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베란다의 세탁기 설치는 과태료 대상··· 왜 문제가 될까?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세탁기를 설치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은 상수도, 그리고 하수도, 그리고 220V의 유무다. 다른 가전에 비해 설치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아파트나 공동주택은 세탁기를 설치하기 위한 다용도실, 세탁실을 별도로 조성한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거주 환경의 추세가 변하면서 베란다(발코니)를 확장하거나, 다용도실이나 창고를 주방으로 흡수하는 등의 설계가 많아 세탁기를 설치하는 장소도 변하고 있다.

공동 주택에 설치된 동파 예방 안내, 앞 배란다의 세탁기 설치 자제와 사용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 출처=IT동아
공동 주택에 설치된 동파 예방 안내, 앞 배란다의 세탁기 설치 자제와 사용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 출처=IT동아

그중 가장 많이 설치되는 위치는 베란다를 확장한 공간, 혹은 베란다의 우수관 근처다. 베란다는 상수도가 공급되는 데다가, 세탁 폐수를 배출할 배관도 설치돼있다. 특히 드럼 세탁기가 등장하면서 세탁기 위로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경우도 많아 다용도실 대신 베란다 구석에 세탁기를 설치하는 가정이 종종 있다. 하지만 아파트 베란다의 오수관 설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세탁기를 베란다 위치에 둘 경우, 하수도법 제 27조 배수설치의 설치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세탁기, 왜 베란다에 두면 안 될까?

세탁기와 세탁기에 연결된 냉,온수 배관. 대다수 공동 주택이 세탁기 설치를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해놓고 있다. 출처=IT동아
세탁기와 세탁기에 연결된 냉,온수 배관. 대다수 공동 주택이 세탁기 설치를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해놓고 있다. 출처=IT동아

정부가 세탁기의 위치까지 제약을 둘 필요가 있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단순히 설치 위치에 대한 문제가 아닌 환경 오염과 공동생활의 규칙에 관련된 이유다. 일반적으로 세탁기를 다용도실에 둘 경우, 세탁폐수는 오수관을 타고 정화조를 거쳤다가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향한다.

한편, 세탁기를 베란다에 두면 세탁폐수가 하수관이 아닌 우수관을 통해 배출된다. 여기서 우수관이란, 아파트 옥상에 쌓인 빗물 등을 저층으로 흘려보내기 위한 배관으로, 별도로 여과 과정없이 하천으로 배출되거나 시설 내 중수 처리 장치로 향한다. 즉, 세탁기를 우수관에 연결해서 세탁 폐수를 배출할 경우, 세탁폐수가 하천으로 직행해 수질이 오염된다. 빗물을 모으는 중수 처리 시설도 처리 공정에 문제가 생긴다.

아파트 발코니에 있는 우수관. 출처=IT동아
아파트 발코니에 있는 우수관. 출처=IT동아

연이어 한파가 지속하는 겨울에는 저층 가구의 피해로도 이어진다. 우수관에 세탁폐수가 유입되면 빗물 배출구에 섬유나 먼지 등의 찌꺼기가 쌓이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빗물 구멍이 막히게 된다. 여름철에는 빗물 구멍이 조금 작아져도 흘러내리지만, 겨울에는 물을 머금은 세탁 찌꺼기가 엉겨붙은 채로 얼어서 구멍이 막힌다. 이 상태에서 세탁기를 가동하면 폐수가 빠지지 않고 우수관에 쌓이게 되고, 저층 세대로 세탁폐수가 역류해 재산상의 피해를 준다.

그렇다면 건조기는 앞 베란다에 둬도 될까

대다수 건조기는 아파트 발코니 등 추운 위치에 설치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출처=IT동아
대다수 건조기는 아파트 발코니 등 추운 위치에 설치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출처=IT동아

건조기 역시 하수가 발생하지만, 세탁폐수와 다르게 세탁물에서 증발한 수분이므로 베란다 우수관에 연결해도 상관없다. 일부 제품의 경우, 하수관 연결 없이 자체 설치된 물탱크로 물을 수집하니 우수관에 연결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건조기를 베란다에 두는 건 금물이다. 시중에 출시된 건조기는 고온의 열로 세탁물을 말리는 히트식, 그리고 냉매 순환으로 발생한 열을 통해 세탁물의 습기를 제거하는 인버터 히트펌프 두 가지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전기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인 만큼, 부품의 온도가 너무 낮으면 전력 소모가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장기적으로는 피로 누적으로 인한 내구성 저하는 물론, 결빙이나 성에로 인해 고장 날 수 있다. 베란다를 확장해 실내 온도와 똑같이 유지될 때에만 설치할 수 있는 셈이다.

방법이 없지는 않지만, 가능한 경우는 한정적

현재 하수도법은 앞 베란다의 세탁기 설치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자체에 따라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지역도 있다. 그렇다고 앞 베란다에 무조건 세탁기를 설치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건축 시 앞베란다에 별도로 세탁용 하수관을 설치한 아파트라면 앞 베란다에 세탁기를 설치해도 무방하다. 공동주택 전면 발코니에 세탁기를 설치할 의사가 있다면, 해당 관리사무소나 시·군·구청 환경과를 통해 발코니 하수관 설치 여부를 문의하면 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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