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주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국내 상황은?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월, 아산나눔재단이 ‘디지털 헬스케어 스케일업 추적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진행,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영향으로 헬스케어 기업은 전세계 투자 시장의 집중을 받아, 2020년 상반기 만에 2017년 총 투자 금액인 54억 달러를 투자유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으로 투자 시장은 위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만은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결과다.
‘Rock Health Report(Unprecedented funding in an unprecedented time)’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다른 분야는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헬스케어는 ‘technology-enabled healthcare’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대면 서비스 확산,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 지형도 변화
코로나19 영향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원격의료’를 예로 들어보자. 원격의료를 비롯한 차세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높은 성장 잠자력을 지닌 것으로 기대 받았지만, 실제로 원격의료 서비스는 예상과 달리 크게 확산하지 않았다. 이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 심리적 장벽을 가지고 있기에, 새로운 기술이 확산하려면 시간과 함께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이러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 업체는 상당한 매출 증가를 경험했다. 미국의 텔라닥은 원격의료 수요 폭증으로 2020년 상반기 원격의료 매출 약 1억 달러, 이용자 수 약 7,300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상반기 매출 대비 147% 상승, 2019년 5,600만 명의 이용자에서 6개월 만에 1,700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원격의료 확산 흐름은 투자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존 절대 강자였던 ‘Fitness & Wellness’ 분야는 2020년 4위로 하락했다. 반면, 2017년 4위와 7위에 불과했던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On-demand Healthcare Services)와 환자 모니터링(Monitoring of disease) 분야의 투자는 급증했다(출처: Rock Health Report).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환자 관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환자 모니터링 서비스 역시 수혜를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와 환자 모니터링 성장은 긍정적 사용자 경험과 우호적인 정책 변화도 견인했다. 체인지 헬스케어 조사 결과에 의하면, 답변자 중 80%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격의료를 의료 시스템의 필수요소로 만들었다고 답변했다.
코로나19로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원격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은 ‘원격의료+맞춤의료’에 훌륭한 촉매 역할로 작용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은 원격의료 활성화 및 코로나블루로 인한 정신건강 서비스로 ‘Digital behaviroalhealth’가 대안으로 떠올랐으며,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는 27건, 투자 규모는 6억 달러를 기록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국내 시장은?
이 같은 투자 및 관심 증가에도 불구, 국내 헬스케어 시장은 오히려 정체기에 빠졌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0년 상반기 벤처기업 및 벤처투자 받은 기업의 일자리 동향’ 벤처투자 및 펀드 결성 동향’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료 시장에 대한 투자는 2019년 상반기 5,592억 원이었던 반면, 2020년 상반기 4,256억 원으로 줄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이 역대 최고 투자를 유치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보고서는 국내 헬스케어 투자가 글로벌 시장과 달리 정체기에 머무르고 있는 결과로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한국 제도의 특수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는 원격의료 업체에 집중하고 있으나, 한국은 명시적으로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원격의료의 원천적 금지로 매력적인 (투자 재상)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결과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의료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원격의료 비중은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 관련 시장 규모는 약 2,5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맥킨지가 발표한 ‘2020년 디지털 헬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미국 원격의료 기업 매출은 3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가 미국 전체 의료 수요의 2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원격의료는 주목받고 있다. 또한, 원격의료를 뒷받침하는 부가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맞춤의료, 환자 모니터링, 실버 케어 등)도 떠오른다. 하지만,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물리적, 제도적 한계 등으로 인해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적인 서비스가 아닌 제품 하드웨어(제품) 위주로 치우쳐있다. ICT와 만나 변화한 헬스케어 흐름은 코로나19라는 변곡점으로 더욱 빨라졌다. 이제는 국내 헬스케어 시장도 진정한 ‘디지털 헬스케어’로 변화할 때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