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산업군 돌파구는 없나, '저출산 시대..완구 사업이 살아남으려면'

이문규 munch@itdonga.com

지난 2월19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컨텐츠진흥원이 후원하고 한국완구협회가 주최하는 2021 대한민국 토이어워드에서 멀쑥한 젊은 청년이 '올해의 완구인상'을 수상했다.

2021 대한민국 토이어워드 올해의 완구인 시상 / 공식 홈페이지 발췌
2021 대한민국 토이어워드 올해의 완구인 시상 / 공식 홈페이지 발췌

롯데마트 부지 개발팀에서 일하던 이 젊은 청년은 롯데마트 상품기획자(Mder)로 발령받은 지 5년 만에 완구 업계의 기린아로 소문나며 시장에 파격을 던져줬다. 애니메이션 인기도에 따라 팔릴 물건만 팔리고 유통체계 또한 고착화되어 움직일 도리가 없을 것 같던 완구 시장에, 그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잇따라 흥행 신화를 써내며 파장을 일으켰다.

그가 기획한 태권브이 피규어는 시리즈 총합 5천 개가 팔려나갔고, 초등학생 대상으로 개발한 '좀비고등학교' 피규어는 어린이날 당일에만 2만 개가 넘게 팔렸다. 또 매니아들과 함께 내놓은 '재믹스 미니'는 출시 3분 만에 전량 매진되어 되팔이 소동까지 일어났다.

토이어워드 시상식 사진 /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제공
토이어워드 시상식 사진 /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제공

이외에도 '포켓몬스터 스낵', '실바니안 초코와플', '헬로카봇 꼬깔콘' 등 무수한 히트 상품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롯데 MD(Mder) 김경근 씨의 얘기다.

이처럼 김경근 MD는 기존의 완구 시장의 비즈니스 공식과 전혀 다른 길을 걷어 화제를 모았다. 처음 30대 초반의 나이로 완구업계로 발령받았을때, 50~60대에 이르는 완구업계 사장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 '이 업계에 대해서 뭘 아느냐'며 은근히 무시받기 일쑤였고, 물건을 매입하면서도 늘 업계의 고착화된 모습에 떨떠름 했다고 한다.

또 저출산 기류에 따라 완구업계의 분위기는 역성장을 거듭할만큼 심각했다. 아이들이 없으니 장난감이 팔릴리 만무했고, 모바일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중심이 이동하면서 완구를 찾던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까지 오면서 모든 상황이 완구업계에 최악으로 흘러갔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김경근 MD는 실망하지 않았다. 매력이 있는 상품은 팔린다는 기본 전제 아래, '핀포인트 타겟 완구 상품화'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타 콘텐츠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타겟을 좁히고 상품성을 높이면 매출 신장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의 통찰력은 보기좋게 맞아 떨어졌다.

토이저러스 태권브이 스페셜 에디션 /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제공
토이저러스 태권브이 스페셜 에디션 /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제공

처음 시작은 '태권브이 피규어' 였다. 정보 수집을 위해 게임, 애니메이션, 피규어 등 하비 문화가 주류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김경근 MD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태권브이' 피규어에 대한 수요를 확신했다.

즉시 '태권브이'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피규어 제작업체를 선정해 작업에 들어갔다. 그결과 반신반의했던 주변 완구업계 지인들이 놀랄 정도로 태권브이 피규어는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햄버거를 다루는 롯데리아 체인점에서도 태권브이 피규어가 이벤트 선물로 만들어져 상품화될 정도였다.

좀비고등학교 게임과 콜라보한 피규어
좀비고등학교 게임과 콜라보한 피규어

이어 '좀비고등학교' 피규어는 지스타 게임쇼에서 영감을 얻었다. 게임업계 지인들과 어울리던 중에, 지스타 게임쇼에 나온 '좀비고등학교' 게임 부스에 아이들이 몰려들어 바닥이 일부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바로 '좀비고등학교' 회사로 찾아가 상품을 협의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좀비고등학교' 피규어는 그 해 어린이날에만 2만 개가 팔리며 당일 사내 최고 매출 상품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재믹스 미니 발표회에 참석한 김경근 MD / 네오엑스 제공
재믹스 미니 발표회에 참석한 김경근 MD / 네오엑스 제공

이어진 히트 상품 '재믹스 미니'의 경우는 아예 레트로 게임 매니아들과 함께 기획해서 출시까지 담당했다. 40대 50대 게임 매니아들의 열광 속에 롯데마트 최초로 밤샘 줄까지 생기는 모습이 연출됐다. 모두 빠른 정보력과 실행력, 그리고 매니아들의 감성을 적절히 자극해서 이뤄낸 성과였다.

그의 다양한 히트 상품 제작은 코로나19의 여파도 빗겨갔다. 코로나 19 기간에도 '포켓몬스터 스낵'(20만 개 판매), '실바니안 초코와플(3만 개 판매), 라그나로크 발렌타인데이 빼빼로 (5천 개 판매) 등 끊임없이 콜라보 히트상품이 만들어졌다.

통상 완구쪽은 생산이 늦어서 모바일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경근 MD는 선견지명과 치밀한 기획으로 사전제작 형태로 개발해 판매 시기를 맞췄고 대부분 적중시켰다.

김경근 MD의 향후 행보는 어떨까. 그는 매니아들 취향의 상품 기획에서 나아가, 매니아들이 집결할 수 있는 브랜드샵이 완구 시장의 해답이라고 보고 있다. 오프라인 스토어도 단순 판매점을 넘어, 특화된 콘텐츠 판매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그나로크 게임 브랜드관 / 그라비티 제공
라그나로크 게임 브랜드관 / 그라비티 제공

이런 행보로 김경근 MD는 지난 2020년 3월 롯데마트 구로/청량리점 토이저러스 내에 '포켓몬스터 브랜드샵'을 오픈했으며, 2020년 10월에는 청량리점 토이저러스 내에 '세가 브랜드샵'을 오픈했다. 또 지난 3월7일에는 김포공항점 토이저러스 내에 '라그나로크 브랜드샵'을 추가로 오픈해 특화된 게임 굿즈들의 판매를 시작했다.

이외에도 김경근 MD는 최근 레트로 문화 상품에도 답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에 부는 레트로 붐을 타면 승산이 있다는 것. 때문에 70~80년대생들의 추억을 새롭게 소환하는 게임기나, '후뢰시맨' 피규어, '바블보블'(보글보글) 게임기 등 다양한 완구 상품이 기획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콜라보 활동을 통해 김경근 MD는 지난 2018년 롯데그룹 유통BU 우수 상품기획자상 수상에 이어 2020 대한민국 토이어워드 올해의 완구인상을 수상했다. 끊임없는 히트 상품을 위해 뛰어다니는 김경근 MD의 다음 스탭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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