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본즈 나정호 상무 "협업툴 도입은 일하는 방법을 바꾸는 기회"
[IT동아 남시현 기자] 협업툴 잔디(JANDI)를 서비스하는 토스랩이 직장인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택근무 리포트 2020’에 따르면, 90%의 직장인이 코로나 19 사태 이후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며 69%의 직장인이 재택근무 도입에 만족한다는 뜻을 표했다. 재택근무 시 업무 생산성과 관련해서는 46%가 기존의 업무 생산성이 동일하다고 답변했고, 32%는 향상되었으며 22%는 저하되었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생산적인 재택 업무를 위해 가장 필요한 환경으로 38%가 팀원들과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소통채널이라 밝혔는데, 이는 24%로 동률인 업무 필수 장비와 독립된 업무 공간과 같은 요소보다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재택근무 중인 근로자가 의사소통의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코로나 19로 급격하게 재택근무가 도입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은 재택근무 인프라를 완벽하게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몇 달 정도만 임시로 도입되는 게 아닌가 하면서 시작한 재택근무가 보편적인 업무 환경으로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공백이 바로 의사소통의 단절이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업무 자료 공유나 결재, 프로젝트 추진 등은 점차 자리를 잡고 있지만, 서로 대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대화의 부재가 의사소통의 중요성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러므로 2021년은 더욱이 협업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한 해다. 코로나 19 이후로도 재택근무가 보편적 업무 환경으로 자리 잡으리라 예상되면서,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업무 공유를 위해 협업툴이 요구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재택근무와 조직 관리에 협업툴을 병행 사용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코로나 19 확산 초기인 2020년 초부터 협업툴 잔디와 재택근무를 병행해온 ‘트라이본즈’를 만나 협업툴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협업툴 잔디로 일하는 방법을 바꾸다, 국내 셔츠업계 선두 주자 트라이본즈
트라이본즈는 LF(구 LG패션)의 관계사로 현재 남성 셔츠업계 1위인 닥스(DAKS) 셔츠를 비롯해, 2030 여성을 타겟으로 한 패션 잡화 브랜드 포멜카멜레, 온라인 맞춤셔츠 브랜드인 셔츠스펙터 등의 브랜드를 다루고 있다. 아울러 닥스키즈, 헤지스키즈, 봉통, 피터젠슨 등의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아동복 전문기업 (주)파스텔세상과도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이고 있다. 트라이본즈 개발본부의 나정호 상무와 전산팀 이기현 부장을 만나 트라이본즈의 업무 소통과 관련된 노하우는 물론, 의류 업계 전반의 디지털 현황을 들어보았다.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의류 기업의 기업 구조와 사내 구성원 등에 대해 먼저 물어보았다. 어떤 기업이건 IT 기술 도입은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지만, 전통적인 유통 기업 구조와 패션이 결합해 있는 만큼 현직자를 통한 설명이 필요하다. 나 상무는 “패션 업계는 매년 신제품을 내야하는 산업이며, 제조업과 소매업이 혼합돼있다. 여기에는 상품을 기획하는 MD, 의도에 따라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소재를 찾는 구매 조직, 생산, 물류, 그리고 온·오프라인 영업과 매장 경영인, 품질 지원팀 등의 인원이 있다. 그 과정에서 구매, 생산, 공장 등은 모두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의류 업계 역시 IT 기술 도입이 보편적이다”라며 의류 업계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의류 업계의 추세에 따라 트라이본즈 역시 2019년 말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위한 20개 프로젝트를 선정했고, 2020년을 시작으로 디지털 전환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20개 과제 중 협업툴 도입이 포함돼 있었고, 코로나 19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프로젝트 도입 전, 트라이본즈의 사내 업무 의사소통은 어떻게 진행돼왔을까. 나 상무는 “트라이본즈는 기능 조직과 제품 조직이 결합한 매트릭스 조직 구조로 운영되고 있고, 여기에 따른 사내 의사소통에 그룹웨어나 이메일, 그리고 개인 메신저를 사용해왔다. 그러던 중 온라인 사업의 비중을 확대하고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을 도입하면서, 부서별 격벽(사일로)을 허물고, 전사적이면서 수평적인 소통 창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고 답변했다. 온라인 사업에도 즉각적인 소통이 이뤄져야 하고, 부서간의 빠른 협업을 통한 시장 대응을 위해 조직 개편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셈이다.
잔디를 선택한 이유도 이어서 대답했다. “소통의 창구로 협업툴을 선택하게 되면서 2020년 1월부터 많은 협업툴을 확인했고, 보름간의 테스트 파일럿 진행 후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험 및 확산을 시작했다. 특별히 잔디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친숙하게 쓸 수 있고 외부 사용자가 쉽게 협업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서비스가 안정적이라는 점 등 덕분이었다. 의류업계 특성상 외부 기업과의 협업이 많은데, 외부 사용자는 추가 비용 없이 합류할 수 있는 데다가 기존에 진행되어온 업무 과정을 설명 없이 인수 인계 할 수 있는 점이 핵심”이라 말했다.
이미 30년 가까이 셔츠를 제조해온 기업인 만큼, 협력업체나 외부 종사자까지 협업툴의 테두리에 포함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 부장은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사내 업무와 사적인 영역을 분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고, 외부에서는 의류 매장이나 공장들이 스스로 초대를 하고 토픽을 만들어 소통할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인원도 있었지만, 잔디의 유저 인터페이스가 친숙하므로 빠르게 적응했다. 지금은 참여자 모두가 개인 메신저처럼 쉽게 다루고, 모니터링 단계인 상태다”라고 답변했다.
트라이본즈가 잔디를 도입한 이후, 기업의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초기의 목적은 달성했을까? 나 상무는 “일단 일하는 방법이 바뀌면서 속도가 빨라진 게 최대 장점이다. 모든 사람이 잔디만으로 소통할 수 있고, 결과까지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잔디 기능에 포함된 화상회의 기능으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영 회의도 화상으로 진행하는 등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방향에 맞는 소통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 역시 “일하는 방식이 구체화되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일단 메일이나 여러 외부 메신저가 하나로 통합됐고, 여러 명에게도 직관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업무 공간이 마련됐다. 더 이상 여러 명에게 같은 내용을 보낼 필요도 없고, 추가 설명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도 없이 초대만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내·외부의 제약 없는 의사소통을 활용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소통 채널도 마련됐다. 현재 트라이본즈 이성연 대표는 잔디를 활용해 전 임직원에게 직관적이고 왜곡 없는 비전과 방향성 전달을 하고 있으며, 이는 보고 절차 단축과 조직의 협업 가속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임직원은 실시간 모니터링과 판매량 확인, 일정 공유 등을 통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며, 공급망과의 유기적인 소통과 잔디 드라이브를 통한 안전한 정보 공유로 업계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에는 전사적 자원관리 차원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업툴 도입을 통한 경쟁력 향상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얘기다. 하지만 전통 산업인 의류 업계가 모두 트라이본즈처럼 적극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는 않다. 잔디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트라이본즈 입장에서 이들 기업에 하고 싶은 말을 물어보았다. 나 상무는 “트라이본즈에게 있어서 잔디 도입은 일하는 방법을 바꾸는 과정이었다. 협업툴 도입만으로 기업의 역량이나 자원 배분, 그리고 기민한 조직화를 이룰 수 있었던 점에서 좋았다. 주저하고 망설이다 보면 결과도 변하지 않는다. 전사적으로 도입하기가 어렵다면, 특정 분야나 부서를 통해 작은 부분부터 시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협업툴 도입을 넘어, 디지털 전환까지··· 의류업계의 방향성 엿보여
오늘날, IT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산업군은 찾아보기 어렵다. 의류 업계 역시 전통적인 산업군에 속하지만 트라이본즈의 사례만 보아도 충분히 IT화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상무 역시 “트라이본즈는 고객에게 초점을 맞춤과 동시에, 기업의 방향성 역시 온라인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뉴노멀 시대인 만큼 전체 사업의 절반을 온라인으로 추진하는 게 목표”라면서, “기존 업계가 IT 기술의 도입을 논의하는 것을 넘어서,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에 IT를 전제로 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갖는 게 온라인 사업의 토대가 될 것이고, 업무의 효율화까지 이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디지털 전환을 이뤄야만 선구적인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단순히 협업툴에만 투자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디지털 전환도 이뤄내야 한다. 2020년, 트라이본즈는 30년간 쌓인 닥스 셔츠의 빅데이터를 집대성해 고객의 치수를 제안하고, IT 기술 기반으로 개인화된 맞춤 사이즈의 셔츠를 제작하는 맞춤셔츠 브랜드 ‘셔츠스펙터’를 선보였다. 협업툴 도입 등을 통한 의사소통 문제를 넘어서, 기업만의 경쟁력을 IT 기술로 승화시킨 사례다. 코로나 19로 인한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여기에 오프라인 결제 비중이 작아지면서 결국 전통 산업의 디지털화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결국 많은 의류기업이 트라이본즈와 같은 사례로 진전될 수밖에 없는데, 그 시작점에 협업툴을 두었다는 점은 확실히 귀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