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트리밍 15년 사용자가 들어 본 '스포티파이'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해외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가 얼마 전 한국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포티파이는 2006년에 설립된 기업(스웨덴)으로, 2008년 서비스 출범 후 전 세계 약 3억 5,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2020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도 1위다(30%, 2020년 1기 기준. 2위는 애플뮤직 25%).

주요 기능은 국내 멜론이나 지니뮤직, 벅스 등과 유사한데, 실시간 음원 스트리밍, 다운로드 서비스, 음악 추천 등이다. 당연히 유료 구독형 서비스며, 전 세계 유료 가입자도 1억 5,000만 명이 넘는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로 설치할 수 있다. PC에서 인터넷 브라우저로도 들을 수 있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상륙했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상륙했다

기본 요금은 1인 청취 기준 월 10,900원(부가세 포함 11,900원), 2명 동시 청취는 월 16,350원(17,985원)이다. 국내 서비스의 경우 무료 요금제(Freemium)는 적용되지 않았다. 무료 요금제는 유튜브와 동일하게, 중간중간 광고를 들어야 하고, 몇 가지 기능이나 혜택이 제한된다.

참고로, 멜론은 요금제 구분에 따라 월 6,900원 ~ 25,900원, 지니는 월 7,400원 ~ 15,000원, 벅스는 월 6,900원 ~ 12,000원 선이다(이상 실시간 듣기 요금제 기준). 음원 다운로드나 부가 기능 등을 보편적으로 비교할 때, 스포티파이의 월 이용 요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포티파이 두 가지 요금제
스포티파이 두 가지 요금제

어느 서비스든 각 특징과 장점이 있어 사용자마다 선호도가 다를 뿐, 호불호를 명확히 나누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 서비스가 아무래도 국내곡 음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해외 서비스는 응당 상대적으로 해외곡 음원이 많다. (음원수가 스트리밍 서비스 평가의 절대 기준은 아니다.)

그전에, 넷플릭스 사례를 잠깐 언급한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가 국내에 정식 서비스를 준비할때 그 성공에 관해 비관적 입장이었다. 국내 콘텐츠 시청 위주의 시청자에게 그다지 차별된 매력을 줄 수 없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정작 넷플릭스의 매력은 다름 아닌, '차별된 콘텐츠'와 '차별된 서비스 방식'이었다.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OTT 시장에서 굴지의 토종 서비스가 바짝 긴장할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도 그럴 수 있을까? 15년 간 국내 스트리밍을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기자가 스포티파이를 일주일 간 체험하며 그 가능성을 예상해 본다.

일단 스포티파이의 겉모습(UI)은 흡사 유튜브 뮤직에 가깝다. 최근 들어 국내 1위 멜론 역시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업데이트됐다. 인기차트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논란 많은) 전형적인 첫 화면과 달리, 스포티파이는 추천/제안할 음원을 카테고리별로 묶어서 보여준다.

앱 화면 대부분이 '추천' 음악 메뉴다
앱 화면 대부분이 '추천' 음악 메뉴다

원하는 곡을 검색해 들어본다. 평소에 해외곡/팝송을 즐겨 듣는데, 해외 서비스라 해외곡 보유 음원은 부족하지 않은 듯하다(스포티파이에 따르면 6,000만 이상 음원 보유). 재생 화면도 익숙하다. 앨범 자켓 이미지, 재생 바, 이전/다음 곡 재생, 임의/반복 재생 기능 등 있을 건 다 있다.

가사도 잘 나온다. (물론 가사 없는 곡도 있다. 이는 다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일부 한국 노래의 경우, 가사의 한글 발음을 영어로 표기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전 세계 사용자가 듣기 때문인데, 이는 국내 가수나 제작자 등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당연히, 스마트폰 홈 화면으로 나가도 음악은 계속 재생된다. 이외에 기본적인 앱 사용, 음악 감상에 있어 다른 앱과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국내 스트리밍 앱을 사용하고 있다면, 스포티파이의 각 메뉴나 기능, 화면 등에도 금방 적응하리라 예상한다.

음원 재생 화면(왼쪽)과 앨범 정보 화면(오른쪽)
음원 재생 화면(왼쪽)과 앨범 정보 화면(오른쪽)

예상대로 한국 노래는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다. 방탄소년단이나 아이유 같은 국내 주요 가수/그룹의 주요곡이나 최근 인기곡 정도는 웬만큼 보유하고 있다. 이제 막 한국 시장에 들어왔고, 한국 노래 음원이야 음원보유사와 계약만 하면 얻을 수 있으니, 국내 음원 쌓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전반적인 음질도 썩 괜찮다. 음질 설정(오디오 품질)을 '매우 높음'으로 선택하면, 스마트폰 출력이든 이어폰 출력이든 충분히 만족할 만한 음질을 들려준다. 멜론 등이 제공하는 '무손실음원(FLAC)' 수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들린다. 글로벌 인기 스트리밍 앱이라, 앱 자체의 기능이나 완성도, 음질, 겉모양, 편의성 등은 딱히 나무랄 데가 없다.

정리하면, 한국 노래 음원 수도 (아직은) 부족하고, 외형/기능/성능에 있어 현저한 차이는 체감할 수 없다. 스포티파이는 붉디붉은'레드오션' 한국 스트리밍 시장에서 성공... 아니 살아 남을 수는 있을지...

참고로,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멜론, 바이브, 벅스, 지니뮤직, 플로, 소리바다, 모모플(이상 국내 서비스, 임의 순서)과 유튜브 뮤직, 애플 뮤직(이상 해외 서비스) 등 9종이다.

스포티파이를 1주일 이상 사용해 보니, 누군가가 '스포티파이의 차별점'을 묻는다면, 가장 먼저 '개인화(Personalization)'라 대답할 것 같다. 국내에서는 진작에 신뢰를 잃은 음원 차트/순위 대신, 스포티파이는 사용자가 '어떤 음악에 관심을 갖고 즐겨듣고 있는 지'에만 집중한다. 모든 메뉴가 '나'를 향해 있다.

'좋아요' 누른 아티스트와 앨범을 토대로 스포티파이가 추천한 목록
'좋아요' 누른 아티스트와 앨범을 토대로 스포티파이가 추천한 목록

스포티파이에는 '순위', '랭크', '차트'가 없다. 그 자리에, '좋아요' 표시곡, 최근 재생곡 및 관련 추천, 믹스/추천곡, 시대/장르별 곡 추천, 가수/아티스트 추천, 시간대별 추천, 상황/환경별 추천 메뉴가 자리한다. 거의 대부분이 '추천'곡이다. 바로, 사용자 각각의 관심을 토대로 한 '개인화된 추천'이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별 추천 메뉴로 구성되니, 앱 메인 화면 메뉴와 추천곡 구성이 사용자마다 다르다. 사용자가 자주 듣고 '좋아요'를 선택한 곡 위주로, 그와 유사한 장르, 유사한 시대, 유사한 분위기, 유사한 가수/아티스트의 곡을 골라 추천한다. 여기에는 스포티파이 고유의 선곡 추천 알고리즘이 반영되는데, 스포티파이는 인공지능/데이터 분석 분야의 여러 기업을 인수해, 음원 추천 기술과 알고리즘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주로 해외곡/올드팝송 중심으로 검색, 재생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재생목록(플레이리스트)을 하나씩 만들었다. 앱을 실행할수록, 곡을 재생할수록, '좋아요'를 누를수록 개인 데이터가 쌓이고, 이 데이터를 비슷한 성향의 다른 사용자와 비교하며, 좋아할 만한 곡을 추천해 준다. 신기하게도 대부분 들을 만하고, 좋아할 만한 곡이다. 아는 곡도 있지만, 모르던 곡이 더 많다. 스포티파이를 통해 '인생 노래'를 접하게 됐다는 어느 사용자 소감에 십분 공감한다.

스포티파이의 개인 추천에 반영되는 요소(제공=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의 개인 추천에 반영되는 요소(제공=스포티파이)

이러다 보니, 어느 한 곡을 재생하면 스포티파이의 다음 추천곡이 뭘지 은근히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추천곡도 충분히 들을 만하고, '좋아요'를 누르면 그 데이터가 반영돼 또 다른 추천곡을 뽑아낸다.

국내 서비스의 순위/차트 방식에 이미 길들여진 사용자라면, 이런 개인화 추천 방식이 익숙하지 않거나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콘텐츠 개인화는 현재, 전 세계 콘텐츠 서비스/플랫폼의 공통 지향점이 됐다. 멜론이 최근 대대적 업데이트를 통해 모든 화면과 메뉴를 싹 바꾼 이유도 개인화, 이것 때문이다.

그래도 국내 최신/인기곡 위주로 듣거나, 인디 가수/아티스트를 선호한다면 스포티파이 가입이 그리 급하지 않다. 추천곡보다는 원하는 곡을 그때그때 검색해 듣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간간이 광고 나와도 무료로 유튜브/유튜브 뮤직을 사용하는데 별 불편 없다면 고민할 것도 없다.

PC에서는 웹브라우저로 재생할 수 있다
PC에서는 웹브라우저로 재생할 수 있다

반면에, 좋아하는 해외 가수/아티스트 위주로 여러 장르, 여러 시대의 곡을 연속으로 듣는 스타일이라면(혹은 그런 환경이라면),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 여부와 관계 없이 스포티파이 앱을 설치해보길 권한다. 1주일은 무료고, 이후 자동 결제용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면 3개월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무료 3개월 사용 후 해지해도 된다.)

끝으로,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극복해야 할 것도 분명 있다. 우선, 기존 방식에 완전히 녹아든 사용자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가입자가 는다. 국내 음원 확보에도 복잡하고 만만치 않은 절차가 있다. 그럼에도 스포티파이가 기대되는 건, 전 세계 3억 명 이상의 사용자, 40억 개 이상의 재생목록이 매일 24시간 만들어 내는 개인화 데이터를 지금도 차곡차곡 쌓고 있다는 점이다.

1주일만 무료 체험하고 해지하려 했다가, 일단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했다. 3개월 뒤 그동안 저장되고 분석된 내 개인화 데이터를 남겨두고 해지할 수 있을까?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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