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단절된 지금 함께한 고민 “내일 만나요, 우리”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행정안전부가 ‘내일 만나요, 우리’라는 주제로 ‘제4회 정부혁신제안 끝장개발대회(이하 끝장개발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개발대회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 우울을 극복하고,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 방안을 도출해 정책화하기 위한 마련한 국민참여 정책발굴 대회다. 전문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참여해 제품이나 서비스, 앱 등을 개발하는 해커톤에 일반 국민들도 참여해 난제를 제한된 시간 안에 해결해보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제4회 끝장개발대회는 지난 17일 '인왕산 초소책방'에서 열린 ‘코로나 우울 극복 - 누구도 외롭지 않은 사회’ 주제의 개막 토크쇼로부터 시작했다. 이번 개막 토크쇼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본부장으로 확산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 청와대 김제남 시민사회수석, 한동대학교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이자 ‘사랑해 지선아’를 집필한 이지선 교수, 심리학을 소재로 다룬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 가수이자 미술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권지안 작가(솔비)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개막 토크쇼는 참여 패널과 함께 현 코로나19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 우울(코로나19와 우울감을 더한 신조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을 극복하기 위한 조언, 그리고 시청자와의 Q&A 토론 시간을 진행했다.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현 상황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토크쇼는 ‘국무총리와 함께하는 제29차 목요대화’와 연계해 패널과 대회 참가자, 시청자들과 공감하며 대회 시작을 알렸다.
무엇보다 기존 개막식 의전행사를 과감히 벗어나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대화를 나눴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유튜브와 카카오TV, 페이스북 등으로 실시간 송출,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 정책 시행 전파를 위한 행사가 아니었다. 국민과 같이 토론하고, 결과를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민이 주인으로, 국민이 참여한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끝장개발대회 취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디어를 협동개발의 장으로
17일 개막 토크쇼를 시작으로 18일부터 19일까지 양일간 무박 2일간 일정으로 ‘협동개발의 장, 메이크톤(이하 메이크톤)’을 열었다. 메이크톤은 12월 1일부터 17일까지 개최한 ‘생각나눔의 장: 아이디어톤’을 통해 총 389명이 온라인 대회장 게시판을 활용해 접수받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공동창의 협동해결방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다. 맞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활용하는 ‘해커톤(Hackathon)’이다.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인 해커톤은 한정된 기간 안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참여자가 팀을 구성해 쉼 없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앱, 웹 서비스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행사를 말한다. 끝장개발대회는 지난 1회부터 해커톤의 방식을 도입해 서비스, 정책 등을 완성해왔다. 이번 제 4회 끝장개발대회 메이크톤은 28팀이 온라인으로 참가해 실시간으로 결과를 도출했다.
18일 오전 10시부터 참가팀들이 속속 대회장(웹페이지)으로 접속했다. 오후 2시 코로나우울을 물리치자는 선전포고 행사를 필두로 무박 2일간 인고의 시간에 돌입했다. 사실 해커톤은 잠과의 사투다. 아직 미구현된 아이디어를 하루밤동안 기획하고, 개발해,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그 안에서 기획자와 디자이너, 개발자간의 의견 충돌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간혹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벌어진다.
사실 격렬한 토론과 회의, 완성 과정은 비단 해커톤 속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겪는 일이다. 친구간의 다툼, 선배와의 의견 충돌, 직장 상사와의 언쟁 들은 어디에서나 벌어진다. 일상 속에서도 그럴진데, 한정된 공간, 한정된 시간 안에 팀원이 만족하는 결과물을 완성하는 해커톤은 총칼만 없을 뿐 전쟁터와 다름없다.
지친 참가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모두가 지쳐갈 때 - 18일 밤 10시 - 정세균 국무총리가 화면 앞에 나섰다. 별 다른 멘트도 준비하지 않았다. 참가자들과의 담소 시간. 그리고 밤을 지샌 새벽 2시. 군대 조교 복장을 입은 정부혁신전략추진단 전충훈 과장이 나섰다. 참가자들을 위한 중감점검 겸 응원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해주신 분들이 최고
무박 2일간 밤샘 작업을 끝내고, 지난 12월 29일 온라인 시상식을 진행했다. 당초 세종 열린 소통공간에서 진행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 지역 확산으로 부득이하게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다. 아이디어를 찾았다. 수상팀에게 사전에 표창을 미리 보냈다.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은 노트북 또는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참가자에게 화면 속으로 표창을 전달하고, 참가자가 받았다.
올해 끝장개발대회 수상팀은 다음과 같다.
‘참가해주신 분들이 최고.’
메이크톤 참가자가 실시간 채팅 속에서 전해온 말이다. ‘이런 대회는 처음인데, 정말 의미 있는 대회인 것 같습니다’는 말도, ‘재미있었어요, 참 멋진 대회임’이라는 말도.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끝장개발대회 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혁신이라는 것은 새로운 연결 속에서 나타난다. 국민과 정부를 연결하는 끝장개발대회는 그 자체로도 혁신이다. 국민을 향한 일방적인 정책 전달이 아닌, 국민과 논의하는 정책 고민이다. 공공과 민간, 국민과 정부가 연결되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제 4회 끝장개발대회 개최 직전, IT동아와 만난 정부혁신전략추진단 정상훈 부단장이 건넨 말이다. 끝장개발대회를 개최하는 취지이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지금은 변화해야 할 때다. 인식의 변화와 함께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순간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문제는 시민, 기업, 정부, 연구기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 주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방하고 협업해 해결해야 한다. 전 구성원이 나서야 하는 문제 해결에 ‘나를 믿어라’라는 말은 더 이상 의미 없다. 이제는 함께 해결해야 하는 시대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