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2년차 신입직원의 당찬 도전, "좋아하는 걸 제일 잘 할 수 있어요"
[IT동아]
회사 들어온 지 이제 2년 된 20대 사회초년 신입직원이 사내 창업이라는 당찬 결정을 내렸다. 본래 직무는 당분간 담당하지 않는다. 창업 아이디어, 계획, 가능성 등을 고려한 회사는 흔쾌히 이를 인정하고 적극 지지하고 있다. 설령 창업/운영에 실패하더라도 그 책임은 묻지 않는다. 그로 인해 얻은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기업용 IT솔루션 개발사인 '라드씨엔에스(RAD CNS)' 소속의 입사 2년차 직원 김리나 팀장의 이야기다. 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으나, 지난 해 11월부터 '펫팟'팀 팀장 역할 맡고 있다. 사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사내벤처사업 공모에 제안한 아이디어가 덜컥 채택된 것이다.
라드씨엔에스 측은 자기만족과 도전,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MZ세대(80년 초반부터 20년 초반 출생자)만의 특징을 극대화하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이라 설명했다. 더불어, 젊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만족을 주리라 기대하고 있으며, 이런 시도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개인과 회사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라드씨엔에스 첫 신생벤처팀 '펫팟팀' 김리나 팀장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본다.
새 팀을 꾸리고 팀장으로 근무한지 이제 6개월 정도 됐다. 팀장이 된 소감은 어떤가?
"저를 중심으로 한 팀이 생기고, 팀원분들이 합류하면서 처음에는 얼떨떨하고 실감도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것 같습니다. 2년 전 입사했을 때는 막연한 불안감이 많았는데, 지금은 제 자신이 신기할 정도로 강한 책임감이 생겼어요. 무얼 어떻게 할 지를 분명하게 알았거든요."
우선 사내벤처 공모에 선정된 '펫팟' 프로젝트에 관해 알고 싶다.
"저희 회사는 e-커머스 분야 솔루션을 개발하는 IT기업인데요. 입사 전은 물론이고, 입사 직후에도 벤처나 스타트업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 없었습니다. 다만 재직하며 회사의 주력사업인 커머스 분야 중, 반려동물 관련 유통업무는 한번 해봤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어요. 반려동물과 같이 살고 있고, 워낙 좋아해서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펫팟'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시작됐어요. 'Pet Pot' 이름처럼, 반려동물이나 반려동물인을 대상으로 소통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사내벤처 공모가 첫 진행되길래 큰 맘 먹고 지원했고요."
이전까지 없던 팀이 새로 생기고, 아직은 신입직원이라 할 만한데 팀장 역할을 맡았다. 팀원 구성과 팀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펫팟팀은 현재 기획자(김리나), 개발자, 디자이너, MD(상품담당) 각 1명씩 4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이전부터 재직하시던 선배님들인데, 반려동물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한 팀으로 뭉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분들이 자발적인 의지로 동참해 주신 거죠. 이외 다른 팀의 선배님들도 다양한 조언과 의견을 주고 계십니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일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한다는 게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저 포함해 팀원분들의 의지와 의욕이 확실히 강해진 거 같아요. 열정이 생기니 야근이나 휴일근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이건 정말 '내 일'이고 '우리 일'이니까요. 일할 기분, 일에 대한 사명감, 자부심 같은 게 분명해졌습니다."
회사가 공모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최종 승인한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작년 11월 펫팟팀이 꾸려지기까지 어떤 절차를 거쳤나?
"사업계획서만 꼬박 2개월 동안 만들었어요. 이후 정식으로 사업 제안을 넣고 최종 승인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팀원분들과 많은 시간을 논의/토론하면서 초기 아이디어를 하나씩 구체화하기 시작했죠. 일단 모바일 앱이 있어야 하니 짧은 시간 내에 앱 디자인/개발에 집중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2월 말에 드디어 '펫팟' 앱이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에 정식 등록됐어요!"
펫팟 앱은 반려동물 분야에서 어떤 역할/기능을 하는 건가?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이라면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펫팟은 엄밀히 말하면, 용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은 아닙니다. 용품 판매자와 반려동물인이 함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데요. 현재는 용품 판매/구매가 가능한 판매/중개 플랫폼 정도로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컴퓨터 관련 유통 플랫폼인 '다나와'와 유사하겠네요. 다시 말해, 반려동물 용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고, 구매자는 용품 구매에 있어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도 반려동물인으로서 관련 용품을 구매하려 할 때는 여러 쇼핑몰, 여러 앱을 다 검색하고 일일이 알아봐야 하거든요. 더구나 사료나 간식 같이 동물에 맞춰 신경 써서 구매해야 하는 용품은 함부로 살 수도 없습니다. 그게 너무 번거롭고 불편한 거예요. 그래서 많은 쇼핑몰/판매자를 모두 모아, 각 반려동물과 반려동물인에 맞춘 정보나 용품을 추천하는 역할을 하려 한 겁니다."
들어보니 반려동물 중심의 판매자/구매자의 통합 커뮤니티로 그려진다. 용품 판매에만 국한되지 않을 듯한데, 향후 어떻게 확장시킬 계획인가?
"반려동물과 관련한 모든 걸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려면 우선 반려동물인들이 마음껏 소통하여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겠죠. '반려인들의 쇼핑 놀이터'라는 문구를 붙인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지금은 용품 판매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이후로는 반려동물 관련 문화, 서비스, 대외활동 영역으로 확장할 생각입니다. 판매/유통 관련이라 회사의 방향과 일부 일치하기도 하고요."
반려동물 커뮤니티 활성화의 경우 시장 가능성이 확인되면 누구든지 언제든 그대로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펫팟만의 차별점이 있어야 할 텐데, 무엇이라 말할 수 있나?
"네, 맞습니다. 이용자 대상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반려동물인에게 유일한 공간이 아닌, '중심이 되는 공간'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사용자가 입력하는 반려동물 정보(나이, 크기, 관심사, 알러지 재료 등)를 차곡차곡 쌓아 데이터화하고, 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할 생각입니다. 사람 대상의 '개인화'처럼, 반려동물 대상의 '개인화'를 구축할 겁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니 그게 제일 필요한 거 같더라고요. 펫팟만의 차별점은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판매자-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이고(즉 판매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고), 판매자 입점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는다고 하면, 펫팟은 어디에서 수익을 얻는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우선 목표라 수익화 정책은 당분간 적용하지 않을 겁니다. 반려동물인들이 모여 소통, 교류하는 커뮤니티가 조성되면 이후 수익은 얼마든지 발생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와 팀원분들이 이 일에 뛰어든 건, 그리고 회사가 펫팟팀을 지원하는 건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기도 하고요."
펫팟 소개자료를 보면 '착한 기업', '착한 플랫폼'라는 문구가 있다. 어떤 면에서 착하다는 것인가?
"흔히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길 바랍니다. 판매자에게도, 구매자에게도, 반려동물에게도 도움되고 유용한 플랫폼이면, '선향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나중에 수익이 어느 정도 발생하면, 착한 플랫폼으로서 반려동물 관련 사회활동(유기동물 보호/지원/후원활동 등)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고요. '우리는 착한 기업/플랫폼입니다'라는 홍보의 의미가 아닌, '우리는 끝까지 착한 기업/플랫폼으로 남겠습니다'라는 다짐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착함의 대상은, 사람보다는 반려동물입니다."
펫팟 정식 앱이 얼마 전 출시된 만큼, 올 한해가 성공 여부에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올해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 계획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집이 전부입니다. 플랫폼 사업의 중요 기반은 사용자니까요. '카카오톡'이 그랬던 것처럼, '틱톡'이 그랬던 것처럼 사용자 확보가 올해 최대 관건이고 목표입니다."
원하는 만큼 판매자-구매자를 어느 정도 확보한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있나?
"크게 3단계로 구상했습니다. 첫 번째는 판매자의 모든 상품을 키워드로 세분해서 데이터화하는 단계, 두 번째는 그 데이터를 토대로 사용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단계, 세 번째는 반려동물인들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웹툰/영상 등) 강화 단계입니다. 지금은 첫 단계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 목표는 커뮤니티 활성화입니다."
신입직원으로 사내 첫 벤처팀을 반년 간 꾸려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2019년 1월 입사해 한해동안 배웠던 회사일보다, 팀을 맡고 직접 부딪히며 겪었던 5~6개월 간의 경험과 노력이 정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저와 같은 20대 평범한 직장인으로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거겠죠. 더구나 신입사원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팀에 기꺼이 함께 하는 선배님들, 그리고 아낌 없는 지지와 의견을 보태주시는 다른 직원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은, 잘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합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