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전기차 충전 인프라, 대안은 없을까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0년 9월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전기차 시장 글로벌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로 전망한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시장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세계적으로 주요국들은 자동차가 배출하는 CO2 저감을 위해 내연기관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가장 먼저 내연기관 신차판매를 중단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노르웨이다. 그 시기는 2025년이다. 이어서 독일, 이스라엘, 인도가 2030년, 영국이 2035년,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대만은 2040년이면 내연기관 신차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판매대수 기준) 커질 것으로 전망이다. 2030년대 후반쯤이면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차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경쟁력은?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전망에도 불구, 2019년 기준 글로벌 30대 전기차 제조업체 중 국내기업은 하나뿐이다. 국가별 전기차 제조업체를 살펴보자. 중국은 18개, 미국과 독일은 3개, 프랑스와 일본은 2개, 한국과 인도는 1개다. 또한, 30대 기업의 전세계 판매점유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기업은 12만 1,952대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은 5.4%에 불과하다. 기업별 전기차 판매순위는 테슬라(미국)가 37만 5,752대, 르노‧닛산(일본)이 20만 4,569대, BYD(중국)가 19만 7,146대 순으로 1, 2, 3위를 차지했다.
국내 판매량은 전세계 판매량의 1.6%에 그친다(11위). 2019년 기준, 국가별 시장규모는 중국이 전세계 과반이 넘는 52.9%(1위)를 차지했고, 이어서 미국 14.3%(2위), 독일 4.8%(3위), 노르웨이 3.5%(4위), 일본 1.9%(9위), 한국 1.6%(11위) 순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어디까지 왔나
전기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충전 인프라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말 국내 충전기 수는 중국의 0.8%, 미국의 1.4%, 일본의 10.1% 수준에 불과하다.
이웃나라 일본의 충전기 대수는 지난해 기준 22만 7,000개다. 2만 3,000개인 우리나라와 비교해 약 10배나 많다. 2020년부터 우리나라도 충전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흡한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대해 2020년 12월 환경부가 추가 내용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 국내 공용 전기차 충전기 수는 총 2019년말 기준 4만 4,800개, 2020년 11월말 기준 6만 2,789개라고 전했다. 또한, 2020년 환경부 완속충전 사업자로 등록된 충전사업자는 총 28개사(파워큐브, 매니지온, 대영채비, 차지비, 에버온, 지엔텔, 클린일렉스, 이카플러그, 씨어스, 스타코프, 에스트래픽, 엘지헬로비전, 삼성이브이씨, 차지인 등)로, 민간사업자와 협력해 지속적으로 충전 인프라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급속충전기 인프라도 확충한다. 환경부는 산업부, 한국전력, 민간 등과 협력해 비상시 또는 장거리 여행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 국도변 중심으로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 사용자경험과 연결해야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 전문 기업 KST일렉트릭은 지난 12월 9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0 한국전자전’에서 기존에 발표한 초소형 전기차 마이브 M1의 부분변경 모델 ‘배터리 교체형 모델’ 마이브 M2와 ‘전기이륜차’, ‘배터리스테이션’을 선보였다. KST일렉트릭 김종배 대표는 “처음부터 기획한 교환형 배터리를 전기차에 도입했다”라고 설명한다. 전기차 충전을 교체로 해결한 셈이다.
마이브 M2 트렁크에는 약 1.4kWh 용량의 배터리팩 4개를 장착할 수 있다. 차량 내부 뒷부분에 있는 버튼을 눌러 슬롯을 개방하고, 이 슬롯에 배터리팩을 꼽으면 끝이다. 배터리팩 하나의 무게는 약 9.75kg. 배터리팩의 기본 용도는 공조(냉/난방)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주행 용도로 바꿀 수도 있다. 차량에 탑재한 주배터리 외에 추가로 교환형 배터리팩을 장착해 전체 용량을 늘린 셈이다.
교환형 배터리팩은 배터리 스테이션에서 충전한다. 배터리 스테이션 화면에는 빈 슬롯에 대한 안내, 현재 충전중인 배터리의 충전 현황, 요즘 결제에 대한 안내 등이 나타난다. KST일렉트릭은 사용자가 원할 경우 배터리팩을 구독 결제 방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방전된 배터리팩을 배터리 스테이션에 넣고, 완충된 배터리팩을 뽑아서 가져가는 서비스다. 공유 배터리팩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김 대표는 “교환형 배터리팩 관리는 우리가 대신해주고, 사용자는 정기 구독 형태로 이용하는 형태”라며, “충전 케이블을 꽂고 기다릴 필요가 없다. 내연기관차를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정도의 시간이면, 배터리팩을 교체해 다시 길을 떠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교환형 배터리팩은 이날 KST일렉트릭이 발표한 전기스쿠터에도 동일하게 장착할 수 있다. 배터리팩 2개를 장착하면 최대 주행거리는 약 90km.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전기스쿠터와 성능상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출시 이후 강조하는 것이 ‘사용자경험’이다.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축적하는 총체적 경험을 뜻하는 사용자경험은 제품 또는 서비스가 주는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특징을 인간적인 사용자 가치로 변화시켜 주는 매개체가 UI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그래서 중요하다. 사용자경험의 연결선상에서 이해한다. 내연기관차를 이용하던 사용자가 전기차로 바꾸면, 가장 먼저 불편함을 겪는 것이 바로 이 ‘충전’이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전기차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지 않는다. 전기를 충전해야 한다. 주유소에 방문해 ‘2만원이요’, ‘만땅이요’라는 말 한마디로 충전할 수 없다. 이는 내연기관차와 다른 아니, 달라진 사용자경험이다.
전기차를 구매한 사용자가 충전소를 찾아 시간을 허비했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린다. 충전소를 찾아도 문제다. 충전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급속 충전일 경우에는 그나마 낫지만, 완속 충전일 경우에는 시간 단위로 소요된다. 길어야 10분, 짧게는 5분이면 끝나는 내연기관차의 주유 경험과는 다른, 불편한 요소다.
물론,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는 전기차 인프라를 몇 십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쌓은 기존 내연기관차 인프라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이를 이해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사용자는 테스터가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내고, 이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바라는 것이 사용자라는 것을 기억하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