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전기차 대중화 이끄는 마중물 될까?
[IT동아 김영우 기자] 지난달 25일, 현대자동차는 전기자동차 ‘아이오닉5(IONIQ 5)’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이튿날 2만 5,000대 계약을 달성했는데 이는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성적이다. 당초 세웠던 올해 판매 목표를 불과 이틀만에 다 채웠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다.
아이오닉5는 현대자동차에게 있어 상당히 큰 의미를 담은 차량이다. 단순히 제품명만 봐선 지난 2016년에 첫 출시된 ‘아이오닉’ 시리즈의 후속 차종 같지만, 단지 이름만 같을 뿐이지 제품의 내용물은 물론, 마케팅 성격도 크게 다르다. 기존의 아이오닉은 가솔린 엔진을 주로 쓰면서 모터로 이를 보조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력이었으며, 완전한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있긴 했지만 ‘곁가지 모델’ 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리고 차량의 기반을 이루는 플랫폼 역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인 아반떼와 상당부분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대표주자로 내세우기에는 아쉬움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적용으로 상품성 개선한 아이오닉5
하지만 이번 아이오닉5의 경우, 하이브리드 모델 없이 전기차 모델만 선보였으며, 차량의 플랫폼도 완전히 바꿨다.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적용했는데, 이는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용 플랫폼과는 완전히 다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엔진이나 변속기, 연료탱크 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역시 이런 구조에 최적화된 것을 적용해야 배터리 용량이나 주행 가능 거리, 실내공간까지 우수한 차량을 완성할 수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이번 아이오닉5 역시 축간거리(휠베이스,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를 3000mm나 확보했다. 그리고 기존의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기반 차량과 달리 센터 콘솔 부분에 변속 레버가 없으며, 센터 콘솔 자체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게다가 실내 바닥 부분을 굴곡 없이 평평하게 만드는 등,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거주 편의성도 크게 개선했다. 전기차 특유의 강력한 가속능력, 그리고 높은 정숙성 역시 갖췄다.
2024년까지 3종의 아이오닉 신차 출시 예정
마케팅 전략도 변했다.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5 발표 이후, ‘아이오닉’을 단순한 차량 이름이 아닌, 전기차 특화 브랜드로 내세운다고 밝혔다. 올해 선보인 아이오닉5는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CUV)을 지향하지만, 내년에는 중형 세단인 ‘아이오닉6’, 그리고 2024년에는 대형 SUV인 ‘아이오닉7’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역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다.
아이오닉5의 초반 흥행 성공은 한국 시장에서도 전기차의 대중화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의미한다. 작년 3월 테슬라의 모델3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전기차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위기는 진작에 감지되고 있었다.
다만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제네시스, 기아차 포함)에서 판매하는 국산 전기차들이 그동안 이렇다할 시장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테슬라나 GM, 폭스바겐 등의 해외경쟁사들에 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개발도 늦었다. 향후 10여년간 5조 달러(약 5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이 뒤쳐질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아이오닉 5가 순조로운 흥행을 이어간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은 물론, 세계 자동차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급능력에 대한 의구심,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한계
물론 현대차 입장에선 향후가 더 큰일이다. 사전계약자 유치에 성공하긴 했지만 2021년 내에 출고가 시작된다고 밝혔을 뿐, 아직 정확한 출시일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노조와의 협의를 하지 못해 차량 생산라인에 배치하는 근로자의 수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고, 차량용 반도체의 품귀현상으로 인해 차량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 역시 전기차 시장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사전 계약 기준, 아이오닉 5의 가격은 5,200만원대에서 시작하지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 후반에 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차량 출고가가 6,000만원을 넘어가면 보조금 지원액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9,000만원을 넘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아예 받지 못한다.
올해 승용 전기차에 할당된 정부 보조금은 7만 5,000대 수준으로 제한되어 있다. 만약 현대가 아이오닉 5의 원활한 공급에 실패한다면 정부 보조금은 타사 전기차를 먼저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우선 지급된다. 뒤늦게 아이오닉5를 출고 받은 소비자들은 정부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대량 계약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테슬라로 대표되는 선진국 업체들이 몇 발짝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의 중국 전기차 업체들 역시 국내외의 지원을 얻어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을 건너뛰고 초기부터 전기차 개발에 ‘올인’한 경우가 많아 전기차만의 장점이 극대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도 듣고 있다.
국내 전기차의 품질 및 관련 인프라에 의구심을 가진 소비자도 상당수다. 2018년에 현대에서 출시한 ‘코나 일렉트릭(EV)’ 전기차는 다수의 화재 사건을 일으켜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전기차 운용을 위한 충전 인프라 역시 대도시 및 공공기관에만 몰려 있어 일부 소비자들은 운용에 불편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급량, 품질, 인프라가 성공의 관건
아이오닉5의 발표로 인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한껏 달라 올랐다. 국산 전기차 대중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이오닉5가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품질을 갖춘 상태에서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리고 거주지 주변에 충전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를 구매했다가 고생했다는 사례도 있다.
환경부에서 전국의 전기차 충전소를 소개하는 ‘저공해차 통합 누리집’ 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변의 전기차 충전소를 검색하는 모바일 앱 역시 다수 나온 상태이니 아이오닉5를 비롯한 전기차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