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사례와 시사점 1부
연재 개요 및 목차
최근 몇년 사이, 기존 기업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어나는 시장 변화와 온라인화 요구에 따라, (기존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일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전략은, 막상 실행하려면 굉장히 막연합니다. 기존 기업 경영진들이 스타트업을 경험하지 못했고, 사내에 스타트업을 이해하는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전략 수립 조차 어려운 마당에 실행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에 (기업 입장에서) 스타트업을 활용하고, 투자하기 위한 전략을 소개합니다. 또한, 실행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5편에 걸쳐 연재합니다.
1.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기업 성장 전략, 스타트업에 물어보자.
2.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사례와 시사점
3.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실행 방안 (1) 세부 실행 전략별 특징과 현실적 기대
4.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실행 방안 (2) 스타트업 발굴과 협업 방법
5.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실행 방안 (3) 전담 인력의 내재화 필요성과 고려 사항
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사례와 시사점
앞선 글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산업에 따른 편차가 크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존 기업체들이 전통적인 성장 전략인 ‘R&D’나 ‘신시장진출’ 이외에 스타트업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일반 기업체가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협력하는 전략을 포괄해 ‘Corporate Venturing’ 이라고 부르고, 매우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스타트업 투자 또는 협업 목적과 방향성 등과 같은 거시적인 그림에서 한 단계 내려와, 어떤 형태로 협력하고 투자할 수 있는지 국내 기업 투자 사례를 보며 살피겠습니다.
1.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방식 개요
기업은 기술 요소 보강, 신규 시장 접근, 고객 기반 확대 등 다양한 이유로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그런데 명확한 목표를 바탕으로 적합한 스타트업을 발굴했어도 해당 스타트업에 어떤 형태로 투자하는 것이 최선일지는 또 다른 숙제입니다. 떠올리기 쉬운 형태는 해당 스타트업의 메이저 지분을 M&A 하는 것이죠. 하지만, 만약 해당 스타트업이 매우 독립적이거나 기존 기업 문화와 크게 다르며, 사업 기회나 기술 요소 등이 불확실하다면, 이 M&A는 실패한 투자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만들기 쉽지 않을테니까요.
반대로 지분 투자 없이 그냥 계약이나 협약 등을 통해 협업하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기업 입장에서 위험 요소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계약을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이 어느 순간 다른 업체와 협력하거나, 경쟁사가 스타트업을 인수해도 이를 막거나 통제할 수 없습니다. 묶어 놓을 수 있는 투자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이처럼 거래 계약부터 M&A까지 굉장히 다양한 투자 또는 협업 방식이 존재하고, 각각은 전략 목표 달성 가능성과 리스크 등을 기준으로 관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투자 방식을 충분히 이해해야만 각 기업들이 스타트업에 다가갈 때 M&A, 지분인수, 협력 MOU 등을 선택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1) MOU 기반 협업
전반적인 기술력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기술 영역에서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더 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나 센서 기술 등 특정 영역에서 몇 년간 연구한 스타트업이 대형 자동차 기업보다 더 잘 아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덜컥 관련 스타트업 지분을 인수하거나 납품 계약을 맺을 수는 없죠. 기술 검증도 문제지만, 관련 시장 전망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기에 굳이 투자를 서두를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처럼 기술 발전 진행 상황이나 시장 형성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경우라면 MOU 정도만 체결한 뒤 공동 프로젝트 성격으로 일을 추진하곤 합니다.
다만, 서로 강제할 수 있는 요소가 없습니다. 때문에 대기업은 ‘그냥 한번 해보자’에 가깝고, 스타트업은 대기업과의 협업 자체가 목적이 아닌 언론 등을 통한 기업 홍보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MOU 체결은 대기업에게 결과의 실효성은 낮지만, 적은 부담으로 스타트업 경험 축적 및 담당 인력 훈련 차원에서 시작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도 하루에 수십건씩 쏟아지고 있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 협약’ 같은 소식을 기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죠.
(2) 납품 등 거래 계약 기반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은 활용할 수 있는 매우 많은 자원 여부, 규모 등에서 현격하게 차이납니다. 때문에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의 납품 등 거래 계약은 양측에서 바라보는 입장차가 존재합니다. 기업은 간단한 납품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스타트업은 완전한 성장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죠.
이러한 관계는 주로 대기업이 보유한 물류, 영업, 마케팅, User base, 고객 대응 능력 등의 자원을 스타트업에게 열어주면서 발생합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성장 기회를 갖고, 대기업은 관련 매출의 추가 발생이나 내부 자원 활용 향상을 꾀하죠. 물론, 유통사 같은 경우엔 지금 현재 이 순간에도 스타트업을 포함한 수많은 중소기업의 납품을 받고 판매합니다만, 최근에는 유통사가 아니어도 이렇게 활용하죠.
(예시) 고기 유통 B2B 스타트업 미트박스는 오뚜기가 보유한 콜드체인 물류와 협업해 매출을 한 해만에 870억 원에서 1,500억 원대로 늘렸습니다. 스타트업이 전국 단위의 콜드 체인을 확보/운영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고, 오뚜기는 콜드 체인을 만든 후 활용도를 높여야 했는데,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든 것입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는 스타트업은 고속 성장했지만, 대기업은 일부 매출 증대 외에 크게 전략적인 차원에서 얻은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자원 활용도가 올라간 것 뿐이니까요. 넓게 보면 게임 개발 스타트업이 스팀이나 앱스토어 등의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거나, 이동통신사의 IPTV 서비스에 VR과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도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또한, 스타트업과 특정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 대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며 기술 개발을 함께하는 R&D 공동 개발 프로젝트 등도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물론 이 경우엔 개발 과정에서 비용 배분이나 기술 개발 후 특허권, 사업권 등에 대한 세부적인 계약을 맺기는 하지만요.
(3) 소수 지분 투자
기존 기업과 스타트업간 투자 모델에서 가장 흔한 방식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 5~20% 내외의 소수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의 투자입니다. 투자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20% 미만 소수 지분으로는 이사회에 임원을 파견하기 어려울 수 있고, 경영진 실수나 잘못된 의사 결정을 막을 수 없습니다.
물론 지난 2017년 350억 원으로 4%가 약간 넘는 소수 지분을 획득, 2년 뒤 6배 수익을 남긴 네이버의 우아한형제들 투자 사례처럼 만족스러운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수익만을 추구하는 전업 투자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경영권도 없는 수준의 소규모 지분 투자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장이나 기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최대한 다양한 신규 사업 기회를 찾고, 회사 내부 신규 성장 담당 부서(신사업팀, R&D, 해외사업팀 등)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면, 각 분야에서 시장을 만들 의욕에 불타는 외부 업체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사업을 추진할 기회를 제공하는게 훨씬 남는 장사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투자를 하는 경우엔 SI 혼자 투자하는 경우보다 VC 등 FI와 팀을 이뤄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해당 스타트업을 이해하기 위해 FI 도움을 받는 경우일 수 있지만, 해당 스타트업을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정부나 민간 등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일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한 투자는 참여한 SI와 FI가 동시에,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는게 보통입니다. 물론, 스스로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양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기업이라면 외부 투자자 없이 단독으로 투자하지만요.
기술 분야 기업은 2010년 이후 매우 활발하게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꽤 괜찮은 기술을 보유한 경우라면 그 업체 성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소수 지분을 투입하고 경영 리포팅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니까요. 다만, 해외 스타트업은 국내 스타트업보다 고평가되는 경우가 많고, 본사에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견 이하 기업이 채택하기엔 어려운 전략입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와 인연있는 경우라면 스타트업을 소개받을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기업에게 이런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렇게 해외 유망 스타트업과 국내 중견기업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나 플랫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예시) 지난 2020년,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 도심지 주차 서비스 앱을 운영하는 ‘마지막삼십분’이라는 스타트업에 소규모 지분을 투자했습니다. 아직 시범 사업 정도를 운영하는 극초기 국내 스타트업에 대기업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것이죠. 아주 초기 기업이기 때문에 사업 실패 확률도 높고, 현대자동차 지분율도 낮아서 해당 스타트업을 통제하기도도 어려웠습니다.
국내 대기업이 자회사 경영에 대해 얼마나 마이크로 매니지하는지 생각해보면, 정말 의미없는 돈낭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 스타트업이 성공해도, 현대자동차 정도 되는 대기업이 도심 주차 서비스를 직접 시작한다면 비난 여론 때문에 인수할 수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현대자동차가 직접 국내 차량 소유자의 행태를 연구한다면 얼마나 투자해야 할까요? 특히, 차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 시점인 막히는 도심지에서 주차 장소를 찾아 헤매는 고객의 행태를 직접 이해하려고 한다면 수십억 원을 투입해야 제대로 된 결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현대자동차가 그냥 자동차 판매사에 머무른다면 불필요한 조사이지만, 자율주행 기능과 모빌리티 서비스로서의 자동차를 생각해본다면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사이기도 하죠.
즉, 해당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직접 조사 비용과 비교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직원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덤벼드는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대한 지분 투자의 연장 선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글 / 이복연
(현) Corporate Venturing 및 전략적 투자 교육 전문 회사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현) 신한금융지주 신한스퀘어브릿지 ‘신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메인 코치
한국IBM, 삼성SDI, 롯데미래전략센터 등에서 신사업 전략 수립 및 사업성 분석, 신시장 개척 및 해외 얼라이언스 파트너 발굴, 조직 혁신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2016년 이후 판교스타트업캠퍼스, 신한두드림스페이스,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다양한 스타트업 양육 프로그램에서 비즈니스 코치로 700여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났고, CJ ENM, 농심 등 여러 대기업의 사내벤처 및 스타트업 관련 프로그램 교육을 진행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