT 앱 시장 분석’

넷플릭스를 다른 서비스와 함께 사용하는 중복 사용률도 높다. 국산 OTT 앱 사용자의 넷플릭스 중복 사용 비율은 평균 40% 이상이다. 왓챠 사용자 중 넷플릭스를 같이 사용하는 비율은 65.5%에 달하며, 뒤를 이어 티빙 43.8%, 웨이브 40.7%, 시즌 35.8%, U+모바일tv 29.3% 순이다. 타사 OTT 서비스 사용자 10명 중 4명은 넷플릿스를 함께 사용한다는 뜻이다.

출처: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국내 OTT 앱 시장 분석’
출처: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국내 OTT 앱 시장 분석’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막대하다. 현재, 넷플릭스는 190여 국가에서 약 2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2020년 기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무기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히 시장파괴적이다. 그리고 이 시장파괴적 요인은 기존 ICT 업계가 집중한 CPND(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가치사슬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IP 중심의 가치사슬로

최근 콘텐츠를 유통 플랫폼을 둘러싼 신경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모바일 앱스토어를 통해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영상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왓챠, 음악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스포티파이, 카카오M 등의 신경전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각 영역간 경계선이 무너진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구분했던 산업간의 경계는 이제 의미가 사라졌다.

예를 들어 보자. 넷플릭스는 과연 플랫폼 기업일까? 공급자와 수요자가 참여하는 가치 교환 측면에서 본다면 플랫폼 업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공급자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서비스 시작 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는 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체 제작한다. 그럼 넷플릭스는 콘텐츠 업체인 것일까?

ICT업계에서 핵심가치를 말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C-P-N-D다. 콘텐츠(Contents), 플랫폼(Platform), 네트워크(Network), 단말기(Device)의 앞글자를 이어만든 말로, ICT 밸류체인(가치사슬)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BTS의 음악(C)은 유튜브라는 플랫폼(P)과 4G LTE망(N), 그리고 수많은 스마트폰과 PC 단말기(D)에서 유통된다. 하지만, 이제 콘텐츠는 유형과 관계없이 디지털을 통해 생산하고 소비된다. 사람들은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스마트폰, PC, TV, 태블릿PC 등 기기 구분없이 그 자체를 즐긴다. 전통적인 미디어, 채널간 경계는 이미 모호하다.

출처: 브라이트코브
출처: 브라이트코브

넷플릭스는 산업간 경계도 희석했다. 넷플릭스는 플랫폼 업체이자 콘텐츠 업체다. 최근 벌어진 유료방송 시장 재편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등장 이후, 미국에서는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시청을 끊고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이 늘어났다. 만약 케이블TV를 각각의 미디어(채널)이라 봤을 때, 넷플릭스 역시 하나의 채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실제로 넷플릭스측은 “과거 스스로 플랫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즉, C-P-N-D로 구분해 이해한 가치사슬에 변화가 시작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쫓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결국 콘텐츠다. 하지만, 이 콘텐츠를 정해진 틀 안에서 이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TV, PC, 태블릿PC 등 스크린을 넘나든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와 같은 운영체제도 넘나들며, tvN, 유튜브, 넷플릭스, 유튜브 등 채널을 넘나든다. 콘텐츠 유형도 넘나든다. 어벤저스는 영화와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콘텐츠다. 사용자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변화다.

C-P-N-D에서 I-C-O-N으로

지난 2021년 1월, 한국문화연구원이 발표한 ‘콘텐츠 산업 트렌드 2025’의 일부 내용을 살펴보자. 해당 연구자료는 향후 5년간 콘텐츠 산업에서 새롭게 부상할 가치사슬의 특성을 I-C-O-N 모델로 제시한다. I-C-O-N은 각각 콘텐츠 지식재산권(Content Intellectual Property), 콘텐츠 서비스(CS), 운영체제(OS), 네트워크(NT)를 의미하며, 디지털 기반으로 기존의 묶음이 해체되고 다시 결합된 형태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새로운 가치사슬 I-C-O-N 모델, 출처: 콘텐츠 산업 트렌드 2025
새로운 가치사슬 I-C-O-N 모델, 출처: 콘텐츠 산업 트렌드 2025

  • 아래 글은 발표자료의 일부분이다.

가장 큰 변화는 콘텐츠 구성 요소를 콘텐츠IP와 콘텐츠서비스로 나눈 점이다. 콘텐츠IP란, 콘텐츠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지식재산권 묶음(portfolio)을 말한다. 권리 관점에서 볼 때, 콘텐츠IP는 장르 확장과 산업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저작권과 상표권이 핵심이다. 콘텐츠는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콘텐츠로 사람들을 일정하게 모아 줄 수 있는 미디어의 권력은 점점 더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서비스는 디지털 스크린을 중심으로 실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접점이다. 기존 미디어 단위로 제공하던 콘텐츠 영역은 모두 단일한 디지털 미디어-스크린에서 앱 또는 웹서비스 형태로 제공된다. 이러한 콘텐츠 서비스의 경쟁력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같은 콘텐츠 수급과 관련있지만, UX나 추천시스템과 같은 서비스 완성도에도 좌우된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OTT 서비스가 이 단계에 위치한다. 이들은 부분적으로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지만, 콘텐츠 중심으로 차별성을 드러내는 채널 역할로 진화 중이다.

다음은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단계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디지털 미디어 스크린은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 중심으로 대부분 독점적인 앱 마켓 형태를 제공한다. 이들은 디지털 미디어(스크린) 내 콘텐츠 서비스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운영체제 단계는 주로 단말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나, 전통적인 디바이스 자체 경쟁력 보다 운영체제 단위의 경쟁력이 중요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은 네트워크 단계다. 콘텐츠 이용이 온라인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기업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5G 투자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지속적으로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이루어지는 등 콘텐츠 서비스와 네트워크 협력을 둘러싼 합종연횡 형태로 네트워크 영향력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 콘텐츠 산업을 규정하던 가치사슬과 기업간 권력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는 이미 시작했다. 특히, 영상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변화는 가속하고 있다. 변화의 마지막 모습을 확정할 수 없지만, 현재 진행 중인 변화의 모습을 파악하고 준비하는 자세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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