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한지현 상무, “마트가 인테리어를 제공하는 이유? 마트이기 때문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홈퍼니싱. 집(home)과 단장하는(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나 조명,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안을 꾸밀 수 있는 제품을 일컫는다. 요즘 핫(hot)하단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은 사람들을 집 안으로 내몰았다. 자가격리와 건물 폐쇄 등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학생과 직장인 등은 실외 활동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해결한다. 온라인수업, 재택근무 등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이다.
학교와 집, 회사와 집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하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실외 활동을 대체하고자 하는 요구사항도 늘었다. 집에서 영화를 보고, 집에서 운동을 하고, 집에서 쇼핑을 하며, 집에서 수업 또는 근무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우리집 거실, 방, 욕실, 부엌, 벽, 바닥, 천장 등으로 향했다. “우리 집이 이렇게 생겼었구나”하면서. 연이어 깨닫는다. 집은 쉬는 곳에 맞춰 꾸며졌지, 실외 활동을 위해 꾸며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 1월 21일, 롯데마트 홈부문이 롯데마트 잠실점 3층에 ‘인테리어랩’을 오픈했다. 인터리어랩은 약 148㎡ 면적에 주방(닥터싱크), 욕실(계림바스), 창호/중문(KCC), 도배/마루 등 상품을 전시한 쇼룸 공간으로, 인테리어에 필요한 상품 판매와 시공 상담 등을 제공한다.
롯데마트 홈부문장 한지현 상무(이하 한 상무)는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집을 꾸미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상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마트가, 이제는 인테리어 용품뿐만 아니라 시공 상담도 제공한다. 이에 한 상무를 만나 인테리어랩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유통은, 사람을 따라가야 합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롯데마트가 인테리어 편집 매장을 오픈했다. 간단한 시공용품을 판매하는 것도 아니고, 상담까지 제공한다. 다소 의외다. 이유가 궁금한데.
한 상무: 많이 고민하고 준비했다(웃음). 홈퍼니싱은 주된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마트는 유통의 중심지다. 사람들이 방문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즉, 사람들이 인테리어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코로나19는 변곡점이다. 빠른 변화를 야기했다. 집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행동의 변화다. 때문에 필요로 하는 것도 달라졌다. 휴가 계획을 세우며 해외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얼마나 잘 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집’이라는 카테고리가 인더스트리로 계속 확장하는 중이다. 마트는, 유통은 사람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런 흐름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집과 관련한 인더스트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IT동아: 그래도 의외다. 지금까지 마트는 집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판매했지, 집 자체를 바꾸는 상품을 판매하지는 않았는데.
한 상무: 맞다. 기존 마트는 생필품 중심으로 개별 제품을 판매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잘 짜여진 집에 어울리는 제품을 판매했다고. 집을 바꿀 수 없는 하드웨어라면, 마트는 하드웨어에 어울리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행동 중심이 실외가 아닌 실내, 집으로 옮겨가면서 원하는 것이 늘어났다. 사소한 것부터.
시간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려보자. 30대 직장인이 하루 24시간 중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회사로 출퇴근하고, 야근한 뒤에 맥주 한잔하고, 주말에는 데이트나 취미 생활을 보내고 있다면? 많지 않다. 이런 말도 농담처럼 많이 했다. 회사에서 집으로 출근한다고(웃음). 집에서 요리조차 잘 하지 않는 1인 직장인 가구도 흔했다.
그런데, 이젠 자의적이건 타의적이건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집은, 학교가 아니다. 회사도 아니고. 당연히 수업이나 근무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더 이상 집은 잠만 자고 나오는 공간이 아니다. 이제는 집에서 많은 것을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IT동아: …맞다. 기자도 재택근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무용품이 부족해 이것저것 구매했다. 같은 의미로 집을 고치고자 하는 요구도 늘어났다는 것인가.
한 상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적었다면, 조금 낡았어도 ‘그냥 그러려니’, ‘잠깐만 참지 뭐’라고 넘어갔다. 지금은 아니다. 밖에서 했던 것을 안에서 해야 한다. 그동안 부족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TV만 보던 내 공간으로 바꾸고 싶고, 잡동사니가 가득한 창고처럼 변해버린 방에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해 미디어룸으로 꾸미고자 한다.
유통 업체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롯데마트가 시작한 것이 ‘인테리어랩’이다. 유통은 사람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홈부문장 한지현 상무 인터뷰 영상
인테리어는 직접 보고, 선택해야 하는 영역
IT동아: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바뀌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 상무: 그 말은 곧 사람들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와 같은 뜻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유통이, 마트가 잘 안다. 사람들의 관심은 집으로 향했다. 창호를 바꾸고, 바닥을 바꾸고, 벽지를 바꾼다. 조사 중 이런 사례도 있었다. 화상으로 미팅을 자주 하는 고객이 화면에 비치는 뒷 배경이 신경쓰여 새로 페인트를 칠했다고.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내 공간’을 찾는 고객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됐던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IT동아: 몇몇 인테리어 상품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한 상무: 있었다. 상품이라기 보다는… 용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인테리어는 몇 가지 용품으로는 부족했다. 전문 인테리어 업체, 시공 업체가 필요하다. 부엌을 바꾸고, 거실을 바꾸고, 베란다를, 방을 바꾸는 일 아닌가. 책상이나 의자 나르는 일이 아니다. 전문 영역에 가깝다.
그래서 협력을 선택했다. 인테리어랩은 건축(창호)와 위생도기 부문에서 명성을 쌓은 KCC와 계림바스, 그리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주방 전문업체로 거듭난 닥터씽크와 함께한다.
IT동아: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서 안나오고 인테리어를 필요로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인테리어랩에 그러니까 마트에 아예 안오는 것 아닌가.
한 상무: 두가지로 설명하고 싶다. 먼저 첫째. 기존 인테리어 업체들을 분석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테리어 시공 업체부터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까지. 고객들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을 찾았다. 인테리어는 클릭 몇 번으로 최종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화면으로 보는 빨간색과 고객이 직접 보는 빨간색은 다르다. 고객마다, 사람마다 바라보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타일 크기는 실제로 보는 타일 크기와 다르다는 뜻이다. 부엌 싱크대와 싱크대 위 수납장 등을 사진과 영상만으로 선택할 수 없다. 거실 바닥도 마찬가지고. 실제로 모바일/온라인 인테리어 고객들이 불편사항 중 하나가 상담이었다. 전문가와 마주보고 대화하며 선택하는 것 말이다. 인테리어랩에는 ‘헬퍼’라고 부르는 전문가들이 상주한다.
조색기도 한 예다. 발음을 주의해야 한다(웃음). 조색기는 서로 다른 색상의 페인트를 섞어 원하는 색상을 찾을 때 사용하는 기기다. 페인트 전문점 등에서 사용하는데, 이런 것들은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즉, 오프라인만이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는 뜻이다.
인테리어랩을 방문하고 헬퍼와 상담까지 마쳤다면, 실측 단계로 들어간다. 고객의 집으로 방문해 실측하고 난 뒤에 구매 계약으로 이어진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전 단계를 롯데마트가 책임지고 있다.
IT동아: 다른 한가지는?
한 상무: ‘롯데마트’이기 때문이다(웃음). 마트는 신선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많이 방문한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 자제를 촉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신선식품을 찾는 마트 방문객은 더 늘어났다. 먹거리 상품은 계속 성장 중이다. 집에서 식사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마트로 찾아와 신선한 상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 등으로 주문하는 고객도 있지만, 신선도는 직접 눈으로 봐야 알 수 있다. 꼼꼼한 눈과 직접 만져보는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다. 때문에 신선식품을 찾아 마트를 찾는 방문객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늘어났다.
KCC, 계림바스, 닥터싱크와 같은 인테리어랩 협력사에게도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 인테리어 업계는 고객과의 접점이 약했다. 고객이 자주 방문하고, 찾아가는 거점이 부족했다. 하지만, 마트는 다르다. 생필품을, 신선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많은 고객이 다녀간다. 때문에 새로운 고객과 접점을 만들 수 있다. 인테리어랩을 통해 B2B 영역에 가까웠던 인테리어 업체가 B2C로 직접 다가갈 수 있다.
30% 저렴합니다
IT동아: 기존 인테리어 시장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롯데마트라는 유통사가 지니고 있는 장점을 통해 협력사와 상생한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한 상무: 맞다. 꼼꼼하게 준비했다. 모든 유통사에는 MD가 있다. 새로운 상품,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할 때 MD는 수요와 공급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인테리어랩을 준비하면서 담당 MD가 준비한 시간은 이전 서비스, 상품 준비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협력사를 직접 찾아가고, 상품을 세밀하게 고르면서 의견을 청취했다.
인테리어랩은 ‘BIY’에 가깝다. BIY는 Buy-it-yourself의 약자로 고객이 용품을 구매하면, 전문가가 작업해주는 것을 뜻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알아서 다하는 DIY와는 다르다. 인테리어의 경우 시공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고객이 직접 바닥을 뜯고, 벽지를 뜯어가며 마무리까지 하기에는 어렵고, 힘들다. 인테리어랩은 그 중간에 서서 연결하고자 한다.
IT동아: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가격인데.
한 상무: 맞다(웃음). 같은 인테리어를 시공했다면, 시중 업체와 비교했을 경우, 30% 저렴하다고 단언한다. 전문 인테리어 시공팀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인테리어랩을 오픈한 뒤, 상담부터 견적까지 타 인테리어 업체와 비교하는 고객도 있었다. 그만큼 자신있다. 좋은 상품을, 좋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 그게 유통이, 마트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인테리어 시장은 수년간 꾸준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지속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테리어랩은 그래서 기획했다. 이번 잠실점 오픈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전문 파트너사와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계기를 삼고자 한다. 기 오픈한 롯데마트 홈센터 베타매장(중계점)과 연계해 셀프 인테리어 자재와 소도구 구매, 실측 상담, 시공 등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탑 서비스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앞으로도 우리 롯데마트의 인테리어랩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