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가상과 연결되는 현실, 메타버스

[IT동아 권명관 기자] 메타버스(Metaverse).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를 더한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 세계는 그 동안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현재는 진보된 개념으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메타버스라는 용어 자체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로부터 시작했다(네이버 백과사전 ‘메타버스’ 인용).

지난 2020년 말부터 메타버스 관련 소식은 조금씩 농도 깊게 들려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현실과 연계한 가상현실에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의 기술 채택은 교육, 헬스케어,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매우 공격적이고 도전적이다. 참고로, 전세계 증강현실&가상현실 시장 규모는 2019년 37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 2,740억 달러 시장으로 확대, 연평균 42.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참고: ResearchAndMarkets).

현실과 맞물리는 가상

지난 3월 2일, SK텔레콤은 순천향대학교와 협력해 2021년 순천향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을 자사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순천향대 신입생들은 순천향대 본교 대운동장과 흡사한 가상 속 공간을 구현한 공간에서 순천향대 총장의 인사와 신입생 대표의 입학 선서를 듣고, 아바타를 활용해 교수, 동기, 선배 등을 만났다. 57개 학과 150여 개의 방에서 스스로를 소개했고, 캠퍼스 투어를 비롯한 담당교수 상견례 역시 모두 가상 속에서 진행했다.

SK텔레콤과 순천향대학교가 협력해 진행한 2021 순천향대학교 신입생 입학식 모습, 출처: SK텔레콤
SK텔레콤과 순천향대학교가 협력해 진행한 2021 순천향대학교 신입생 입학식 모습, 출처: SK텔레콤

2018년 ‘또 다른 세상 속 또 다른 나’를 내세우며 등장한 네이버의 ‘제페토’는 세계 165개국에서 2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았다. 지난 1월, 네이버는 제페토 속 가상 공간에서 신입 사원 연수를 진행했다. 당시 신입 사원 191명의 아바타는 가상 공간 속 ‘그린팩토리(네이버 사옥)’에 참여해 ‘스키점프’ 팀 대결을 하고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미션을 진행했다. 지난 2020년 9월 국내 아이돌그룹 블랙핑크는 제페토 가상 공간에서 팬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제페토 속 블랙핑크 아바타, 출처: 동아일보 DB
제페토 속 블랙핑크 아바타, 출처: 동아일보 DB

오는 3월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미국의 모바일 게임업체 로블록스는 현재 미국 10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미국 16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인 55%가 로블록스에 가입했고, 이들은 유튜브보다 2.5배 많은 시간을 로블록스 속 가상 공간에서 보낸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로블록스 기업가치는 지난해 40억 달러에서 1년 사이 295억 달러(한화 약 33조 4,800억 원)로 7배 이상 상승했다.

출처: 로블록스 홈페이지
출처: 로블록스 홈페이지

게임 속 가상 공간에 현실 가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에픽게임즈가 서비스하고 있는 포트나이트 속 가상 공간에는 지난 2020년 4월 미국의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이 콘서트를, 9월에 국내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쇼케이스를 진행한 바 있다.

현실과 점차 연결되는 가상 속 경제

메타버스의 특징 중 하나는 가상세계 이용자가 만들어내는 UGC(User Generated Content)가 하나의 상품으로 유통된 가상통화를 매개로 유통되는 특징이 있다. 쉽게 말해 한 사용자가 어렵게 구한 게임 내 아이템을 다른 사용자가 현실에서 돈을 주고 사는 것과 같다. 이처럼 게임 속 아이템을 현실 화폐로 거래하는 일은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가상(아이템)과 현실(재화) 경제를 공유하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거래는 신뢰성을 답보하기 어렵다. 가상 속 아이템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소유권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고 있다.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 델피 디지털의 피어스 킥스(Piers Kicks) 파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디지털 세상에는 감독 기능이 없고, 수익 흐름도 불확실하다. 소유권이 블록체인 상에서 증명되는 NFT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로, 대체할 수 없는 암호화폐(토큰)를 뜻한다. 때문에 주로 게임 아이템 같은 희소성 있는 상품을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NFT 소유권이나 판매 이력 같은 관련 정보를 위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소유하고 있는 게임 내 아이템을 한정된 NFT 토큰으로 발행, 현실 경제와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유명 아티스트부터 DJ 등이 자신의 작품을 NFT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디지털 그림을 10점을 NFT화해, 20분 만에 65억 원을 벌었다. 디지털 그림의 증명서를 사람들이 구매한 것이다. 구매한 NFT를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NFT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은 660만 달러(한화 약 74억 원)에 재판매 거래됐다.

경제 활동을 위해선 모든 재화에 희소성이 있어야 하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NTF는 이 조건에 만족한다. 위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 상에서 누구나 발행할 수 있고,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게임내 아이템을 NFT로 거래하면, 현실과 공유하는 경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게임 내 재화를 NFT로 연결하는 더 샌드박스, 출처: 더 샌드박스
게임 내 재화를 NFT로 연결하는 더 샌드박스, 출처: 더 샌드박스

게임 속 경제를 NFT로 연결하는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 더 샌드박스는 게임 내 부동산을 NFT로 판매한다. 마치 현실에서 집과 땅을 사듯 말이다. 지난 3월 8일, 국내 게임 개발사 위메이드도 자체 블록체인 게임에서 NFT 획득과 거래를 지원할 예정이라 밝혔다.

사실 메타버스는 지금까지 없던,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은 아니다. 메타버스는 과거부터 사람들의 상상 속 단골소재 중 하나였다. 영화 매트릭스, 아바타, 레디플레이어원 등을 떠올려보자. 해당 영화들의 무대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딱히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플레이어원 속 가상은 현실 속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공유하는 한 세상이다. 어쩌면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 메타버스의 한 가상 속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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